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
이수광 지음 / 풀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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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이라면 황산벌 전투에 출정해 세번이나 적진에 뛰어들어 결국 계백의 손에 목숨을 잃은 관창이나
대가야를 정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다함을 주로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어려서 읽은 어린이 삼국유사나 어린이 삼국사기에 나온 화랑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랑제 역시 신라의 고급 인재 양성소 같은 느낌의 제도였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화랑은 그들의 전쟁과 학문에 관한 내용보다는 신라 왕녀, 귀족여인들과의 결혼과 연애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간이 화랑의 족보라 할수 있는 김대문의 화랑세기 이기때문이다.

게다가 화랑 하면은 그저 문무가 뛰어난 귀족 집안의 자제 인줄 알았는데, 외모까지 출중해야 자격이 되었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화랑이라는 말도 "꽃미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처럼 아름다운 남자를 숭상하는 기풍이 신라에 있었다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중간에 보면, 조상의 신상을 숭상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불교와 유교, 그리고 많은 전쟁 등의 이유로 아마도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듯 한데 수많은 신상이 만들어져서 귀족과 왕족들이 그 신상을 숭배했다고 한다.

화랑의 으뜸 우두머리인 풍월주가 총 32명이 있었는데, 작가는 그중 14명의 뛰어난 풍월주와 비담, 관창까지 총 16명의 화랑을 선정해 우리가 읽기 쉽게 소설처럼 구성해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화랑의 개관적인 흐름과 그들의 혈연관계, 애정관계 (사실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나중에는 너무 헷갈리기도 하였다. 사실 족보가 따로 나와 있었어도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신라의 삼국 통일 과정 등을 섞어서 읽을 수 있었다. 주 내용은 물론 꽃미남 화랑의 연애사라고 할 수 있다.

4세 풍월주 이화랑은 피부가 백설같이 희고 눈은 활짝 핀 꽃과 같았다. 마치 백설공주를 묘사하는 듯, 꽃미남 이화랑을 묘사하고 있다. 같은 화랑 가운데서도 군계일학과 같았던 이화랑이 당대의 공주 숙명공주와 사랑에 빠졌으나 어린 소년 소녀라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진흥왕이
"모후께서 숙명을 부인으로 맞이하라고 하니 명을 따른다"며 어머니의 명을 받들어 어머니가 같은 여동생을 부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뒤에 양도라는 화랑도 친누이와 결혼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화랑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너무나 힘들어하고, 왕도 숙명공주도 아들을 낳았어도 둘 사이는 사랑으로 채워지지 못한다. 결국 숙명공주와 이화랑은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 숙명이 이화랑의 아이 "원광 법사"를 잉태하자 둘은 결국 도망을 친다. 왕비가 사라지자 서라벌이 발칵 뒤집히고 진흥왕이 대노하여 이화랑을 죽이려 하자, 권력의 중심축에 있는 이화랑을 죽이는 것에 사도 왕후가 반대한다. 그래서 진흥왕은 결국 공주와 이혼하고, 그녀를 이화랑과 결혼시키는 대신, 이화랑에게 평생을 충성하도록 요구한다.

아버지가 다르다고는 하나 어머니가 같은 오누이가 결혼을 하고, 또 왕비가 신하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고.. 정말 놀라운 일들이 화랑의 역사에는 많이 나온다. 아니, 꼭 화랑의 역사라고만 할 수는 없겠다. 신라 왕실의 역사라고 할수 있겠다.
신국을 뒤흔든 사랑의 주인공, 이화랑과 숙명공주의 이야기 뿐 아니라 화랑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책에 가득하게 나온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기세가 등등하던 미실궁주. 그녀가 얼마나 신라에서 막강한 영향을 미쳤는지 드라마를 미처 보지 못했지만, 책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읽고 깜짝 놀랐다. 이미 왕위에 오른 진지왕을 폐위시킬 정도의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실은 그녀의 색을 이용해 남편 세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자들과 정을 통하여 정치를 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힘이었으리라.
그런 그녀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화랑 사다함이었다.
사다함이 출정할때 그녀가 직접 나가 출정곡을 불렀다.

바람이 분다 하되 님 앞에서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 하되 님 앞에서 치지 마오
님이여 어서 돌아와 안아주오
사랑하는 님이여 잡은 손을 놓을 수가 없네

미실궁주와 선덕여왕, 그리고 선덕여왕의 남자 용춘과 비담등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너무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책을 읽는 재미가 사라질까봐 궁금한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하자.
또한 김유신, 김춘추 등은 화랑 중에서도 장군, 왕으로까지 명성을 크게 떨친 유명한 인물들이다. 그들 또한 15세 풍월주와 18세 풍월주를 역임했다. 대부분의 위대한 장성들이 풍월주나 화랑을 통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김유신이 여동생 문희와 보희를 김춘추에게 시집보내려 한 이야기나 오줌으로 한양을 뒤덮은 보희의 꿈 이야기도 아주 유명한 일화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김유신의 남동생 김흠순의 이야기는 미처 몰랐는데 그 또한 19세 풍월주였다. 마치 장비와 같은 기상에 매우 용맹한 사람이었다 한다.
성품이 불같았던 그가 보단 낭주를 만나 결혼하면서 애처가가 되어 온순해졌다 하였다.

흠순은 언제나 전쟁터에 있었는데 보단낭주는 원망하지 않고 항상 기도하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면 온 가족들이 웃고 떠들며 화목하게 지냈다.
흠순은 술을 좋아해 말술을 마셨다. 보단 낭주는 그를 위해 언제나 술을 빚어서 다락에 두었다. 하루는 흠순이 집에 오자 보단낭주가 술상을 차리기 위해 다락에 올라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흠순이 다락에 올라가자 뱀이 술독에 들어가 취해 있었다. 보단낭주는 뱀을 보고 놀라서 다락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흠순이 보단낭주를 업고 내려온 뒤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이와 같은데 둘째 딸을 주어도 상관이 없다."
보리는 그 말을 듣고 보단낭주의 동생 이단낭주를 흠순에게 시집보냈다. 254p

가족보다 대의를 사랑한 유신과 대조적으로 흠순은 가족을 가장 우선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역사에서는 흠순이라는 장군보다는 삼국 통일에 공을 세운 유신만을 부각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녀자 된 입장에서는 큰 전쟁터에 나갈때 절대로 집안 식구들을 보지 않고 떠난 김유신 보다는 가족들을 꼭 보고 떠난 김흠순 같은 사람이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

이외에도 많은 매력적인 화랑들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라 시대의 골품과 화랑제도가 모계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신라 시대에 귀족, 왕족여성들의 힘이 상당히 막강했음을 미루어 알 수 있었다. 귀족의 신분이 진골정통은 지소태후, 대원신통이 사도 태후와 같은 여성계열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놀라운 사실은 결혼을 한 여성들 조차 자의나 타의에 의해 다른 남자와 사사로이 정을 맺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미실궁주나 금진낭주의 경우는 자신의 색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까지 갖춘 무서울 정도로 맹렬한 여성들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덜하고자했어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지 않았나 싶지만..
너무나 새롭고 재미있게 읽은 역사소설?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실제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사실이 허구로 구성된 드라마나 보통의 이야기들에 비해 훨씬 더 놀라우면서도 재미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책 속 더 많은 화랑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주저없이 펼쳐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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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품절


많은 엄마들이 이제는 육아서적도 많이 읽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하면서 되도록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아기를 키우려고 노력을 한다. 나 또한 육아서적을 다독하지는 못했지만, 몇권이라도 읽으려고 노력을 했고, 회원수 백만명 이상이 넘는 육아 카페에 가입해서 다른 엄마들로부터 비슷한 시기의 아기 육아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엄마가 되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에 당황하는 것은 나 뿐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겪는 과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도 바로 <칭찬은 아기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고, 친구에게도 선물하기 위해 한권을 더 샀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아기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자녀 양육법은 틀렸다 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 한권이 나왔다.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양육쇼크] 란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책의 홍보 문구만 보고서도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양육법의 오류는 무엇일까? 궁금했고, 어서 바로 잡아서 우리 아기를 키우는데 잘못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책에는 총 10가지의 양육 쇼크가 언급되어 있었고,그 결과에 대해 마무리말로 끝을 맺고 있었다.

소설처럼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정독하고, 세세히 찾아가며 참고해야 좋을 책 같았다.
우선 한번 주루룩 읽어보면서도 아, 내가 잘 한점, 못한 점 등이 눈에 띄었다.

맨 처음 언급한 칭찬의 역효과 편에서는 칭찬이 중요하기는 하나, 칭찬하는 방법과 과잉 칭찬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가 똑똑하다고, 지능을 칭찬하게 되면 모험을 회피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칭찬하고, 지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도전을 받으면 새로운 뉴런이 자라난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성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어 수행에 대한 칭찬이 훨씬 효과적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또한 공허한 칭찬은 의미가 없고, 아이들이 지닌 기술이나 재능 등의 진실에 기초한 칭찬이 되어야 한다. "정말 대단한데? 네가 자랑스러워"같은 보편적인 칭찬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표현밖에 되지 않는다.
칭찬을 통한 개입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너무 일찍 가르쳐주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작가가 스스로 노력하여 칭찬을 줄이고, 아이를 대하면서 유치원생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어려운 일을 생각하면 네 두뇌가 어떻게 될까?"
"커져. 근육처럼."
아이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조리원 동기인 아기엄마들을 만나도 그렇고, 내 아기를 봐도 그렇게 혹시나 천재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대견한 일들이 많아서...아이구 우리 아기 똑똑하네, 우리 아기 천재났다..하면서 칭찬에 급급했던 나도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다. 칭찬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칭찬이 아닌 정말 아기가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를 칭찬하여, 아기가 커 나가면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겠다.

아직은 아기가 많이 어린 편이라 충분한 수면을 하도록 놔두는 편이었기에 아이의 부족한 수면 시간에 대한 언급에서는 아직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아이가 자라서 학생이 되었을때 많은 부분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 위해 아이의 수면시간을 지나치게 줄이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고 느끼게는 되었다.

양육 쇼크에서 몇 가지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칭찬의 역효과와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부분, 아기들이 배우는 단어 습득 능력에 대한 부분이 그것이었다.

부모는 믿고 싶어하지 않으나 실험 결과 만 4세의 아이들은 두시간에 한번꼴로, 만 6세 아이들은 한시간에 한번꼴로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거짓말을 일찍 시작하는 아이들이 두뇌가 좋은 편이기도 하지만, 거짓말은 분명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진실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엿보지 말라고 했을때 엿본 아이들이 둘러대려고 할때 윽박지르기보다 "네가 엿보았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께. 사실을 말하면 엄마는 정말 기쁘거야"라고 사면의 약속과 좋은 방법을 동시에 알려주는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탤워 박사의 말에 따르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이 잘못이라고 말해주는 것만큼 정직이 가치있다는 것도 가르쳐줘야한다.

또한 교육용 비디오라고 생각했던 베이비 아인슈타인이나 브레이니 베이비 같은 비디오로 아이의 언어 습관을 개선시키려 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하였다. 비싼 유아 비디오나 오디오를 아이앞에 놔두어도 꽤 집중하는 듯 했던 아이들의 두뇌는 아무것도 흡수하지 않았다. 아기들은 살아있는 인간 선생님으로부터만 배울 수 있다.
유아용 비디오가 화면의 추상적인 이미지와 상관없는 실체없는 오디오 해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디오는 아이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아기의 발성에 대한 부모의 빠른 반응이 아이의 옹알이를 유창한 말로 이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었다.
사실 다른 부분들에는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았으나, 우리 아기가 말이 느린 편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던 나는 내가 아이 교육에 너무 소홀했던게 아닌가 싶어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다.

쇼크를 먹을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육아서적들과 상당히 관점이 다른것은 명백하다. 또한 위에 언급한 몇가지 들은 정말 당장에도 너무나 유용하게 쓰일 정도로 중요한 내용들이었다. 이 모든 사실들이 전세계 60개국 7천명의 과학자들이 10년동안 연구한 결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고 하니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꼭 참고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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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정월 대보름 알콩달콩 우리 명절 2
김미혜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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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 작!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천둥 소리가 마루 밑까지 쳐들어 왔거든.
무슨 소리야? 귀를 쫑긋 세웠지.
득이가 부럼 까는 소리야.



시작부터 명쾌한 <누렁이의 정월 대보름날>
물론, 누렁이에게는 시련의 날이 될 하루다.
조상들이 보름달을 갉아 먹어 밤하늘을 어둡게 만들었으니 누렁이가 대신 정월 대보름에는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하기때문이다.

득이랑 가족들이 부럼을 깨물고, 할머니와 귀밝이술을 따르고, 맛있는 오곡밥에 나물에 배가 터지게 먹어도, 누렁이는 쫄쫄 굶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심술이 난 누렁이.
도끼 눈을 하고 쳐다보는 누렁이의 모습이 내겐 왜이리 귀엽게 느껴지는지..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면 안되는데 투덜거리는 누렁이의 말투도 귀엽고, 모습은 더더욱 귀엽다.
콧물 줄줄에 앞니까지 빠진 득이의 개구진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어려서부터 정월대보름 하면 기억나는 것이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럼을 깨무는 것. 귀밝이 술은 아주 가끔 맛을 보았다. 정월대보름이 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데, 다른 세시풍속들이 또 뭐가 있더라? 하면 쉽게 떠오르는게 더는 없었다.

아! 딱 한번 해본 쥐불놀이!
초등학교때던가? 철사인지 끈인지 같은 걸로 묶은 깡통에 솔방울을 넣고서 불을 붙여서 휘휘 휘두르던 쥐불놀이.. 사실 아이들이 하는 불장난이 워낙 위험해서 보통은 못하게 하시는데, 세시 풍속이라 어른들이 계실적에 그 옆에서 할 수 있던 유일한 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릴적 내 기억에도 무척 재미는 있었으나 직접 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남자애들 하는거 구경이나 하면서 "불장난 하면 요에 오줌싼대요" 하면서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짧게 기억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들이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풍속은 꽤나 많다.
그것도 지루하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 누렁이의 시선으로 마치 하나의 동화인양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어서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난 꼬마 독자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들도 자연스럽게 세시 풍속을 꿸 수 있게 되어 있다.

더위팔기도 정월대보름에 하는 거였구나.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본적은 없던 것이어서 더 기억이 안났던 것 같다. 또 다리밟기, 제웅치기, 달맞이, 달집 태우기 등의 이야기가 더 나와 있었다.

누렁이가 흠모하는 예쁜 강아지 복실이와 함께 달나라 계수나무까지 달려보자며 힘차게 뛰어오르는 장면에서는 정말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그림책 속 강아지들인데도 강아지 슈퍼맨 마냥 이렇게 해학적일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도 강아지 날아오르는 장면이 떠올라 계속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보이는 것마다 강아지를 찾으며, "멍멍 멍멍"을 외치며 유난히 강아지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아기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아 좋아라 선택한 이 책은 엄마인 내 맘에도 쏙 드는 책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강아지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강아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재미로, 이야기로 읽다가 소중한 명절의 세시풍속까지 꿰게 되는 일석이조의 그림동화책.
동화가 끝난 자리에는 알콩달콩 우리명절의 정월 대보름 편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더욱 좋았다.
앞서 미리 나온 세시 풍속 외에도 아홉차례, 밥 훔쳐먹기, 연날리기, 줄다리기, 용 알 뜨기, 청참 등의 풍속들이 추가로 나와 있었다. 특히나 청참과 용알뜨기는 듣는 것도 생소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청참은 정월 대보름 새벽에 길을 가면서 들은 첫번째 소리로 그 해의 길흉을 점쳐보는 풍습이라고 한다. 또 용알 뜨기는 대보름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와 운수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 풍속으로 대보름 전날 밤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기때문에 그 알이 들어있는 물로 밥을 지으면 그해 자기집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한다. 용알을 먼저 떠간 사람은 지푸라기를 띄워 우물물에 표시했다고 하고 말이다.

누렁이와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정월 대보름의 참 재미를 깨닫게 되어, 나물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나물에 맛있게 밥을 먹게 될 것같고, 그동안 잊고 안해봤던 여러 놀이들을 가족들과 더불어 해볼 생각도 들게 될것이다.

소중하고 재미있는 동화책 한권으로 우리네 조상들의 문화와 풍속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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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고개 비룡소 전래동화 9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 비룡소 / 2010년 3월
일시품절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엄마인 내가 먼저 읽다 보면 같은 내용의 뻔한 그림책들에 식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특히나 전래동화는 내가 어렸을부터 많이 읽어온 내용이라 또 반복일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책 단물고개는 나도 처음 읽는 내용이어서 먼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렸을때의 기억으로는 새로운 내용의 이야기책을 읽는게 무척 신이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전래동화를 읽는 아이들의 마음도 어릴 적 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5~8세 아이들이 가장 재미나게 읽을만한 단물 고개.



깊은 산골에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총각은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늙은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다. 장에 가면 생선 사다 구워드리고 봄여름 마당에 꽃 가꾸어 어머니 기쁘게 해드렸다. 가을이면 머루, 다래, 개암, 으름 그득그득 따다 드려 어머니 입맛 다시게도 해드렸다.



그런 그가 너무너무 더운 어느 날..나무를 하러 갔다가 뽀골뽀골..옹달샘을 발견했다.

그 물은 보통 물이 아니었다.



효성이 깊은 총각이라 복을 받는구나 생각을 하였다. 하나하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정성이 무척 갸륵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그 단물로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하였다.

거기까지가 끝이면 좋았을텐데..

이후로 단물과 총각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읽을 법한 책인데, 엄마가 읽어줘도 구성지게 읽어줄만한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있다.



"오냐, 호랑이 조심해라"

"이예"

"점심 꼭꼭 씹어먹고"

"이예"

깊은 산골의 총각과 어머니의 대화의 반복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듣는 아이도 구성진 그 운율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듣고 보고 할 모습이 떠오른다.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면 아직 어린 우리 아기도 방글방글 웃으며, 그 대목을 다시 또또 읽어달라고 하기때문이다. 아마 이 책도 그러하리라.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빙긋 웃게 되었다. 우리 아기가 좋아할만한 책이군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들으면, 우리 엄마는 "차 조심해라" 하는데, 왜 책에서는 호랑이 조심하래? 하고 물을법도 하다. 또 개암, 으름, 머루 등을 모르는 (사실 나도 어릴적에 그런 열매들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 아이들이기에 이게 뭐냐고 꼬치꼬치 물을수도 있겠다.


전래동화라는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정말 할머니 목소리로 전해 듣던 그 옛날 이야기의 느낌처럼 종이가 아주 독특하고 곱다. 예전에는 하얀 색이 무조건 좋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누런색 한지 느낌의 이런 종이가 더 고급스럽고 인정 받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한지처럼 하늘하늘한 종이는 아니지만, 약간 빳빳하면서도 한지무늬의 이 누런 바탕 종이에 그림의 기법이 무척 독특하다.



다색석판화에 사용되는 분판작업을 통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업으로 이뤄낸 그림이라 한다. 전래동화와 걸맞게 수묵화 기법에 판화 기법이 응용된 그림도 너무나 정감이 간다. 마구마구 인쇄물로 찍어낸 책이 아니라 하나하나 정성들여 수작업한 듯한 느낌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파란색 , 하얀색, 주황색, 검은 색 등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하나하나 상징하는 바가 있어 색을 알고 그림동화를 다시 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림책을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 그리고 그 내용이 그림과 어우러져 너무나 재미있는 책..

우리의 단물 고개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천안시 성거읍 오목리에 전해오는 전설인데, 단물고개가 아닌 술고개라 한다.

아이들을 위해 각색하다 보니 단물고개로 바뀌었는데..정말 이렇게 멋진 단물이 있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멋진 표현들이었다.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물.. 그 물 나도 한번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총각..욕심만 부리지 않았으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단물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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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박환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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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문학소녀로써의 운치있는 학창시절을 보내보지 못한 나로써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명한 이름을 아주 가끔 단편단편의 시나, 글귀 구절 들을 통해 만났을뿐이었다. 그래도 그 분이 정말 유명한 시인이라는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뻣뻣하고 재미없는 (문학적 재미가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난 이후에도 난 시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릴케 시집을 따로 읽거나 하지 못했는데, 라이너 마리아 릴케님의 작품 중에 장편 소설인 "말테의 수기"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고 드디어 읽게 되었다.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기에 소설로라도 꼭 위대한 작가분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수기, 에세이 형식으로 씌여진 작품이라 소설이라고 해도 좀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말테라는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였으나 실제 릴케의 과거 이야기인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잉게보르크라는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잃고 슬픔에 젖었던 어머니, 그리고 말테를 소녀처럼 대하고, 말테가 소피라는 가상의 딸 흉내를 내면 어여삐 여기고, 그 아들과 함께 말테와 일반 남자애들 흉을 보곤 했다는 어머니..

실제 릴케도 어릴적에 첫딸을 잃은 어머니가 릴케를 여아처럼 대하고, 입히고 키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말테의 이런 어릴적 모습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리라. 너무나 사랑하는 한 아이를 잃은 슬픔이 지나쳐, 남은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한 어머니. 그리고 그 슬픔을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냈어야 할 릴케의 여린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가 어릴적에 본 유령의 "손" 그리고, 외가댁에 가서 본 흰 옷을 입은 유령여인(한번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아주 여러번 본..일상의 유령), 어머니께 들은 누나의 유령..
책 속의 말테는 강인해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병약해보이는 느낌.
그래서 책의 시작에서도 그는 죽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죽음과 유령..임산부의 배를 보고서도 생명과 죽음 두가지를 잉태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죽음을 너무나 가까이 느끼고 이야기하였다.

줄거리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그런 느낌의 작품은 아니었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두서없다고도 할..
고전이고, 대가의 작품이니 한낱 21세기의 내가 평가하기엔 너무 어려운 분이실 수 있을텐데.. 그저 그 분의 작품을 하나의 맥락, 큰 틀로 이해하기 보다 단락단락 구절구절의 그 세세한 묘사와 설명으로 이해하는게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

마틸데 브라에의 얼굴을 매일 대하게 된 후로 나는 죽은 어머니가 어떤 용모를 하고 있었는가를 비로소 생각해 냈다.... 그 무렵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모습이 무수히 작은 인상으로부터 조립되어, 지금은 어디엘 가나 내 마음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다. ..단지, 브라에 양의 얼굴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파고들어가 그것이 이목구비를 서로 떨어지게 하고 비뚤어놓고 흩어지게 만든것 같았다. 32p

릴케의 표현은 정말 새롭다.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해서인지 그저 아름다운 장면, 아니면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보아도 아~ 하는 감탄사 이외에 표현해낼만한 적절한 어구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와 달리.. 그의 표현은 하나도 겹치지가 않고, 지금 읽어도 몹시 새롭고 매력적이다.

몇백년동안 여자들은 사랑의 작업을 혼자서 도맡아왔다. 사랑의 대화에서 1인2역을 맡아왔다. 남자는 여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것도 서투르게 말이다. 남자의 산만함과 무신경, 역시 일종의 무신경인 질투는 여자들의 진실한 사랑을 터득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그러나 여자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않고 계속 사랑하여, 사랑을 깊게 만들었다. 148p

사랑의 대화에서 1인 2역이라..
어쩐지 요즘의 우리 부부 모습 같아서 뜨끔하였다. 다른 부부들은 좀더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지 않을까 싶은데..자상한듯 하면서도 사랑 표현에는 서툰 우리 신랑은 마치 앵무새처럼 내가 한말을 따라한다. 그것도 정말 무성의하게..
그 앵무새 같은 표현이라도 듣고 싶어서..나 혼자 1인 2역의 대화를 해왔는데..

남자인 릴케.. 그것도 나보다 100년전에 살았던 바로 그 분이..정확히 말씀해주고 계신 것이다.
우리 신랑.. 혹시 과거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까?
요즘 남자들은 좀 많이 달라졌을텐데..

"나는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창 앞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어두운 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별들은 곧 자유였어요."
그 무렵의 아벨로네는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이 든다는 표현은 그 무렵 아벨로네 또래의 처녀들에게는 걸맞지 않았다. 그 소녀들에게 잠은 몸과 함께 떠오르는 것으로써 이따금 눈을 떴다가는 다음 잠의 나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맨 위에 있는 나라까지는 아직 몇개의 나라가 더 있었다. 그러고는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날이 새지 않은 새벽녘 두자루의 촛불은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순결한 어둠 속에서 켜지는 등불, 바로 아벨로네 한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중3때 친구와 함께, 오빠에게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도시락 까먹은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가 깜짝 놀라며 순수해보이는 여학생들이 그런 일탈 행동을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까르르 웃으며 그게 뭐 어떻냐고 했던 기억이 났다. 매일 보는 동생이야 그렇다 치고 다른 여학생들은 좀 달라보였나보다. 대학생인 오빠도 순수한 마음으로 여학생들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을텐데..우리가 아주 무참히 그 순수한 상상을 깨주었던 기억이 난다.
말테, 그리고 시인 릴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처녀의 잠, 여인의 잠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일거라고..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처녀의 잠은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하다.
아니라고 내가 또 반박한다면..나만 또 뻣뻣한 사람이 되는 거겠지..
어쨌거나 릴케의 표현 속에서는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는 듯 하고, 향기로운 장미 한송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 그대에게 말하지 않으려네
밤새 울면서 누워 있음을
요람을 흔들듯
내 마음 흔들어 아프게 하는 그대여
그대, 단 한번도 말하지 않네
나도 너 때문에 잠들지 못하노라
아름다운 이 마음 언제까지나
그대와 내 가슴에 숨겨 둘 수 있을까?

세상의 연인들 좀 보아,
겨우겨우 그 사랑을 꺼내고도
게눈처럼 그 마음 감춰버리는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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