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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살아 있는 미술관 이야기
클레르 다르쿠르 지음, 신성림 옮김 / 비룡소 / 2009년 12월
절판


어린이 책 작가인 클레어 다르쿠르의 책, 비룡소에서 나온 <동물들이 살아있는 미술관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동물처럼 친근하고 관심가는 대상도 드물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만 18개월의 어린 우리 아기도 일찍 시작한 말 중에 강아지를 일컫는 "멍멍"이 있었으니까요. 사람만큼이나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동물이라는 존재.



많은 예술가들이 동물을 그리고, 동물에 관련된 조각이나 예술품 등을 만들고..

이런 동물에 관련된 수많은 작품들이 전세계 유명한 박물관에 등재되어 있는 것들을 클레어 다르쿠르가 어린이들을 위해 생생한 사진과 책 뒤에는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소개를 해놨습니다.




1833년 외젠 들라크루아의 <으르렁대는 사자>입니다.




역시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이네요. 1830년도 작이구요. <새끼 호랑이와 어미호랑이>입니다



보통 한 동물당 두가지 정도의 작품 소개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림 한점과 조각상이나 작품 한점 씩..

박물관의 재미난, 그리고 특징적인 동물들을 소개하기 위해 책은 제법 두껍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소개대로 작품들을 감상하며 박물관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는 아이 못지않게 어른들의 마음도 설렙니다. 재미난 거미의 모습도 흥미롭고, 위 사진에 나왔듯이 용맹한 사자와 잘생긴 호랑이,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하마의 모습 등이 새롭습니다. 14세기 아라비아의 세밀화에 나온 기린의 모습은 사람들의 환상을 반영해주는 듯하지만, 또한 실제에 가깝구요 . 파리, 구멍뚫린 의자라는 작품은 좌변기를 응용했네요.

이외에도 매, 상어, 악어, 여우, 낙지, 호저 등등 많은 동물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동물들이 박물관에서 살고 있는지 몰랐네요.



다양한 박물관에서의 동물들을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모아놓으니 보는 재미가 새로웠답니다.


지루하지 않게 사진으로 먼저 쭈욱 소개를 해주고, 그에 관련된 궁금증은 맨 뒤의 저자의 부연 설명에 의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개에 관련된 그림도 있었는데.. 좀 추상적으로 보여서 아이 눈에도 강아지 같아보이지 않았는지 그 그림은 좋아하질 않고, 오히려 여우 식탁을 보고 "멍멍" 하면서 좋아하더라구요.



여우가 좀 개랑 닮았잖아요. 여우 식탁이라 큰 아이들이 보면 앗~! 이게 뭐야? 했을텐데..아직 어린 아기는 그저 멍멍이로만 보였나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만든 "여우식탁"은 생명의 열기와 죽음이 동시에 떠오르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요즘 우리 아기가 그림책을 보면서 악어가 나오면, 말은 못해도 둘레둘레 주위를 돌아보다가 악어장난감을 가져와서 그거라고 가리키더라구요. 한참 동물에 관심이 있을때라 이 책이 참 도움이 되려니 생각했어요. 예술작품들이라 사실과 비슷한 그림만 있는게 아니라 다소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아기가 무슨 동물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구요.



그냥 아기 곁에 이 책을 놔두고, 전 다른 책을 보던 어느 날..

아기가 갑자기 무슨 책인가의 책장을 정신없이 넘기며 보고 있더라구요.

바로 이 동물들이 살아있는 미술관 이야기였답니다.

엄마가 사진을 한참 찍어대는데도 열심히 책장을 넘기며, 묵묵히 바라보는 아기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답니다. 그러다가 여우식탁이 나오면..반갑다는 듯..가리키면서 "멍멍..멍멍.."하는데 고슴도치 엄마 눈엔 그 모습이 한없이 예쁘더라구요.



우리 아기처럼 어린 아기도 관심있게 볼 수 있는 책인것같아요. 동물들을 좋아하는 아기라면 특히나 더 빨리 반응하겠지요.

그리고 더 큰 유아,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구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예술작품으로 즐겁게 만나는 일인지라.. 직접 그 먼 곳에 있는 외국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어 엄마로써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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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품절


"선생의 상상력, 난 그걸 원하오."

처음 보는 노인, 태국에서 몇번 스친 한 여자 스님을 통해 연락을 받았다고는 하나 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그 노인이 내게 아주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보증을 잘못 서서 집한채 있는 것을 홀딱 날리게 생기고, 사랑하는 딸 지니와 길 거리에 나앉게 생긴 내게 월급도 넉넉히 주고, 집도 지켜 주고 한다고 하면서 나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노인이 대답한 것이다.

상상력이라.. 갑자기 눈이 번쩍 띄였다. 나도 어릴적에 친구가 "러브캣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습니다" 라고 발표할 정도로 공상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말 상상력 만으로 이런 횡재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
뒤에 이어지는 노인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상상력을 가장 높이 샀을뿐 그녀의 뛰어난 다른 능력들이 다 부가적으로 필요했음을 깨달았다.

엄청난 부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괴짜 노인 정 사장은 정말 혹독하게 나, 송수빈을 교육시켰다. 부동산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될만큼 많은 공부를 시키고, 놀랍게도 나는 단기간에 그 많은 정보들을 마스터해냈다. 번역도 안된 두꺼운 원서를 들이댈땐 살의까지 느꼈다는 그녀. 하지만, 묵묵히 공부하고, 터득하는 그녀의 여러 모습에서 정말 똑똑한 여성이구나 싶었다.

정사장은 많은 부를 가졌으나 노년에 몸이 너무 아파오자, 좋은일을 하기로 한다. 그냥 선행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꼭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맞는 집을 구해주는 미션을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특별 훈련된 자신의 조교를 통해 말이다. 그 조교로 많은 사람들이 거론되었다 실패했지만, 송수빈이 통과를 하고 그녀는 척척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다.

나는 서대리 형제의 불운한 부모 얘기서부터 치매 걸린 박선생과 그의 추억들,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훈이와 윤 소장네의 사연들을 얘기해줬다. 261p
그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실정에 맞는 집을 구해준다라는 명제에 그치지 않고, 재산이 어느 정도 있어도 본인도 딱 꼬집어내지 못하는 치매환자의 그리움의 대상인 집을 구해주는 상상력, 그리고 지극히 정상적인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우리네 정서때문에 힘들어하는 훈이네 가족을 위해 마음으로 집을 구해주는 정성 등..소설이니까 가능한 우연들이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너무나 멋지게 많은 난제들을 풀어내었고, 또 그들은 그녀 곁에 인생의 동반자처럼 남아주었다.

문제를 풀고 난 이후 정사장과 송수빈의 대화를 통해 정사장과 그 사람들과의 인연, 또 송수빈의 가족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의 호기심을 채워주는양 사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면서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적에는 워낙 부동산 쪽에 무지했던 터라, 부자노인의 선심으로 집을 찾아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서 부동산 정보를 소설로 읽을 수 있으면 참 실용적이겠구나 하는 꿍심을 갖고 읽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정말로 재미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실제 부동산에 대해 생소했던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딱딱한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작가가 3년간 자료를 수집해 글을 쓴 소설 속 부동산 지식을 간접으로 얻는게 훨씬 더 재미있었고, 유용하였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있었다. 영화를 보는 듯 하면서 매 단편단편의 독립된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 그 소설들은 추리소설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단편의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들면서.. 송수빈의 남편과 아이에 대한 실타래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면서 다른 이들의 행복을 찾아주다가 결국 그녀의 고민도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멋드러지게 풀려나가기 때문이었다.

송수빈은 참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책을 다 덮고, 그렉을 잃고 지냈던 시절의 아픔을 내가 과연 상상키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와 동시에 실어증에 걸린 딸아이 지니까지..아이 키우는 엄마의 아픔이 절절하게 전해져왔다. 내 사랑하는 이들을 어떤 의미에서든 잃고 나 자신도 살아갈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가슴이 아리게 하는 것들은 참 많았다. 수빈의 삶뿐 아니라 서대리네, 그리고 치매환자인 박 노인 이야기까지.. 가장 가슴 아팠던건 박 노인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책에도 나왔듯이 참 많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돈의 남발보다도, 정말 필요한데 쓰이기 위해서 약은 정사장의 생각이 그랬듯이.. 송수빈같이 똑부러지는 사람이 있어서 그 돈의 가치가 진정한 의미를 발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자주 언급하곤 했었다. ..나는 믿는다. 훌륭한 예술작품엔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힘이 있듯이, 한 괴짜 노인의 공상과 같은 소망이 이 빡빡한 세상에 그래도 희미한 불빛이 될 수도 있다는 걸. 3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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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이 검색한 오늘의 요리 - 네이버 최다 검색인기메뉴를 스타 블로거 요안나가 쉽고 맛있게 4천만 요리책
이혜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절판


이 책 하나면~! 오늘의 반찬부터 멋드러지는 까페 후식까지 웬만한 요리들이 모두 다 해결된다~!



요리책을 보며 무얼 해먹을까 궁리하는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결혼 전의 나로써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우선 직장생활을 하며 집에 와서 혼자 먹겠다고 뭘 만드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기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집에 갖춰져 있는 양념들도 상해서 버리기 일쑤였기에 나의 음식 솜씨는 거의 백지 상태였다.



이런 내가 결혼하고 인터넷 레시피와 블로거가 낸 요리책 한권에 의지해 얼렁뚱땅 음식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다행히 입맛 까다로운 신랑이 맛있게 먹어주면서 칭찬을 좀 과하게 해줬고, 덕분에 나는 요리책만 있으면 부엌에 서도 당당한 주부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책을 덮으면 기억이 안 난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요리를 찾을 수 있는 책과 컴퓨터가 있다는게 얼마나 용이한가?



신혼때는 이렇게 저렇게 해먹곤 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임신하고 입덧하고..그러다보니 부엌에서 멀어지고..또 아기 낳고는 더 한동안 멀어지고..

예전처럼 요리책을 뒤져가며 맛있는 음식 뭐해먹을까 하던 시기가 한참 지나서.. 매일 그저 그런 반찬에 입맛 없는 신랑의 사기를 북돋워주지도 못한채 매일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차에..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신선한 책 한 권~!



내가 좋아하는 네이버 인기 메뉴들을.. 검증된 스타블로거 요안나님이 계절별, 최다 인기별로 엄선하여 모두 1위부터 100위까지의 메뉴와 추가로 86가지의 메뉴를 더해 총 186가지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레시피가 가득한 알짜배기 요리책이 나온 것이다.



책을 펼치고 오랜만에 또 한껏 들뜬 마음이 되었다.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듯, 양념도 비슷한 것 같아도 양이나 재료가 조금씩 차이가 나다보니 같은 요리라도 하는이, 레시피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나온다. 평범한 요리, 특색 있는 요리..내 모든 반찬 걱정을 덜어줄 "오늘의 요리"

게다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각종 멋진 후식들까지..



뭘 할까 마구 궁리하다가 맨 처음으로 책을 보고 만든 것이 두부 조림이었다.


너무 쉬운 요리 아닌가? 하겠지만.. 내 맘대로 하는 음식의 맛과 레시피를 따라 한껏 정성들여 한 요리의 맛은분명 다르다. 먹어본 이가 판단하여 가늠한다. 예민한 우리 신랑. 이번 책에 나온대로 만들어준 위의 두부조림을 먹더니..너무 맛있다고 양념까지 싹싹 다 긁어먹었다.

책에는 양념이 고루 퍼지게 맛있어보이게 찍혀있었는데, 난 양념이 뭉쳐진채 요리를 하고 맛없어보이게 사진을 찍었구나. 책 대로 만들면 간도 딱 맞다. 절대 짜지도 않고, 약간 싱거운 정도?

평소 좀 짜게 잡수시는 아빠 입맛에는 (잠깐 놀러오셨다가 식사대접을 해드렸더니..) 약간 싱겁다고 ..하지만 맛은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신랑은 너무 맛있다고 하고 말이다. 내 입맛에도 괜찮았다. 두부만 먹어도 맛있는 정도? 꼭 밥이 없어도 되는 걸 보니 짜지 않은게 분명!



그리고, 또 요리책을 보고 만들어낸 그 다음의 요리는 바로 해물 된장찌개다.

집에 호박과 두부가 있길래 내맘대로 된장찌개를 끓일까 하다가..이왕이면 조금더 정성을 들여서 요안나님 식대로 만들어보자 하고 따라해봤더니~

홍고추와 홍합 빼고는 다 넣었다. 2인 가족이라 4인 레시피의 딱 반절 분량으로 만들었고 말이다.

내일 아침 밥상을 위해 미리 만들어뒀는데 간을 보니 너무 맛있다.


신랑에게 이 책을 내밀고, "골라만 봐..만들어줄께요" 했더니..<쟁반 국수>도 있네? 하면서 쟁반 국수를 골랐는데, 그건 주말의 요리로 예정해둬야겠다.



요리책이라고 해도 다 같은 요리책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도 그대로 만들었을때 정말 맛있는 책들은 따로 있다. 그래서 나도 인터넷 레시피, 요리책 레시피라고 해도 무조건 따라하지 않고, 시험 삼아 몇번 해보고, 그레시피의 맛이 좋으면 그 책을 선호해서 쭉~ 그대로 요리를 하는 편이다.



내 나름대로의 대박 레시피를 찾는다고나 할까? 마치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대박북이 있는 것처럼 내게도 대박 요리책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이 내게 또 한권의 대박 요리책이 될 것 같다.

새로 결혼하는 새댁들에게 추천해주고픈 맛있는 요리 책!



이 책 한권으로 오늘의 반찬, 새댁의 반찬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거라 본다.

사실 어디 새댁뿐이랴. 오늘 반찬 걱정하는 많은 주부님들께 평범한 많은 반찬들이 가득 나온 이 책은 무척 용이할 것이다. 또한 녹차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와플, 과일 파르페까지 다양한 후식이 가득하고 내 아기에게 직접 만들어주고픈 마들렌느, 채소 머핀부터 내가 너무 먹고 싶은 햄버거, 도깨비 핫도그 등의 간식도 잘 나와 있고 말이다. 한권으로 이렇게 맛있는 요리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같이 평범한 많은 주부들께 초대장을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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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품절


마치 눈에 보이는 듯, 상세하게 거리를 묘사하고 있는 주인공 남자.
집이자 사무실인 곳 주변 거리 풍경을 하나하나 묘사하고 있는 그 모습에.. 마치 나도 그 골목에 들어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엔 그저 '제3의 작가'라는 대필작가의 덤덤한 삶 이야기인줄 알았다.
주인공에게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대필을 부탁하는구나 싶었다. 대필이라는게 있는줄은 알았지만, 사실 어느 책을 읽으면서 대필로 쓰인 이야기일거라 생각해본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유명한 사람들은 글도 이렇게 다 잘 쓰나? 누군가가 써준다고 생각은 미처 못했고, 출판사에서 잘 쓰는 이가 다듬어주거나 교정해주는 정도가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대필을 프리랜서 직업으로 삼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을거라 왜 예상치 못했을까? 그저 표시 안나게 책 속에 조용히 묻혀있어서였을까?

'나'에게 대필을 의뢰한 사람 중에 특별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부탁은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되, 마치 소설인것처럼 '나'의 이름을 직접 걸고 출판해달라는 것이었다. 대필 작가였던 나는 다소 당황하였고, 쉽게 승낙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의 죽음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제는 정말 대필의뢰가 아닌 자신의 일로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인생 여정.. 그리고 군데 군데 살짝씩 드러나던 그의 아내의 흔적과 이야기들. 또한 시골에 살때 아내와 함께 길렀던 자식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했던 개 이야기들이 나온다. 마치 사랑하는 아기처럼 주인공과 아내의 이름을 따서 "태인"이라 이름 붙였던 첫번째 진돗개.
강아지도 사람처럼 특별하게 성격이 있었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이었음에도 다른 세마리 강아지를 이기고 나의 바램대로 태인이가 대장이 되었다.

그저 평범한 에세이같은 덤덤한 말투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면 가슴 속에 깊은 우물이 하나 파인다는 정이현 소설가님의 이야기처럼..
정말 먹먹함이 몰려온다. 태인이에 대한 슬픔, 그리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오는 것이었다.

아내도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나 또한 특별한 사람이다. 그저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지 않고 평범하게 여겨서 그렇지.. 거리에 활보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수척하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그의 눈에 띄고..그는 그들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죽은 이를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것.
게다가 죽은 이들은 살았을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어떤 이는 칫솔을 그리워하고, 어떤 이는 살았을땐 미처 해보지 못했던, 그리움이 채워질때까지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계속 걷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과거와 현재, 그의 생각과 현실..
많은 것이 교차하고 있음에도 그 거리의 자연스러움이 너무나 일상과 같아 오히려 놀라워하는 내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가의 문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거리낌없다. 그리고 덤덤한듯 태연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솔직하면서도 간결하고, 그리고 우리를 순식간에 그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장선생을 만나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같이 걷고,
너무나 그리워했던.. 아내의 생전 그 말대로..
돌아온 태인이 "몽"을 맞게 된다.

그의 삶에 죽음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었다.
죽음이란 그저 무서운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의 죽음..그리고 그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없음은 덤덤한 주인공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으리라.

특별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다듬어낸 이야기.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아내가 생전에 만들어둔 문패였으나, 주인공은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아홉번의 이사와 아홉번째 강아지 몽.. 그렇다면 두번째 대문이란?
아마도 태인이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두번째 몸이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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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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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 영화로 개봉되었을때 두번이나 극장에 가서 본 유일한 작품이었고, 직장 다니던 시절, 책을 거의 보지 않았던 내가 유일하게 당장 2권 세트를 사서 챙겨서 보면서 그 재미를 느끼고 또 느꼈던 바로 그 작품이 다빈치 코드였다. 직장 동료, 가족들에게도 다빈치 코드 책을 빌려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아마 내가 가진 책 중에 가장 많이 빌려준 책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책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토록 재미있게 읽고, 재미있게 봤던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이 나왔을때 너무너무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2권을 주문해서 오늘 바로 배송받았다. 댄 브라운의 작품은 정말 스피디하게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 내용은 무척 심오하고, 그리고 정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듯한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다빈치 코드에서의 "성배의 비밀" 이야기가 그랬듯이..

로스트 심벌에서 그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비밀은 프리메이슨이라는 실존 조직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소설 속에서 언급하는 모든 조직, 프리메이슨, 보이지 않는 대학, CIA보안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지원센터,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소 등이 모두 실존 기관이고, 소설 속 모든 의식, 과학, 예술작품, 기념관 등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실존 기관과 실제 존재하는 배경을 바탕으로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어디까지나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실제일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국보급 보안 이야기, 그리고 과거에서부터 굳건한 믿음으로 지켜온 그 미지의 세계로 댄 브라운이 우리를 이끌고 있기에 우리는 마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 듯한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을 나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으나, 이 책이 나오기 전후에 프리메이슨에 대한 책, 그리고 로스트 심벌의 비밀이라는 또한 책을 위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댄 브라운의 신작을 의식해서였는지 아니면 또다른 의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이면서, 정작 그 비밀은 아무에게나 알려질 수 없는 그런 것이기에 책에서 누누히 이야기하듯 티브이 프로그램에서도 나오고, 인터넷에서도 무수히 검색이 되고 ..하는 궁금증만 잔뜩 쌓이게 만든 비밀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실제와 구분하기 힘들게 하는 갖가지 장치들도 놀라웠지만,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작가가 언급하고 있는 가장 최근의 현대 과학이 고대에 이미 다 문헌으로 나와 있다라는 것. 초끈이론이라는 가장 최근에 나온 우주 모델 가운데 하나인 10차원 우주 설이 중세 아람어의 13세기 번역본인 <조하르>라는 책에 이미 실려 있었다는 것. 피터가 캐서린에게 설명해주는 대목이었으나 나 또한 크게 놀란 부분 중의 하나였다.

소설이니 작가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재창조된 내용임을 알면서도, 비밀을 알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과연 100% 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정말 이렇게 비밀을 건드려도 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정도로 댄 브라운의 이야기는 정말 탄탄하게 잘 들어맞는다. 어떻게 이런 정보들을 갖고 이렇게 치밀하게 멋진 소설을 써낼 수 있는지.. 그의 능력이 새삼 존경스러워진다.

마치 댄 브라운을 대변하는 듯한 주인공 로버트 랭던.
그는 친구이자 아버지같은 존재인 피터의 초대로 미합중국 국회의사당에 왔다가 누군가가 두고 간 피터의 잘려진 손을 보고 경악한다. 피터 솔로몬은 프리메이슨의 핵심 인물이었고, 막강한 부와 명예를 갖춘 완벽한 인물이었다. 여동생 캐서린 솔로몬은 오빠의 지원 하에 비밀 박물관의 비밀연구소에서 누구나 놀랄 만한 업적을 거의 다 이뤄내고 있었다. '인간의 사고는 물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믿기 힘들지만, 충격적인 결과물들로 그녀의 이론을 입증해내는 실험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그러한 피터와 캐서린에게 위험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로버트 랭던은 그의 특유의 재능으로 암호를 풀어나가며 그들을 구하려하고,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2부에서 로버트 랭던의 활약으로 피터를 찾아내고, 프리메이슨의 진정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며, 그들을 옥죄어 오는 범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기대하는 것은 나를 들뜨게 만드는 일중 하나였다. 1권은 급박한 호흡으로 많은 궁금증을 남긴채 끝이 났지만, 내게는 아직 2권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은 오늘의 기쁨이 더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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