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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충격 - 테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하는 우리의 미래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가전제품처럼 눈에 보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농업, 도시, 문학 작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기술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므로 기술과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또한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한다. 때로는 인간이 기술을 이끌어가는 것인지, 기술이 인간을 이끌어가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란 두려움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이런 두려움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상당 부분 할리우드 영화에 닿아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관계가 달라진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인간이 이런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 케빈 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중 한명으로 7년 동안 그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던 역임했다. 그는 원래 기술에 대해 굉장히 강한 거부감을 가졌던 인물이다. 10년 동안 싸구려 운동화와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아시아 오지를 여행하는가하면,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모는 등 기술이 인간을 종속시킬 것을 우려해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1960년대 말 작은 농가에 공동체를 꾸렸던 히피 운동에 참여했으며 아미시 파와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처럼 기술 외면자에 가깝던 케빈 켈리가 기술 옹호자로 180도 전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이 펼쳐주는 새로운 기회들을 슬기롭게 이용하려면 '기술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면, 기술의 더 큰 목적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또 기술은 석기 시대에 인류의 조상이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존재하여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공존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기술 발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왜 그럴까? 저자는 ‘기술 발전 속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술이 차츰 소프트웨어, 디자인, 매체 같은 탈물질화된 무형의 형태로 확장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인공물, 즉 우리가 만들어 낸 가장 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의 발달 과정을 분석해서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살핀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다룬 ‘기술이 원하는 것’은 생명이 원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효율성, 기회, 창발성, 복잡성, 다양성, 전문화, 편재성, 자유, 상호 의존, 아름다움, 직감력, 구조, 진화 가능성 등이다. 기술은 팽창하면서 스스로 변화한다. 진화, 생명, 마음과 마찬가지로 무한 게임에 해당한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유한 게임이 아니라 모든 참가자가 가능한 한 오래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게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모든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가능성이 더 많은 좋은 가능성을 생성하고, 그런 식으로 무한 게임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술이 우리와 함께 진화해 나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기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발현하는 쪽으로 기술을 이끌고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기술과 더불어 진화와 발전해 또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