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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엔느
이기주 글.사진 / 무한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손에 들면 겉 표지에 작은 글씨로 감성포토에세이, 아무 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는 “파리에 파리지앵이 있다면 서울에는 이들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기주는 30대 중반의 싱글남. 정치부 기자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 공채에 합격하여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며 똘레랑스와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타인의 외모와 인성, 잠재력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꿈을 향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저자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들에게 사랑과 꿈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실의 주인공이 되기는커녕 당장의 하루가 버겁더라도 꿈과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서울지엔느’라고 불리는 우리들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도 여전히 실패하고 후회하고 깨달으며 살아간다. 저자는 실패는 세상이 정하지만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것, 다만 수없이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걷다 보면 도착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죽어라고 결심과 후회만 반복하면서도 앞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려는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에게 삶의 작은 힌트를 소개해 준다.
“꿈이요? 잃어버린 지 오래죠. 그냥 연봉만 올려주면 땡큐죠.” “사랑이요? 잃어버린 지 오래죠. 간도 쓸개도 내놓고 양심도 버려야 성공할 수 있는데 한가하게 꿈과 사랑이라뇨?”
화려한 도시의 삶을 사는 이 시대의 차도녀, 차도남들.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한계를 경험하지만, 사랑과 꿈에 대한 열정을 갖고 산다는 건 어쩌면 사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전없이 그냥 그렇게 살다가는 어느 날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서글프게 보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하루에만 연연해선 안 된다. 남보다 느리게, 조금은 미련하게 전진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보면 어떨까. 미련해 보이더라도 사랑을 찾아 가보는 건 어떨까. 그 누구도 처음부터 꿈이 없었던 게 아니다. 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잠시 잊은 것뿐이다.
서점에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무조건 치열하게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인생은 ‘안주’와 ‘도전’이라는 선택의 문제를 결단하고 실행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러나 어느 한 선택이 옳다고 섣불리 평가해선 안 된다. 도전하는 삶이든 순응하는 삶이든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으며, 부단히 도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철저하게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일을 테마로 한 책들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뻔한 연애와 라이프스타일 팁만 가득한 포토에세이와는 달리, 독자에게 현실적인 솔루션과 꿈에 대한 비전을 제공해 준다. 때로는 신랄한 비판과 호된 질책으로, 때로는 따뜻한 가슴으로 위로의 말로 건네며 사랑과 꿈을 잊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를 희망하는 눈높이 감성에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하며, 생활이 고달픈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