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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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시구들이 눈에 띄었다. 일상의 잠언처럼 격언처럼 마음에 품고 사는 생각을 여러 명화에 빗대어, 사회의 거대담론이 되어버린 사건에 빗대어 쓴 것이 일차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1980년생이라는데 빨치산에 대한 기억과 설화를 2017년에 쓰고 있어 의외기도 했다. 두 편의 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보다는 신형철 평론가가 해설에서 수록한 글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시인이 2011년 신춘문예 당선되었을 때 당선 소감으로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그 어떤 시보다도 그 당선 소감이 마음에 들었다. 

  “나의 상처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상처받은 사람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타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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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116
장석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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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시의 내용이 30대의 사람이 쓴 것인 줄 알았는데, 시인은 1955년생, 1979년 등단했다고 한다. 여러 작품의 시가 마음을 두드렸는데 특히 서교동과 연남동을 소재로 연작한 시들은 꿈을 향해 정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지금의 비루하고 남루한 현실이 언젠가는 명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곳을 도망치고 싶었으나 도망가지 않는 화자를 보면서 큰 공감을 얻었다. 베를린의 오전, 오후, 저녁을 소재로 한 시도 연작이라 좋았다. 시극은 처음 보는 형식이라 처음엔 대략 난감했는데 시의 변주, 변화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도라 생각한다. 화자의 감정과 의지도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다. 시인의 시는 처음 읽은 것 같다. 눈에 띄었던 것은 문장부호의 사용. 쉼표, 마침표, 느낌표까지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어떤 글이든 느낌표가 강조하는 감정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 나로선 작가가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 굉장히 많은 시를 필사하며 읽었고, 그의 다른 시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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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 2012 제3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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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으로 읽게 된 책으로, 생소한 작가였기 때문에 우선 작가 소개부터 읽었다. 작가 소개부터 남다르다. 웃기다.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또라이인가 작가가 또라이일까 궁금해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근한 화자가 유머를 잃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안내했다가, 다시금 뒤로 돌아가서 아까 여기부터 얘기했었어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재미있다. 2012년에 과연 53세 은퇴한 복싱 선수와 야설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문예 신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통할 수 있었을까 의아했지만, 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안내하는 이야기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면 라운드 11, 12 그리고 재기전에 이르면 작가의 진지한 자아가 출몰한다. 작품 후반부에 메모해 두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심지어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마저 재미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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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 시인선 32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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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두툼한 시집이다. 조금의 부담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놀라운 시들이라니. 왜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가장 놀란 시는 <몬테비데오 1980년 겨울> 이었다. 그리고 몇 편의 시는 필사를 하다가, 안 되겠다 소장해서 두고두고 열어봐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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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마리몬드 리커버 한정판) 문학동네 시인선 15
장석남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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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을 엮은 것이고, 내가 만난 시인의 시집으로는 두 번째이다. <새떼들로의 망명>에서는 모호함을 느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훨씬 정제되고 구체화된 심상을 느낀다. 마치 출가한 듯한 마음세계를 가진 시인을 만난 것 같기도 하다. 가을과 겨울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며 고요한 어느 마을에 거처하며 쓴 듯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성’을 바라보면서는 노역한 인부를 생각하는 치열한 삶의 중심에서 빗겨 나 있지는 않다. 어떤 시들은 시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특별히 내 마음을 두드린 작품은 <해변의 자화상>이다. 향수는 아니지만 그 물가를 그리워하는 그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보다 해맑은 마음.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한다. 향수가 아닌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나도 고민하게 되었고, 그 답을 찾고 있다. 

호젓하고 고요한 세계라고 표현할지 모르지만, 글쎄 시인이 이끄는 세계에서 만난 질문은, 고요한 마음은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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