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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ㅣ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낯익은 시구들이 눈에 띄었다. 일상의 잠언처럼 격언처럼 마음에 품고 사는 생각을 여러 명화에 빗대어, 사회의 거대담론이 되어버린 사건에 빗대어 쓴 것이 일차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1980년생이라는데 빨치산에 대한 기억과 설화를 2017년에 쓰고 있어 의외기도 했다. 두 편의 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보다는 신형철 평론가가 해설에서 수록한 글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시인이 2011년 신춘문예 당선되었을 때 당선 소감으로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그 어떤 시보다도 그 당선 소감이 마음에 들었다.
“나의 상처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상처받은 사람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타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