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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솔시선(솔의 시인) 3
허만하 지음 / 솔출판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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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1932년생이고, 이 시집은 1999년에 1판이 발행되었다. 그는 시집의 첫 장, 시인의 말(자서)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언제나 싱싱한 에스프리를 지닌 신인으로 있고 싶습니다.” 이 시집을 발행한 때 시인은 67세였을 것이다. 언제나 싱싱한 정신을 지닌 신인. 살아있는 내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언어에 대해, 정신에 대해, 고요히 침묵하여 그 깊이까지 사유할 것을 권하는 것이 모든 시에서 느껴진다. 시집의 뒤에 실린 해설에서 김우창 교수는 시인을 이렇게 평가한다. 시인은 쉬운 위안을 거부하고, 우리 시단에서 가장 가차 없는 시인이라고. 그의 시와 시적 탐구의 보기 드문 철저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내놓음에 철저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이 시집에서 감명 깊게 읽은 시, 필사한 시도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뜻한 바가 있다면 그 심연까지 올곧게 파고들라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나태해지고 대강의 것으로 타협하고 싶을 때 찾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집에서 특히 좋았던 시는 <사하라에서 띄우는 최후의 엽서>와 <상처>였다. 특히 <상처>에서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라는 말에 깊은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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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문학동네 시인선 113
유강희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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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고를 때까지 시인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그저 시집의 제목이 그날의 내 마음을 잡아끌어서 구입하고 읽게 됐다. 시집을 펼치기 전까지 시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읽었는데, 매우 섬세한 감성의 여성 시인이 쓴 글이라 생각했다. 제1부를 읽고 나서는 시인이 궁금해 찾아보게 됐는데, 1968년에 태어난 남성이라고 한다. 순간, 내가 갖고 있는 어떤 편견을 발견한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이토록 유려하고 아름다운 시를 쓴 이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 시집을 읽을 때, 내 마음이 힘들어서였는지, 한 장 한 장의 시가 한 구 한 구의 시어가 마음을 찬물로 씻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몇 편의 시는 수첩에 적어두었는데, <돌>, <사슴반>, <도토리 두 알을 위한 노래>, <돌아>, <현대시>, <눈이 오는 날엔 이렇게 하도록 하자>, <기형 눈사람>이 특히 좋았다. 뒤편에는 평론가의 시 해석이 실려있어 알게 된 사실인데 시집의 처음과 끝이 ‘돌’로 끝난다. 그저 시인의 시만으로 연결되고 싶어 평론가의 글은 읽지 않지만, 간과할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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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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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앞뒤 안 가리는 성격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손해 봐 온 나, 도련님. 이 책에서 도련님은 세상물정 모르는 이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스스로 지혜롭지 못하고 가슴만 뜨겁다고 규정한 주인공 나는, 그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느라 가족에게 미움 받는 존재다. 도쿄에서 나고 자라, 스물 셋에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으로 가는 나. 좁은 시골마을 사람들은 어딘지 약았고, 소문은 빠르기만 하다.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교감 빨간셔츠와 그 아래에서 아첨하는 미술교사 알랑쇠. 유일하게 나와 마음을 맞추는 수학주임 산미치광이, 교감에게 흔들리는 교장 너구리, 아름다운 여인 마돈나를 잃게 된 끝물호박. 빨간셔츠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교실의 학생들. 

  주인공이 맞닥뜨린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고 약삭빠르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부조리한 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세태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거부하고, 말일지언정 정의와 도리를 부르짖는데, 그럴수록 알랑쇠와 빨간셔츠에게 당하기만 할 뿐이다.

  학교를 구성하는 그나마 정상적인 인물들은 하나 둘 쫓겨나가고, 나 역시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교감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리고 도쿄로 돌아온다.

  하늘의 이치대로 순리대로 살고자 하는데 이를 가만두지 않는 사람들, 어딘지 속내를 감추고 이용하려 드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쯤 쉽게 희생양 삼아도 괜찮다는 사람, 권력으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는 그 속에 동화되기보다 떠나는 것을 택한다. 

  백년전에도 이런 인간유형들이 있었다니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불의하고 약삭빠른 인간들은 평생을 가도 계속 봐야하는 인간들임에 틀림없다. 다만 ‘나’와 불의한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그것에 종속되고 휩쓸려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선택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 때때로 블랙코미디의 덤앤더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를 상상하면 사뭇 진지하게 절망하고 좌절했을 인물이다. 시골 선생 할 때의 월급은 40엔이었지만 도쿄의 기차 기술자로 와선 25엔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 악마 소굴 같았던 시골에서의 삶보다 지금의 삶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주인공은 외롭게 정도를 갈 뿐이다.

  본문에 노자를 인용한 구절이 있는데, 그 구절이 인상적이라 남겨둔다.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지만 불의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은 호흡 빠르게 읽을 수 있고, 한 번 잡으면 쉽사리 놓기가 어렵다. 이상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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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솔시선(솔의 시인) 3
허만하 지음 / 솔출판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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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1932년생이고, 이 시집은 1999년에 1판이 발행되었다. 그는 시집의 첫 장, 시인의 말(자서)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언제나 싱싱한 에스프리를 지닌 신인으로 있고 싶습니다.” 이 시집을 발행한 때 시인은 67세였을 것이다. 언제나 싱싱한 정신을 지닌 신인. 살아있는 내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언어에 대해, 정신에 대해, 고요히 침묵하여 그 깊이까지 사유할 것을 권하는 것이 모든 시에서 느껴진다. 시집의 뒤에 실린 해설에서 김우창 교수는 시인을 이렇게 평가한다. 시인은 쉬운 위안을 거부하고, 우리 시단에서 가장 가차 없는 시인이라고. 그의 시와 시적 탐구의 보기 드문 철저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내놓음에 철저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이 시집에서 감명 깊게 읽은 시, 필사한 시도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뜻한 바가 있다면 그 심연까지 올곧게 파고들라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나태해지고 대강의 것으로 타협하고 싶을 때 찾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집에서 특히 좋았던 시는 <사하라에서 띄우는 최후의 엽서>와 <상처>였다. 특히 <상처>에서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라는 말에 깊은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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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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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심리 서적. 덴마크의 일자 샌드가 기존의 심리학 인간 유형의 지평을 넓힌 책이다. 대부분 민감한 사람이라면 내향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개중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30%가량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성향을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충고한다. 사람은 사람 수만큼의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린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사려 깊게 썼다. 만약 섬세하고 예민하게 주변을 받아들이고 있고, 게다가 개방적이고 친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자신의 상태를 주변인에게 말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데 쓰고,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쓸 것을 조언한다.

책의 중반에는 분노, 죄책감,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통찰이 있는데 매우 공감하는 내용이었고 한 차원 높은 분석을 해준 것 같아 배울 점이 많았다. 마지막 장에는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분석할 만한 지표로서의 테스트가 있는데 책을 모두 읽고 확인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역시나 저자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 그런 테스트만으로 자신을 규정짓지 말 것을 조언한다. 책장을 열면 쉼 없이 읽게 되는 재미있고 실용적이고 도움이 많이 되는 심리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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