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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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우울증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한 책.

우울증을 겪었던 저자는 같은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이들을 공감한다. 그들이 겪는 문제가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문제임을 짚고 설명을 이어간다.

뇌에서 발생하는 호르몬이 우리 몸과 감정을 상승나선이나 하강나선에 빠지게 한다. 각 호르몬의 긍정적인 활동을 위해 우리는 상승나선에 올라야 하는데, 이에 대해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세세한 방법을 함께 소개한다. 모두 과학적 근거가 풍부한 것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햇볕 쬐기, 운동하기, 감사하기, 잘 자기, 그저 사람들 가운데 있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가라앉았던 기분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들고, 그가 추천해준 몇 가지 것들을 당장 실천해 보니 평소 움직이지 않던 뇌의 어느 부분이 활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제안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 중간에 니체의 이런 말을 인용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진 사람은 삶의 어떤 방식도 견딜 수 있다.”

더불어서 조언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를 계획해서 소소한 성취를 계속해 가라고.

고독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의 우물을 들여다본다는 핑계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옹졸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당장 오늘 하루만 돌아봐도 고마운 사람들이 3명이나 있었다.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일기에 적어보니,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방식,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지금 당장 어제와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전문용어는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과학 서적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해 다시, 자주, 들춰보게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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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공산당 선언·공산주의 원리
카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박종대 옮김,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 미메시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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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프롤레타리아트 해방을 향한 선언문.

1848년 런던에서, 영국인 마르크스와 독일인 엥겔스가 독일어로 작성했다. 인터내셔널 하다.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후, 1883년 독일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근본사상은 대부분 마르크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역사 발전 과정에 대한 통찰과 각 계급의 특성 분석은 냉철하다.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계급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는데서 이 시대의 시민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공산주의 사상과 사회주의 체제는 스탈린 독재와 소련 붕괴, 중국 관료주의와 일당독재로 그 한계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선언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억압, 피억압 관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공산주의 체제는 분명 실패했다. 이는 마르크스가 인간을 선량한 존재로 믿었기 때문이라 본다. 슬픈 것은,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길을 가리키며 누군가는 음흉한 속셈을 갖는다. 인간은 생존 방식 자체가 이기적이다. 마르크스의 인간에 대한 신뢰가 비애감을 준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신음하면서도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자본주의에 가장 어울린다는 역설이 씁쓸하다.

유시민 작가는 <청춘의 독서>에서 공산당 선언을 책으로 볼 필요 없이 그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많은 문서를 통해 읽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렇게 출력했다면 아마 30페이지 정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공산당 선언뿐 아니라, 엥겔스가 주석을 붙인 공산주의 원리가 수록되어 있고, 연도별로 각 국가에서 이 책이 발행될 때 쓴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백미다.

격변하는 세계 속에 엥겔스가 계속해서 써내려간 서문들. 독일 사회주의 혁명을 열망했으나 파리 꼬뮌의 실패와 끝내 일어나지 않은 독일 사회주의 혁명. 사회주의 선언이라 부르길 망설여 공산당 선언이라 했으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회주의 혁명을 인정하게 된 그의 시선 변화가 각 서문에 담겨있다.

출판조차 두려워했던 당시 인쇄소, 마르크스 사후 단결된 프롤레타리아트의 분위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엥겔스의 마음, 초판 서문을 잃어버려 러시아본을 재번역해 다시 쓴 영문판 서문 등 공산당 선언의 출간 역사까지 같이 볼 수 있다.

유시민 씨의 조언은 경솔했다. 변혁을 원하는 이들은 숱한 고뇌와 고난의 시간을 거치고, 그것은 30페이지 문서에 정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열망과 단결된 프롤레타리아트가 주는 감격을 전달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유토피아를 꿈꾸던 이들의 열망과 에너지를 전달한다.

혁명에 실패한 역사를 씁쓸하게 보는 비애. 그럼에도 만국을 향한 그들의 힘 있는 외침이 굉장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 책은 슬프고 벅찬데, 차갑게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한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 유령이.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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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록 이태준 문학전집 15
이태준 지음 / 깊은샘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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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허 이태준의 산문집. 제목 ‘무서록’은 순서 없는 기록이란 뜻.

1904년에 태어나 월북하여 1970년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작가 이태준이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쓴 수필들을 모았다.

책 디자인이나 폰트가 옛 느낌이 물씬 풍겨서 사 두고도 책장 넘기기를 꺼리다가 읽었다.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진리가 되는 말이 많고, 타인의 주장을 수용하고 자신의 뜻을 피력하는 세련된 방식에 놀랐다.

작가론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초반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소설가로서 고민한 결과와 원고를 잃으면 통곡하고 말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쓰길 원했던 장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일제강점기의 글을 읽을 때는 그 시대상에 역사에 짓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대에도 개개인이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과 심성, 세상 민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상허 이태준은 집을 지을 때도 ‘날림’을 참지 못했는데, 이 수필집에서 미학적 완벽성을 추구했던 작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동양적 정취를 느끼고 감상하는 시선 또한 은근하다.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주에서 방문했던 동선당이라는 여성 복지단체를 자세하게 기록했으며 해방 후에는 국내에도 이런 공동체를 설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당히 진보적인 견해이다.

해방 후에 최우선의 해결 과제로 완전한 민족해방, 계급해방, 여성해방으로 순서를 정했다. 그가 인식한 문제들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이 순서를 뒤집어 해결해 보려는 것은 어떨지. 우선 과제의 순위를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가 이 시대를 같이 산다면 얼마나 정갈하고 부드럽게 사회를 진단해주었을지 소용없는 기대가 일었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지 않았으면 읽지 않았을 책인데,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의 소설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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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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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고성 지대, 마담 보바리의 소설을 따라가는 여정, 파리 기행, 인도와 아프리카 기행을 수록한 김화영 선생의 산문집.

내게 김화영 선생은, 그가 없었다면 알베르 카뮈도 장 그르니에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고마운 사람이다. 그는 프랑스 문학 번역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헌데, 첫 번째 챕터인 예술의 성을 읽는 것은 힘들었다. 관념적이었다. 아마도 유학 초창기에 썼던 글들이 꽤 있기 때문에, 프랑스 문학에 푹 빠져있던 젊은 날의 글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관념의 말들에는 보편적 진리가 표현되곤 하지만, 그것의 실체를 잡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가 은유하고 상징하려는 것들의 의미는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상상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번째 챕터부터는 나도 언젠가 이 길을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마담 보바리>의 배경이 되는 루앙부터 리-용빌 라베이 마을, 또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들라마르의 삶을 추적하며 성실하게 기록해 주었다. 기행문과 사진을 통해 소설의 배경이 소개되니, 다시 그 책을 펼칠 때면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리 기행 부분을 읽을 때는 반성했다. 나는 파리에서 3년을 살았는데, 그가 기록한 내용의 절반 정도만 알뿐 모르던 부분이 많았다. 프랑스인들이 빅토르 위고를 그토록 사랑했었다는 것을, 작가의 유언과 개선문에서의 장례식, 거리 이름의 유래까지. 루브르 박물관 건축사의 구체적인 정황들을 놓치고도 있었다.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준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 콩시에르주리, 루브르 박물관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문학지식을 바탕으로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가미하여 설명해 주었기에 게을렀던 나의 여정을 반성하게 되었다.

선생은 책의 말미에서 말했다.

“생명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기에.”

모든 것은 이별하기에, 생명은 이별해야 하기에, 삶은 이별 연습이라고.

언젠가부터 여행할 때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았다.

내가 가려는 곳들에 대해 더 공부하고, 그곳을 만나고 잘 이별하고 돌아오고 싶어진다.

공간의 여정뿐 아니라, 내 삶 속 사람과의 여정에서도.

공들여 이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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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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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다시 읽은 위대한 개츠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이 왜 그렇게 호평받고 미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는지 이해를 못 했다.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읽은 사람은 자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영하 작가가 번역한 판본을 읽으면서는 이해가 됐다.

데이지를 사랑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와 사랑 자체를 사랑하는 데이지, 빗나간 과녁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 1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가 미국의 분위기까지.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결핍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데이지를 선망하게 된 개츠비, 선망을 위해 달려왔던 그, 결혼한 데이지 앞에서도 긴장한 채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청년, 톰 뷰캐넌을 사랑한 적 없었다고 말하면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 것이라 말하는 눈먼 사람, 데이지의 살인마저 뒤집어쓰고 그녀의 연락만을 기다리다 끝내 죽음으로 향한 사람.

어떤 것을 향한 선망을 끝내 버리지 않는 개츠비에게서, 소설의 마지막 세 문단에서 마음을 두드리는 묵직한 어떤 것을 느낀다. 사실, 마지막 세 문단의 정교한 뜻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왜 이리 마음이 울리는지 모르겠다.

집념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개츠비가 위대했던 것은, 그 집념의 대상은 이미 처음 헤어지던 시절에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의미를 살려내려 했고, 버리지 않았고,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무언가를 이토록 사랑하고 끝끝내 기다려본 적이 있었던가. 앞으로의 날들에 내가 추구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의 의미가 퇴색된다 해도 본질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그리고 누군가를 한정 없이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인가 묻게 된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이번이 두 번째 읽은 것이었으니 세 번째는 언제 읽을까. 그때도 마음속에 웅웅거리는 이 여운을 느낄 수 있을까. 인간을 향한 벅찬 존경을 느낀다.

김영하 작가의 번역본이 훌륭한 것은 소설 자체의 번역과 해설에도 있지만, 작가 연표를 정리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의 삶을 함께 정리해 주었다. 피츠제럴드에 대해 아는 바는 적으나, 젤다와의 사랑과 작가적 경쟁관계, 파탄에 이른 정신세계가 눈길을 끌었다. 반려자가 있는 작가는 결코 혼자 창작해내지 않는다.


개츠비가 사랑한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 자신의 이미지였다해도,

약삭빠르게 도망가는 사람들 틈에서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과 믿음, 기다림은 위대했기에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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