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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별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평점 :
칠레를 대표하는 작가 로베르토 볼랴뇨. 그의 작품 중 <먼 별>을 추천받아 읽었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렇게 당혹스러운 소설은 처음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1장에서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 창작 교실로 시작해 살인으로 끝났으니 이후의 전개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칠레 정치 상황이 은근히 나타나는데, 주로 번역자의 주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정치 상황 속에서 시인들, 문인들의 행태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8장 이전까지는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드디어 8장에 이르러서야 서사가 완성되는 것인가 싶은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읽은 것인지 아리송한 때, 이야기가 끝난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소설을 읽는 동안 번역자가 붙여놓은 주석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투덜거렸는데, 마지막에 번역자가 쓴 해설을 읽지 않는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이렇게 불친절한 서사가 칠레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란 점, 또 이 작품을 2만 권의 소장 도서 중 100권의 추천도서에 넣어준 미지의 작가님의 뜻, 주석에 짜증 나다가 마지막 번역가의 해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이 반전. 초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1~3장의 힘은 중간에 어딘가로 쓱 빠져버리고 다시금 8장에서 힘을 되찾지만 10장에선 그야말로 알아먹기 힘든 결말이 지어지는데.. 나의 내공 부족을 이해하지 못함의 원인으로 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