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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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는 시구로 더 유명한 시집.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철길을 놓으며 앞으로 가는 삶을 담담히 응원하는 다른 시들로 한껏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시집이다. 제5부에 이르러서는 전교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데, 시의 한계일지 독자로서 나의 한계일지 그들 사상에 동의하는 데에 그치고 만다. 어떤 시들은 타인의 악행을 지켜본 것을 고백하는 데에서 그치기도 하는데, 보복 서사에 익숙해진 나는 그런 고백이 허무하기만 한다. 객관성일까, 거리두기일까,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일까. 일부의 시는 그런 방식이다. 읽는 내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구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전교조 해직 노동자로서의 삶은 구체적으로 묘사가 되지만, 이상의 모호성에 대해서 느껴지는 허무를 느끼는 것은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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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증보판 창비시선 20
신동엽 지음 / 창비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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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만 알고 있던 나의 무지를 반성하게 된 시집이다. 시인이 바라보는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들고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대단히 장엄한 문체로 펼쳐졌다. 때로는 산골의 수줍은 범부의 삶 같다가 때로는 역사의 광장에 불려 나온 지사 같다가 때로는 그 굴곡진 삶을 온몸으로 살아야 하는 나와 같은 인간의 삶이 녹아있다. 의외였던 점은 시어에 시대가 끈덕지게 붙어있다는 점이다. 신동엽 시인보다 앞선 시대에 작품을 남긴 이상, 이육사, 백석의 시를 읽을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시어의 올드함이 불현듯 다가온다. 그건 아마도 이 시대가 근현대의 삶과 풍경을 빠르게 지워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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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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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발행할 시인 50명의 시 한 편과 산문 한 편씩을 수록한 티저 시집이다. 시인을 만나게 해주는 새로운 형식에 호기심이 일었다. 시인이 선정한 한 편의 시와 시에 대한 혹은 어떤 사유에 대한 산문 한 편씩을 만나게 되어 재미있었다. 50명의 시인을 한 권에서 만나다 보니 일정한 톤이 아니라 시인의 개성이 눈에 띌 때가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그들은 쓸쓸함과 슬픔에 대해 통렬하게 느끼며(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 시를 어떻게 쓸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어떤 시는 부드러운 듯 물컹하게 시작되는 듯하다가 일상의 아픔을 날카롭게 후벼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남지은의 <테라스>가 그랬고, 홍일표 작가는 시와 산문이 모두 좋았다. <원반던지기 선수의 고독>과 산문 <장소 밖의 장소>가 그랬다. 이미 시집을 통해 만났던 장석주, 이수정 시인은 다시 만나 반가웠고, 시보다 좋은 산문도 있었다. 다양한 시를 만나 내 마음이 말랑해지는 순간이 되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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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135
장경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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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도 어려운 책.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서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새삼 도서관 서비스의 고마움을 느낀다. 부드러운 듯한 어조에서 힘이 느껴지고, 힘을 주지 않았는데 사유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굉장히 많은 시들을 필사하며 읽었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이자(利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흔적으로 내게 주어지는 영광이기도, 나의 치부이기도, 내가 갚아야 할 부채이기도 한 것처럼 느껴진다. 내 삶의 이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겨울을 열고 나가면 봄이 있을 것처럼 내 삶의 이자가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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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별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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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를 대표하는 작가 로베르토 볼랴뇨. 그의 작품 중 <먼 별>을 추천받아 읽었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렇게 당혹스러운 소설은 처음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1장에서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 창작 교실로 시작해 살인으로 끝났으니 이후의 전개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칠레 정치 상황이 은근히 나타나는데, 주로 번역자의 주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정치 상황 속에서 시인들, 문인들의 행태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8장 이전까지는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드디어 8장에 이르러서야 서사가 완성되는 것인가 싶은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읽은 것인지 아리송한 때, 이야기가 끝난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소설을 읽는 동안 번역자가 붙여놓은 주석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투덜거렸는데, 마지막에 번역자가 쓴 해설을 읽지 않는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이렇게 불친절한 서사가 칠레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란 점, 또 이 작품을 2만 권의 소장 도서 중 100권의 추천도서에 넣어준 미지의 작가님의 뜻, 주석에 짜증 나다가 마지막 번역가의 해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이 반전. 초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1~3장의 힘은 중간에 어딘가로 쓱 빠져버리고 다시금 8장에서 힘을 되찾지만 10장에선 그야말로 알아먹기 힘든 결말이 지어지는데.. 나의 내공 부족을 이해하지 못함의 원인으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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