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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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성공회대에서 강의하셨던 내용이다. 5천 년 동양 사상의 주요 맥락과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법가를 다루고 있다. 대학 한 학기 수업을 책으로 며칠 만에 읽자니 머릿속에 내용을 넣는 데 한계가 느껴졌다. 

선생께서 강조하는 내용은 존재론을 기반으로 한 서양 사상과 다르게, 동양 사상은 관계론을 기반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존재론은 결국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고 외부에서 절대자를 끌어와 설명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자본주의 윤리>에서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 

시경으로부터 법가까지, 그 사상들이 태동하고 그 사회의 통치이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하고, 대표 사상가들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다.

관계론에 기반해 해석하고 설명하기 때문에, 그 사상들이 갖는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고 현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논어와 맹자에서 유학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게 되었고 노자와 장자에서는 피상적으로 알던 것의 참 의미를 알게 된다. 묵자에 와서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데, 엄격하고 고독했던 세계사 최초의 좌파 사상가를 만나게 된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순자는 천명론을 부정하고 천론을 펼친 관계로 송나라 주자에 와서는 유학의 이단으로 취급되지만, 그의 객관성이 법가의 시작을 열 수 있었다. 한비자는 눌변이었으나 엄격한 법치를 주장하는 한편, 군주는 술치(권모술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문수학한 이사의 간계로 진시황에게 초대되어 갔다가 독약을 받게 된다. 권모술수에 능한 그가 그것에 당하는 역설, 중국을 지배하는 사상의 양대 산맥은 공자와 노자이지만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한비자의 법가사상이 필요했던 것 등 역사의 아이러니와 사상과 사회의 맥락이 놀라웠다. 한편, 한비자를 죽게 한 이사는 군현제와 관료제, 법치로 진나라의 초석을 닦는다. 이 제도는 20세기 신해혁명까지 중국을 지탱하는 제도가 된다.

강의를 마치며 불교와 송나라의 신유학, 양명학 등까지 두루 설명하는 이 ‘강의’는 두고두고 공부해야 할 책이다.

무엇보다 그 사상들이 모두 관계망에 기반하고, 실천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논리로 점철돼버린 자본주의 패권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내가 실천해야 할 방향이 과제로 주어졌다.

법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상은 당시 군주에게 채택되지 못했음에도 5천 년을 이어왔다. 역사에서 잠시 사라졌던 묵자의 사상은 2천 년 후 중국공산당에 의해 소환되었다가 통치이념에 맞지 않자 비판받는다. 

높은 이상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도록 그 사상 속에 녹아있는 인식과 성찰, 실천을 고민해야겠다. 머리로만 생각해 관념 속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사상은 사람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인데, 이는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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