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며 외딴곳에서 카페를 하는 주인공 나에게, 아내가 사라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남자 뤄이밍의 딸인 뤄바이슈가 찾아온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은 은행장인 뤄이밍,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고 싶다는 뤄바이슈. 바이슈에게 지난 세월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소설.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가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장편소설. 자본주의 양극화 사회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자연재해(지진)와 전염병(사스)이 끼어들자 소시민의 삶에 슬픔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만의 정서 '비정'의 맥을 이었다는 평론가의 평이 붙어있다. 주인공은 뤄이밍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고 "적은 꿈속에서 파멸시키고 벚꽃은 침대 옆에 흐드러지게 피었네."라는 문장을 남긴다. 어설프게 화해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아내를 기다리는 삶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기다림이 삶에 대한 체념인지 희망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겠다. 일본풍인 듯하면서도 대만의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소설.
이 소설과 대만 영화와 드라마들을 보고 대만에 다시 가보고 싶어졌는데, 대만인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이해하고 느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