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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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를 기다리며 외딴곳에서 카페를 하는 주인공 나에게, 아내가 사라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남자 뤄이밍의 딸인 뤄바이슈가 찾아온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은 은행장인 뤄이밍,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고 싶다는 뤄바이슈. 바이슈에게 지난 세월을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소설.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가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장편소설. 자본주의 양극화 사회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자연재해(지진)와 전염병(사스)이 끼어들자 소시민의 삶에 슬픔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만의 정서 '비정'의 맥을 이었다는 평론가의 평이 붙어있다. 주인공은 뤄이밍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고 "적은 꿈속에서 파멸시키고 벚꽃은 침대 옆에 흐드러지게 피었네."라는 문장을 남긴다. 어설프게 화해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아내를 기다리는 삶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기다림이 삶에 대한 체념인지 희망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겠다. 일본풍인 듯하면서도 대만의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소설.

이 소설과 대만 영화와 드라마들을 보고 대만에 다시 가보고 싶어졌는데, 대만인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이해하고 느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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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문학과지성 시인선 532
이영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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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기 사유의 샘에 깊이 빠져있는 듯하다. 절망적이고 암울한 날에 대해 기록하고 싶은 욕망과 기록할 수 없는 무기력 속에 홀로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편적 서정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섯 편의 시는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 필사해 둔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 속에서 왜곡될 수 있고, 기록되는 것은 기록되는 순간 왜곡될 수 있다. 기록과 문장에 대해 시인은 왜 그리 두려워했을까 생각해 본다. 시인의 정체성이란 생과 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은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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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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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의 목표는 마음을 경영하는 일이라는 시인. 척박한 현실에서 자본주의적인 목표만 세우고 사는 내게는 생경한 목표다. 단어 하나, 감정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에 대해 사전을 써 내려가듯 풀어주는 책. 이 책을 읽으면 스스로가 들여다보지 않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나만 느끼는 외로움, 쓸쓸, 자책이 아니라는 듯, 시인이 해주는 단어 풀이가 머리를 통해 마음으로 들어와 박힌다. 세계를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으면서도 갱생하는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듯, 누구나 이불킥 하며 어제의 실수를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듯, 나에게만 예민한 사람은 무심한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언짢지 않게 일러준다.

두고두고 찾아보고 펼쳐보게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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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시인선 38
오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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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국어사전을 펼치고 단어를 본다는 시인은, 언어를 포근하게 다룬다. 자본주의 세계도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잔인한 세계를 적확하게 그려낸다. 창작자의 아픔이 느껴지는 몇몇 시들에서는 그럼에도 희망을 보게 한다. 지금도 간간히 SNS 상에서 시인에 대한 독자들의 칭송을 본다. 2013년에 나온 이 시집을 시작으로 시인의 세계를 알아가고 싶다.

마음에 드는 시가 많이 있어, 필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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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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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책. 책과 관련된 책 전문 서점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책을 물어보면 아저씨가 “있다마다요!” 대답하고는 다 찾아준다. 조금 희귀한 책, 책과 관련된 도구, 책과 관련된 일, 책과 관련된 이벤트, 책과 관련된 명소, 책 그 자체에 대해, 도서관 서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서점에 유일하게 없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확실한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

책을 중심으로 상상력을 그려나가는 게 재미있다. 보면서 빙긋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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