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일기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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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민석이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쓴 일기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머물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여행하며 받은 인상들에 대해 썼다. 여행기라기보다 춥고 어둡고 외로운 곳에서 와이파이와 따뜻한 물의 결핍 속에 체류하던 때의 일기다. 고독이 익숙할 것 같은 작가도 외로울 때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그의 곁에 국적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돌이켜 보니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줬다는 것을 보았다. 과연 내가 90일간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금방 어두워지는 도시에 머문다면 사람 사이에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묻게 되는 책이다.

최민석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글이 자꾸 웃게 만들고, 어른스러운 사람은 말을 한 번 더 삼킨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사람은 변하는데, 베스트 버전으로 변하면 된다고 조언해주는 친구가 있는 것이 부러웠다. 나도 조금 더 어른다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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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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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삶으로 단편처럼 등장했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각자에게는 익명이지만 독자에게는 다정하고 포근했던 인물이며, 넓고 얇은 그물처럼 얽혀 살던 사람이다. 인물들마다의 에피소드를 보여줄 때, 극악 무도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너그럽고 사려 깊게 대처한다. 그래서 각 인물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마지막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마지막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 그 인물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사려 깊은 인물들이 불의의 사고를 대처하는 방법에 마지막 안도를 느낀다. 다정하고 다감한 소설이다. 어쩌면 사건이 없는 인물 이력서를 보는 기분도 들지만, 이런 소설도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이 든다. 51명의 인물 중 정다운 편에서는 눈물이 났다.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와 자살을 결심한 어머니와 그 모든 마무리를 책임져야 하는 어린 정다운. 그럼에도 침착하고 갓 태어난 동생의 흙빛 안색에 마음 아파하고, 오래전 헤어진 친구에게 전화하는 그 순간, 또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던 친구의 일화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라면 어렵지만, 모든 인물 중에서 정다운이 가장 슬펐다.

함정이라면, 중간중간 교차되는 인물의 삶이 있는데 어느 순간 인물들의 이름을 잊었기 때문에 그 인물의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는 것. 3개월의 달력마다에 그 달에 읽어야 할 책으로 써놨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리다가 이제야 읽었다. 읽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참! 인물들의 이름을 빚졌다고 말한 작가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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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시인선 111
이현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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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가 찾고 있던 시집을 읽은 기분이다. Side A에서는 사랑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 거부당한 마음을 Side B에서는 ‘나’의 마음을 깊이 파헤쳐 들어간다. ‘감각하지 못하는 자가 소유하려 한다’는 시구에서 공감하듯 나의 마음, 외부 세계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생각하려 들지 않고, 당위적으로 일상적으로 살고만 있다. 그런 나에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시집. 정말 여러 편의 시를 필사하며 읽었는데, 2018년 10월에 1쇄를 찍고 2019년 1월에 4쇄를 찍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장 가치 있는 시집. 이제 내 마음으로 들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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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인생노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종옥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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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수많은 작품이나 전집에서 추린 인용문구들. 길고 복잡한 주장에서 하나의 사상을 뽑아 표현을 분명하게 하고 톨스토이의 단어로 바꾼 것도 있다 한다. 단순히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옮기는데 목적이 있지는 않고, 일반 대중들이 매일매일 쉽게 읽고 접하여 그들의 위대한 지적 유산들을 활용하자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책이 아니었으면 존 러스킨 같은 철학자는 이름도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톨스토이의 펴낸 뜻은 깊이 공감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다만 어떤 말들은 워낙 고리타분할 정도로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시대에 선으로 악을 응징해야 한다는 것 같은. 그러나 도움 되는 구절도 꽤나 있다. 신은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것, 그 신을 만나기 위해 깊이 사색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속 신이 있는 항구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 이런 말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지금 당장 사색에 잠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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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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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의 고통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아픔을 겪고 극복하며 살아가기에, 고통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시집은 타인의 아픔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다.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가도, 남은 자리에서 꼬리를 움직이며 시선을 유인하는 모습. 그것이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그려준다. 의심하면서 안심하는 마음, 불안으로 불안을 넘기기도 하는 마음, 꽃병에 락스 한 방울을 넣으며 나는 이번 생을 연장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마음까지. 상당 부분 타자에 대한 고통을 공감하는 데서 연유한다.

30대의 감성으로 쓴 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시인은 1955년생이라고 한다. 부드러운 어조와 섬세한 감성에서 내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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