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51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삶으로 단편처럼 등장했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각자에게는 익명이지만 독자에게는 다정하고 포근했던 인물이며, 넓고 얇은 그물처럼 얽혀 살던 사람이다. 인물들마다의 에피소드를 보여줄 때, 극악 무도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너그럽고 사려 깊게 대처한다. 그래서 각 인물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마지막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마지막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 그 인물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사려 깊은 인물들이 불의의 사고를 대처하는 방법에 마지막 안도를 느낀다. 다정하고 다감한 소설이다. 어쩌면 사건이 없는 인물 이력서를 보는 기분도 들지만, 이런 소설도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이 든다. 51명의 인물 중 정다운 편에서는 눈물이 났다.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와 자살을 결심한 어머니와 그 모든 마무리를 책임져야 하는 어린 정다운. 그럼에도 침착하고 갓 태어난 동생의 흙빛 안색에 마음 아파하고, 오래전 헤어진 친구에게 전화하는 그 순간, 또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던 친구의 일화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라면 어렵지만, 모든 인물 중에서 정다운이 가장 슬펐다.

함정이라면, 중간중간 교차되는 인물의 삶이 있는데 어느 순간 인물들의 이름을 잊었기 때문에 그 인물의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는 것. 3개월의 달력마다에 그 달에 읽어야 할 책으로 써놨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리다가 이제야 읽었다. 읽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참! 인물들의 이름을 빚졌다고 말한 작가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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