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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야, 조선을 적셔라 ㅣ 숨 쉬는 역사 11
조경숙.이지수 지음, 원유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좋은 군주는 백성들의 삶을 잘 보살펴야 한다. 백성들의 고충을 잘 헤아리고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게 신경 써야 제대로 된 군주인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 4대 왕인 세종이 집권하던 시기다. 세종은 수많은 업적을 이루며 가장 찬란한 시기를 이루었으며 서민들의 고충도 잘 헤아렸던 군주로 평가받는다. 특히 천문학과 과학의 발전이 두드러졌던 때이기도 하였다.
제아무리 뛰어난 군주라도 자연 앞에 선 한낱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시절 군주는 곧 하늘이자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므로 군주의 덕망과 날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한 해 농사로 먹고살았던 서민들은 날씨가 정말 중요했다. 비가 와야 하는 시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그 해 농사를 망치게 되고 그러면 수많은 이들이 굶주림으로 허덕였다.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농업기술을 향상시키고 자연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었다.
세종뿐 아니라 문종은 나라의 가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원스럽게 한 번만 내려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 비는 내리다 말다 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마음을 달래는 길은 하늘에 비는 것뿐이다. 기우제라도 지내서 비가 양껏 내려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 시절 비의 양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해마다 곤욕을 치른다. 그래서 문종은 비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야기는 측우기를 만들게 된 이유와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측우기가 왜 필요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측우기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재미난 동화로 엮었다. 측우기의 생김새나 사이즈를 정확하게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측우기가 유일하게 한 점뿐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기술 면에서는 1442년 이천·장영실(蔣英實)이 우량(雨量) 분포 측정기인 측우기(測雨器)를 제작하였는데, 이는 1639년 이탈리아의 B.가스텔리가 발명한 측우기보다 약 200년 앞선 것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조의 딸인 평창은 호기심이 많고 천방지축이긴 하나 똑똑하고 성품이 바른 어린이다. 하는 행동이 정말로 천진난만하다. 게다가 붙임성도 좋다. 평창을 돌봐주고 있는 소화를 무척이나 따른다. 하지만 나라에 가뭄이 심해지자 국비를 줄이기 위한 직책으로 궁녀 수를 줄이기에 이르고 소화는 궁 밖을 나가게 된다. 어린 평창에게 소화의 부재는 무척 큰 상실감을 가져다주는데 보는 나도 마음이 짠했다.
하지만 온 나라가 가뭄 때문에 걱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마당으로 뛰어나가 호미로 땅을 파보거나 흙 속에 손가락을 넣어보며 얼마나 비가 왔는지 쟤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기특하다. "사내아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꼬"라는 문종의 대사를 보니 참말로 그러했나 보다. 그런 모습을 기특하게 여긴 문종은 평창에게 나랏일이라며 중요한 임무를 하나 맡기게 된다.
세종은 나라의 근심이 커지자 몸이 부쩍 좋지 않게 되고 그런 세종을 지켜보던 대신들과 문종은 온천을 권한다. 하지만 나라에 가뭄이 심한데 온천은 과욕이라며 자꾸만 거절하지만 몸이 더 안 좋게 되자 온천욕을 떠나게 된다. 대신들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떠났던 문종은 궁으로부터 급한 전갈을 받게 된다. 흙비가 내렸다는 소식이었다. 나라에 흙비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입궐을 해야 마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데 만에 하나 흙비가 아닌 송진가루라면 왕의 온천행은 별반 차도 없이 끝날 것만 같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 궁으로 보낸 내관에게서 좋은 소식을 받게 된다. 평창이 맡았던 임무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그러한 과정을 그리며 측우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가뭄과 홍수를 어떻게 대비하는데 유용하게 쓰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수차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한심한 관리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무식한 농부의 말이라며 무조건 까고 보는 자세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농사도 지어보지 않은 것들이 어찌 농부보다도 농사일을 잘 알 수 있을까. 예조 판서의 사대주의에 너무 화가 난다. 문종의 따끔한 훈계에 속이 다 후련하다.
이렇듯 군주가 선견지명이 없고 현명하지 않으면 나랏일을 크게 망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국민들도 더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수차를 보며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했던 농민처럼 말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의견을 말해도 귀 기울 지지 않는 군주라면 묵살되기 일쑤니 무엇보다 군주가 세상사에 밝아야 한다.
그 시대의 유물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이런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정교하고 과학적인 지도 알 수 있어 놀랍다. 측우기뿐 아니라 강물의 높이를 재던 수표의 역할도 살펴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보충 설명 페이지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설명해 주기에도 좋다. 평창이 어떻게 나랏일에 큰 힘이 되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아이와 함께 활동지도 해 보았다.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를 방문하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지가 있다.
활동지는 독서 전-생각 그물, 독서 중-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후-독서 토론·토의 총 3차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의 생각을 쓰는 것이나 낱말퍼즐도 어렵지 않게 풀어볼 수 있다.
항상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는 걸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었는데 활동지가 풍성해서 정말 도움이 되었다.
엄마표 학습지도로 정말 좋으니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