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상인 ㅣ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익히 알고는 있으나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 전집 그 첫 번째 시리즈이다. 베니스의 상인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영화를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생애 희곡 작품은 처음 접했기에 상당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책은 서두에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해석을 내놓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돕고 있다. 선과 악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인종적 편견과 종교적 위선 그리고 나아가 자본주의의 문제점 등 폭넓게 해석할 수 있음을 전한다. 그것을 또한 한국인의 관점으로 오버랩한 점도 좋았고 특히 번역의 한계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는 좀 더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비교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어서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베니스의 상인이 비극과 희극의 중간지대로 각 인물들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대변하고 항변한다는 점을 중점으로 두고 극을 읽어내려 갔다.

초반부터 극의 대사에 혼자 터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올드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대사들과 말장난들이 명언처럼 꽂히기 시작했다. 심지어 줄치고 곱씹으며 소리 내서 읽다 보니 더 매력적이었다. 번역자의 말처럼 매끄러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유명한 작품이니 만큼 이미 많은 이들의 리뷰를 통해 여러 해석을 만나보았겠지만 샤일록이란 인물에게서는 악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가 애매했다. 그가 사람의 인육을 조건으로 내걸며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이미지를 고수했지만 그가 왜 그렇게 변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세 유대인의 박해에 관한 역사 책을 보며 그 끔찍함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오래도록 이어져온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악착같은 울분으로 드러난 것 같았다. 샤일록의 긴긴 대사만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안토니오가 그에게 기독교 개종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위선과 오만에 역겨움도 느껴졌다.

샤일록 "어르신, 지난 수요일에 저한테 침을 뱉고, 어느 날인가는 저에게 발길질을 하고, 또 언젠가는 저를 개라고 불렀지요.
이런 예우를 받은 대가로 저는 그런 거금을 빌려드리겠나이다." -p.63

샤일록  아무 잘못이 없는데 무슨 심판을 두려워하겠습니까? -p.164

포셔란 여인은 지성이 넘치고 현명해 보이긴 하나 외모를 중시하고 재판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이 드러나 위선적 면모가 드러난다. 많은 구혼자들을 세 가지 상자로 시험에 들게 하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치밀한 계략인 것 같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계약서에 대한 해석도 다소 억지스러워 그녀를 마냥 뛰어난 인물로 그려낼 수 없었다. 마지막에서 바싸니오를 테스트하며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사랑을 재차 확인하고자 함이었는지 의아하기도 하였다.
오히려 그녀의 하인 네리사가 오히려 좀 더 현실적인 충고를 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포셔 누가 상인이고 누가 유대인입니까? -p.170

네리사 아가씨, 아가씨의 불행이 행운만큼이나 많다면 그렇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보는 바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포식하는 사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중용을 지킨다는 것은 적지 않은 행복이랍니다. 지나치면 너무 일찍 흰머리가 늘게 되지만, 적절한 도를 지키면 장수한답니다. -p.49

바싸니오는 우정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긴 하나 포셔를 선택함에 있어 그녀의 재산이 먼저였다. 그는 부의 축적과 확장이 목표인 인물이다. 또한 곳곳에 그의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대사도 드러난다. 그렇게 소설 속 인물들의 선과 악의 분명한 경계는 보이지 않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삶을 조종한다. 셰익스피어가 사회를 향해 가졌던 무수한 생각들이 베니스의 상인에 녹아있는 듯하였다. 그 외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 다른 번역작도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