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겐 일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zard. 대학시절 자취방 음악채널에서 일본 오리콘 차트가 소개되는 그 짧은 찰나 난 그녀의 음악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이곳에 소개된 여러 저자들도 하나같이 우연한 경로로 일본을 접한다. 그리고 그 마음한켠에 머물렀던 불씨는 점점 커지게 되고 낯선 일본에서 삶의 의지와 열정을 피우게 된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그때의 그 열정이었으면 나도 분명 가능했을 텐데 쉽게 현실에 안주해버린게 후회가 되기도 했다. 2외국어로 일본어도 배웠었고 대학시절도 꾸준히 놓지 않고 있었는데 한국을 떠난단 생각조차 가져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용기가 선뜻 없었다는 게 맞겠다. 그래서일까, 책을 끼고 있는 내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쓸데없는 미련과 밋밋하게 보낸 인생의 안타까움에 아쉬운 마음을 다독였다.

이 책은 15명의 일본 체류담과 일본인 한 분의 한국생활을 담고 있는데 그 기간은 6개월부터 15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이 몸소 느낀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시간적 거리와 비례하진 않는듯하다. 그들의 경험담이 베여있는 책장에서 일본의 따스함이 내 몸 곳곳으로 옮아갔고 그리고 내가 가졌던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물론 내내 좋은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으찌 모두 달콤하기만 하였겠는가. 하지만 누구나 타지에서 무언가 혼자서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기특함은 분명 안 좋았던 순간들마저 덮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경험일 것이다. 고난은 배가 되어 나를 성장시켰을 것이고 좋은 인연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경험은 행복했을 것이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담아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 경험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제공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 중 일본인을 향한 시선과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적대감 등은 많은 이들에게 일본을 바라보는 눈을 걸러줄 것이다. 한일관계에 관한 기사만 보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들 국민 개개인과 동일시하는 건 더욱 양국 관계를 안 좋게 하는 일인 듯하다.

책에서의 경험담들은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느낌을 전하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일본과 생활지로의 일본은 분명 느낌이 다를진대 저자들의 이야기엔 하나같이 설렘과 색다름이 전해진다.
워킹홀리데이로 시작해 취업비자를 얻어 그곳에서의 삶을 연장하는 이들부터 결혼을 해서 정착한 이들까지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한국과 비슷한 풍경에 금세 익숙함을 느끼다가도 들려오는 언어가 다른 일본에서의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였고 고생도 즐길줄 아는 여유도 누린다아르바이트의 달인이 되면서 살아가는 법도 덤으로 배워나간다. 그래서일까, 그들 각자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양진옥님의 경험담이었다. 무작정 일자리를 요구하며 들이댄 첫 알바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눈물의 졸업식은 내가 부모님이 된 것 마냥 대견함을 느끼기도 했다. 참 대단한 추진력을 가진 분인 것 같았다. 더불어 취업에서 차별에 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 편견을 극복할 기회도 가진다. 과감한 결단력과 낙천적 성격은 한국에서 단조로울뻔했던 그녀의 삶을 뒤바꾸어 놓은듯했다.
료칸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자신의 적성을 찾은 분도 인상깊었고 아이키도에 빠져 일본을 찾은 후 운동 중 관절을 다쳐 고생하다 발 차기 한방으로 고치게 된 사연에 마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국적이 다른 커플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양국의 관계였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는 그렇듯 다양한 경험담을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아이키도를 사랑했던 저자가 쓴 논문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속담에 비유해서 해석해놓은 글이 인상적이었고 그 외 다른 분들의 글 곳곳에도 일본인들의 장점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일본의 느긋함과 인내심이 옮아 왔음 싶었고 공공질서를 지켜서 만든 쾌적한 거리 조성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일본은 아르바이트의 문도 넓고 기회의 벽도 높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성실함 하나면 어디서든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과 한류열풍으로 인해 한국인을 반기는 시선도 많아진 점은 더욱 일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낯선 곳에서 시작은 되려 아는 이가 없어 더욱 홀가분할 수도 있기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 비교하고 비교당해도 되지 않는 삶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인생이 힘든 순간은 어떠한 형태로든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용기라는 에너지를 만나면 더 나은 경험과 인생의 지혜를 던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한 이들에겐 기회의 문이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 순간을 인지하고 열어젖힌다면 새로운 빛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그런 용기가 부족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외국이든, 언어이든 지금까지 새로울 것 없던 인생에 기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지금 내게 일본에서 한번 살아보는 건 어때?라고 누가 묻는다면 예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뭇거리기에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