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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아일랜드 작가 매이브 빈치의 마지막 소설인 그 겨울의 일주일은 그녀 사후에 출간된 소설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자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답게 티저북만으로도 그러한 느낌이 뿜어져 나온다. 티저북이라는 독특한 이벤트는
처음인데 극작가의 면모가 느껴져서일까 전반적인 예고편을 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언젠간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고 아일랜드의 역사와
지형에 관심이 많았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아일랜드는 지형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뒤로하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영국의 오랜 지배와 감자 기근 등 살기가 어려워지자 대규모 이민을 야기했고 지난 1970년대 경제 위기는 매년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땅을 등지고 희망을 찾아 떠나게 했다.
이곳 작은 마을 스토니 브리지의 풍경도 여느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고 젊은이들에겐
더더욱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치키는 대단하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사무직이 만족스러웠고 일상을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훤칠한 미남 월터 스타에게 홀딱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진 말이다. 그녀에게 월터는 사랑이자 자유였다. 가족의 멸시와
비난 따위는 뒤로하고 그를 따라 뉴욕으로 건너가지만 어느새 사랑은 식고 순식간에 이별은 찾아온다.
자유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고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거라곤 자존심뿐이었다. 그곳에 남아 무슨 일이든 할 각오로 버텨낸다.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거짓은 방패막이 된다. 떠나간
월터를 불의의 사고의 희생자로 둔갑시키며 자신을 지켜나간다. 그렇게 사는 법을 배웠나간것이다.
타지에서의 아픔은 향수로 젖어들기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관계도 녹아내린다.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가 떠나가는 동안 행운의 여신은 그녀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미스 퀴니와
스톤브리지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칠 계획을 준비한다. 그녀를 신뢰했던 미스 퀴니는 이미 그녀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그녀와 함께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탈바꿈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평온하게 떠난다.
소설은 치키를 시작으로 다른 인물들을 내세우며 엮어나가고 있다. 스톤하우스를
중심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은 그곳이 의지할 공간이자 활력의 장소였다. 적당한 거리와 믿음을 제공하는 치키는 스톤하우스에게 쏟는 열정만큼
주변인들도 신경 쓰며 조언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스톤하우스로 도망쳐 오게 된 리거, 집을 떠나 직장을
다니고 있던 똑똑한 조카 올리는 스톤하우스를 재건하는데 일조하며 각자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달아났어" 치키가 말했다.
"네 엄마도 달아낫고, 나도 달아났지. 너도 달아났고. 언젠가는멈춰야 해. 지금 멈추도록
하자." -p.81
이처럼 티저북은
스톤하우스가 완공되는 이야기까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땅 아일랜드의 스토니브로지를 찾는 이들은 어떤 사연을 안고 있을까. 때론 잘 아는 이들보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부담이 없을 때가 있다.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네 인생사 뭐 별거 없다는
평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겨울의 내 마음을 두드릴 그들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