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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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참 아름다운 이야기. 내겐 더없이 그랬다. 한 남자의 일생은 달이 점점 차오르며 만들어내는 모양새처럼 큰 덩어리의 시간 안에서 무수한 변화를 맞이한다. 그는 어릴 적 바라본 달의 변화에 공상의 날개를 달았고 그렇게 뱃사람이 되었고 소설가도 된다.
그에게 불운의 시간은 아버지와 함께 한 성장기뿐이었을뿐 그의 인생은 도전 속에 우연이라는 행운이 더해진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삶들은 훗날 운명 같은 우연을 가져다준다.

삶은 이렇게 우연과 선택과 방향 전환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p.143

밀 농사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폴은 생각이 잦고 상상을 즐기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태생이 지독한 농사꾼이었던 아버지에게 폴은 성에 차는 일꾼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냉대와 형제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따스한 어머니의 손이 있었고 학교 선생님은 인생의 방향을 다져주었다.
그러는 사이 마을은 전쟁의 시작과 끝을 통과해가고 있었다. 전쟁의 끄트머리, 증오로 마을이 들끓던 그 자리에서 폴은 연민과 인간애를 끌어안고 독일 장교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을 굳힌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폴! 선하고 소박하고 긍정적이며 인간적인 그에게 달의 여신도 함께 한듯하다. 그리고 그가 맺은 인연들은 하나같이 그가 해야만 했던 숙명에 다리를 놓아준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의 때를 입고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을 사랑했듯 한 여인을 사랑했고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애틋했다.
그 어떤 인생의 고난도 그를 막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그녀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 어머니의 자식들이다. 마치 시간이 그 밀도와 현실성을 잃어버린 듯 모든 시절이 우리 머릿속에서 뒤섞인 것 같았다. -p.328

삶은 냉정해서 아프다. 무수한 의문과 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선장의 말처럼 길을 잃어야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만의 길을 찾는 동안 독자는 장교의 딸을 되새기며 따라갈 것이다.

문득 달은 인간들의 소원을 가득 품어서 빛을 내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달을 보며 낭만을, 희망을, 행복을, 고독을, 아픔을, 슬픔을, 공허를 달래고 있을 테지. 그리고 그 보답으로 달빛 미소를 선사하는 건 아닐까.
폴처럼 선상 위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이 무척 궁금해진다. 망망대해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들에 어떤 생각들이 차오를까. 그러고 보니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명장면이 또 떠오른다.

 

한 남자의 생애가 버라이어티하게 들어차 있어서일까, 책은 제본마저도 견고해 보인다.
달을 사랑했고 그의 미소는 달과 같았고 더불어 그의 인생도 달이 차고 기울듯 끝이 났다.
그의 인생을 지칭하는 무수한 태그들은 지금의 내 인생과 주변인들을 돌아보게 하는 긴 여운을 남겼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고 한다. 읽는 내내 피식 웃게 만드는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좋았고 (그의 미소도 폴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문학적이고 시적이며 철학적 문체들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죽음마저도 미소 짓게 만드는 밝은 기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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