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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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유사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마커스 주삭의 [메신저]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졌던 미션과 히어로즈의 주인공 의 회사 업무에는 어딘가 비슷한 맥락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 세상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전하는 메시지 말이다.


어엿한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편의점으로 출근도장을 찍고 있는 이 사연 많은 주인공은 버스에서 치한으로 몰려 모든 걸 잃고 버스에 대한 트라우마와 악몽까지 떠안았다. 하지만 사회를 향한 분노와 억울함으로 자신을 놓아버리지는 않았다. 편의점에서도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알바생을 배려해주기도 하고 손님의 실수로 떨어진 삼각김밥을 새 상품으로 바꾸어주는 따스함이 남아있다.

그런 주인공 슈지에게는 병상 중인 할아버지가 계시다. 그리고 병상에서 할아버지가 무심코 던졌던 한마디는 늘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정말 할아버지의 인생이 그러했는지 아닌지 의구심은 한가득이지만 그 무기력한 한마디는 현재의 그의 상황과 엇비슷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지각쟁이 알바 동생에게 새로운 알바자리를 제안받게 된다. '당신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는 문구는 다단계 회사를 연상시키는 듯 수상하기 그지없었지만 다쿠의 적극 공세에 밀려 덜컥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 반으로 사무실을 찾은 첫날, 그의 인생에 다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설은 주인공 슈지가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 알바를 시작하고 그리고 정식사원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에서 자신의 히어로즈였던 만화가와 유명인기 여배우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등을 한다. 인간이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시대의 소모품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듯이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유명인의 고충을 내세워 인간애를 부각한다. 대중에게 히어로인 그들도 결국 자신만의 히어로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누구에게나 인생의 히어로가 하나쯤은 필요함을 이야기하며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심해보게 한다.

그래서 늘 근본이 성실했던 슈지는 히어로즈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겪는다. 중요한 건 그들을 돕는 일이 결국 자신이 겪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한몫한 것이다. 치한으로 몰려 대중들에게 떠밀려 넘어지고도 일어날 힘을 잃어버린 슈지는 오히려 위로의 말도 건네받는다.

인간은 휩쓸리는 동물이죠.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의견이 많은 쪽으로 흘러가요. 그러는 편이 편하니까요.
......
인간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순간, 인간이 아니게 됩니다. -p.140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일은 어쩌면 스스로의 벽을 하나하나 깨버릴 수 있는 행위인 것 같다.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움켜쥐고 있는 이들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서서히 그 끈을 풀어헤친다. 결국은 타인과의 소통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더욱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이 사회가 떠안고 있는 문제점을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무게감이 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게 스스로 일어선 슈지의 시선에 할아버지의 인생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를 찾아가 다시 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미소를 띠며 이야기한다. '그래도 행복한 인생이었다'라고, 아마도 마지막을 사랑하는 손자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더없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세계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쉴 새 없이 따뜻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이러한 회사가 곁에 있다면 참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보면서 말이다. 또한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히어로로 남고 싶다는 소망도 함께 말이다.

미쳐 몰랐는데 오늘 우연히 상영 예정작을 뒤적이다 저자의 첫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예고편을 보니 무너져가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같다. 신기하게도 10월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원작들의 인기도 한동안 쭉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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