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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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 보편의 담론이다. -p.22

 

 

상식적으로 다른 이의 물건을 소유했을 경우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이치는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가치를 덧입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지나 보다. 끝없는 전쟁과 땅 싸움으로 많은 문화재들이 소실되고 약탈되어 왔다. 심지어는 일부가 뜯겨 나가기도 하고 동상들은 위아래가 절단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문화재들이 돌고 돌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발굴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지 못한 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훼손된 모습 또한 안타깝다. 상체와 하체가 지금도 각각 다른 나라에 있다는 사례에 기가 막히면서 인간들의 이기심과 끝없는 욕심에 슬프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끝없는 인간의 탐욕에 구역질이 나다가도 문화재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도 세계의 여러 문화재 중 제자리를 찾은 유산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약탈한 유산들을 꼭 쥐고 있던 나라들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제자리 운동에 점차 동참하게 되었는지 와 그렇게 돌아간 유산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면서 그 역사적 배경과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전하고 있다.

제일 먼저 주목받을 사건은 문화재 반환운동이 언제부터 불붙기 시작했냐는 점이다. 나치 시절 히틀러를 중심으로 독일이 자행한 짓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그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과거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채 떠도는 듯하였다. 하지만 증언과 기록, 약탈당한 유대인 재산과 문화재 등의 규모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과거청산의 바람이 불었고 세계의 정의와 질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고 인류 차원적이고 인도적인 의미로 문화적 반환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그 이유가 인도적 차원이 주가 아니라 소련의 붕괴 후 세계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막중한 글로벌 리더십과 세계 문화재 시장을 주도하여 올바른 질서 확립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는 국익이 우선시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책에는 11개의 돌아온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역사 책을 읽으면서 본 내용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들도 있었다. 대부분 약탈이나 불법으로 반출된 유산이 대부분인데 약탈인지 아닌지의 쟁점이 애매모호한 유산도 많다는 사실과 무지에서 비롯된 매매 등도 있어서 잘잘못을 따지기가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여 기술한점이 놀라웠다.

나치 시대 약탈당한 <발리의 초상>은 나치 약탈 예술품 반환의 대표적 사례로 불법 문화재 반환에 획기적인 사건이자 신호탄이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소개되었던 <아델 블로흐 바우어 1>은 그 화려한 그림만큼 최고가를 누리며 환수되었는데 그렇게 나치의 손을 거치며 이름까지 바뀌는 수모를 당한다. 작품명에 들어간 유대인 이름 때문에 <황금 옷을 입은 여인>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 그림의 반환에는 미국의 전폭적 후원이 있었고 2015년에는 [우먼인 골드]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되었다. 그만큼 그림이 돌아오기까지 과정이 험난하고 흥미로웠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은 <고스트 댄스 셔츠>라는 인디언들의 셔츠이다. 여러 유물 중 제일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인디언들의 한 맺힌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운디드니 학살사건]과 함께 처절하게 사라진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희생당한 자의 옷까지 벗겨지는 수모까지 더한 것이다. 이 셔츠를 소장하고 있던 박물관 측은 인류애적 관점보다 문화재 반환의 선례가 될 일을 걱정하며 거절하지만 죽은 자의 몸에서 벗겨낸 셔츠는 강탈 이상의 범죄임을 지적하자 인디언 단체에 반환되었다.

<마추픽추 잉카 유물>은 발견 과정도 흥미롭지만 강탈당한 유물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도 낳았다. 페루 국민에게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강력한 민족의식이 생겨났으며 정치적으로도 보수적 정치풍토를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인 <서산 부석사 관음불상>은 현재진행형이긴 하나 빼앗긴 문화재를 본디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더욱 논리적으로 따져 물어 되찾아오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터키의 성공적인 근육질 외교만 보더라도 문화재 반환을 위한 조용한 외교가 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역사 속의 양면성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강대국들의 이기적인 변명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프랑스는 여전히 문화재의 반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이기적이고 가증스럽단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예술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다 붙일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다. 이것저것 잘도 훔쳐다 전시하는 일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이처럼 문화재 반환운동에는 개혁적인 젊은 인재들이 있었고 반환만이 답이 아닌 문화재 대여나 교류 같은 다양한 방법도 한몫했다.
그 나라 민족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유산을 함부로 파헤치고 쓸어왔다면 이제는 새롭게 이 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세대들이 돌려놓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인들의 문화재에 관해서 조금씩 양보하며 역사는 각자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좀 더 인류애적인 모습으로 다가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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