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과 죽음이라는 코드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며 이미 나도 다양한 관점에서 쓰인 작품들을 여럿 접해 왔다. 그러나 이 소설은 13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죽음과 이별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청소년 소설이기는 하나 담고 있는 내용들이 어렵다. 늘 괜찮다는 엄마의 말은 더더욱 소년을 기대감과 상실감의 어중간한 위치에 놓아두었다. 희망의 끈과 절망의 끈을 동시에 잡고 있는 소년은 결국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일을 되풀이한다. 아이가 악몽이라니...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이 어른과 아이의 어중간한 위치와 닮아 있어 성장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코너 오말리는 아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미 엄마의 병이 오래된 만큼 혼자서 아침을 먹는 일과 등교하는 일이 익숙하다. 그러나 코너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못하다. 아픈 엄마를 두었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의 애처로운 시선으로 되돌아왔다. 코너는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소문의 근원지인 소꿉친구 릴리가 원망스럽고 게다가 코너를 찍어두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마치 투명인간으로 살기로 작정한 듯이~

그런 코너에게 어느 날 몬스터가 찾아온다. 집 앞 묘지 위 오래된 주목나무가 거대한 몬스터로 변신을 하고 코너의 창문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두려움의 몬스터답게 코너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정말로 코너는 무섭지 않은가 보다. 거짓이 아닌 정말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도 코너에게는 이미 그 이상의 두려움이 늘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 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면 아무 때나 걸어오지 않는다. 내 말을 새겨들어라."-p.53

 

 

 

12시 7분,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시각에 몬스터는 찾아왔다. 그리고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코너에게는 네 번째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엉뚱한 조건을 내건다. 그리고 그 네 번째 이야기가 바로 진실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이미 코너의 속내를 다 알고 있음을 드러낸다. 속내를 들켰다는 생각에 더더욱 무시하고 싶지만 코너의 마음 한편에는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마음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몬스터의 이야기를 부정하지만 이야기를 듣기로 한 뒤부터 그 시각이 되면 시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듯 몬스터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나타나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속에서는 누구에게나 선과 악은 동시에 공존하며 항상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난해한 깨달음을 던진다. 그 세 가지 이야기들은 결국 현재 코너의 상황을 대변하는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코너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메시지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혼란스러운 경계에서 결국 이야기 속 내재된 분노와 파괴적 행위가 현실로 드러난다. 여태껏 억눌려있던 분노가 시원스레 폭발하고 그렇게 코너의 잠재된 두려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져 내리자 분노는 몬스터를 향하게 되지만 결국 네 번째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악몽과 작별하며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 나는 네 엄마를 낫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너를 낫게 하려고 왔다."-p.228

이야기를 통해 코너에게는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길 바랐던 모순된 마음이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의미하겠다. 그렇듯 몬스터는 소년의 내재된 자아로 결국 소년이 불러낸 것일는지도 모른다. 코너는 알고 있었지만 거짓된 믿음을 진실로 둔갑시키며 견디기에는 고통이었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고백을 하며 보내드리는 모습을 통해 소년이 이제는 외로움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을 내가 온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의 상황에서 아이들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아이들에게 진실을 외면한 채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는 건 어쩌면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몇 년 전 사촌 오빠의 아내가 혈액암을 투병하다 먼저 떠났다. 그때 언니의 딸이 코너와 비슷한 나이였다. 가끔 잘 지내고 있냐고 안부를 물으면 너무나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에 안도하고는 한다. 아마도 엄마의 빈자리를 사랑하는 아빠와 할머니가 대신해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기에 아픔을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코너도 마지막에 할머니와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화해한 것을 보면.

 

 

이 책은 영국 도서관 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동시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들과 작가, 편집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책이다. 책 속 일러스트의 분위기는 소년의 내재된 자아처럼 느껴진다. 책의 느낌을 한층 더 살려내고 있으며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구성이 참 괜찮게 다가온다.

삶과 죽음의 중간 세계에 묶여있던 소년! 그런 소년을 찾아온 몬스터는 아이를 삶의 문턱에 내려다 놓았다. 외국에서 몬스터는 흔한 소재이다.
몬스터 콜에서의 몬스터는 괴물이 아니라 엄마가 늘 바라보던 나무였고 소년을 늘 지켜보던 나무였다. 하나의 생명이자 인간에게 많은 걸 한없이 건네주는 든든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괴물이지만 선과 악을 적절히 양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일, 그것이 바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철학적 내용의 강도가 세다. 우리 아이들이 몇 년 뒤 이 책을 읽게 되면 어떠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몬스터 콜'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할리우드 TOP 연기파 배우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영화 속에서 이들이 보여줄 빛나는 연기와 강렬한 존재감을 기대하게 하였다. 또한, '몬스터 콜'로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루이스 맥더겔의 호소력 짙은 연기에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이미 영화 '팬'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번 영화에서는 1000: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코너 역을 거머쥐었다.  또한 루이스는 코너와 비슷하게 엄마를 먼저 보낸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는 그러한 공통점이 있어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코너 역에 최선을 다하였음을 시사하였다.

리암 니슨의 목소리는 영화의 분위기를 잘 감싸 쥐고 있다. 선과 악의 모호한 뉘앙스와 주목나무의 웅장함을 잘 살려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암 니슨의 모습도 살짝 스쳐지나는데 탁자 위 사진 속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걸 발견한 이들이라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에서만이 느껴 볼 수 있는 시각적 숨은 장치가 아닐까 한다.

나는 확실히 영화가 주는 시각적 자극이 더 좋았고 특히 책에는 없었던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설정이 더 좋았다. 특히 창문 너머 주목나무가 있는 언덕을 그린 풍경과 물감을 불어 표현한 몬스터의 느낌이 너무 좋았으며 영화 오프닝에서의 수채화 물감이 번지는 효과도 잊히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 엄마의 젊은 시절 습작 노트 속에서 본 몬스터의 모습은 이야기의 구성을 좀 더 탄탄하게 해준 느낌이었는데 영화든 책이든 꼭 한번 만나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