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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의 인문학
토머스 W. 호지킨슨 & 휴버트 반 덴 베르그 지음, 박홍경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7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805/pimg_7804801561710200.jpg)
잡담의 인문학이라고 해서 인문학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들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펼쳐보니 그게 아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읽다 점점 읽는 속도가 뎌더졌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인물들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또 연관된 소설이나 작품들을 찾아보느라 진도가 더디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공부하는 학생처럼 일일이 책 귀퉁이에 낙서도 해가면서 말이다. 아마 내가 읽은 책 중에 포스트잇이 제일 많이 붙여진 책일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어떻게 이렇게 각 인물들의 공통점을 찾아 흥미롭게 묶어놓았는지 일일이 분석해놓은 저자들의 재주가 놀라웠고 그리고 첫 장의 인물과 마지막 장의 인물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순간 그 놀라움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색인을 보는듯하지만 각 인물들의 특출났던 부분을 부각시켜 놓음으로써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그 해당인물들을 한 번쯤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게끔 유도한다. 그러나 문제는 난해한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 다독을 통해 지식이 많거나 아니면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손뼉 치며 쪽쪽 흡수가 가능하겠지만 나처럼 처음 듣는 인물들이 더 많은 독자들은 과연 내가 이들을 대화의 장에서 거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남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사람 이름만 생각하려고 하면 미친 듯이 떠오르지 않는 내 상태를 감안한다면 잡담보다는 다른 책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점이 더 유익하였다. 그래서 내겐 더 좋았던 책이다.
책에 나온 인물들은 그 세기를 거치고 문학뿐 아니라 역사에서 그 이름을 당당히 남기고 간 사람들이다. 책 중에도 잠깐 그러한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문인이라면 지녀야 할 핵심 요건이라도 되는 양 불우한 어린 시절과 더불어 하나같이 그들의 삶은 극단적일까. 평범함을 거부한 건지 아니면 지나치게 자존감과 자의식이 강했던 건지 도덕적인 삶을 거부한 이들, 그리고 세상에 녹아내리지 못하고 미치거나 자살한 이들, 특출난 자들은 뭐가 이리 삶도 별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차만 보아도 그들의 삶은 꽤나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