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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마쓰모토 하루노 그림,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 중 홧김에 이성을 잃고 살인을 저질러 한 가정을 무참히 부셔놓은 사건이 있었다. 각박한 사회에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이런 유의 범죄들을 접할 때면 어쩌다 세상이 아니, 인간이 미쳐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내내 내 마음은 어수선하였다. 이웃 간에 따뜻하고 배려 많은 뉴스들로 훈훈한 기사와 댓글들이 넘쳐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픈 이야기가 이 한 권에 책에 들어있다. 여기 행복을 판다고 하는 무인 상점 'Life'가 있다. 이곳은 팔려고 전시해놓은 물건들이 있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찾고 이곳에서 무언가를 한다. 그리고 문을 나서며 행복감에 젖어 그곳을 떠난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어떤 느낌의 이야기인지 감이 올 것이다.
이야기의 첫 단추는 할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잠긴 할머니가 가게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가운 계절만큼 시린 할머니의 슬픔은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이 가득한 이 가게에서 잠시 머무른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봄꽃 씨앗을 두고 돌아서려다 예쁜 손글씨 카드가 쓰인 액자에 손을 뻗는다.
그렇다. 이곳은 자신들의 추억이 가득했던 물건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곳이다. 할머니를 시작으로 남자아이가 왔다가고, 아기와 부부가 왔다가고, 젊은 연인이 왔다가고, 한 소녀가 왔다 갔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할머니가 두고 간 씨앗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세상이 따뜻한 봄을 맞이한 어느 날, 할머니는 가게를 찾는다. 순간 할머니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상 그 자체였다. 그들이 남긴 따뜻한 손글씨와 함께 말이다. 할머니와 함께 내 맘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길지도, 그다지 무언가 기발한 상상력이 깃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는 감성 일러스트와 함께 우리의 마음에 녹아내린다. 글과 그림이 함께 주는 감동은 그 배가 되어 우리들에게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할머니가 마냥 자신만의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 고개를 들고서야 일상의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꼭 우리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듯 말이다. 나와 이웃들의 배려와 관심이 일으키는 긍정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서로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 작은 가게는 우리가 그렇게 바라고 희망하는 세상이며 소소한 개개인의 Life 임을 이 작은 가게 안에 비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사람에게 다친 마음은 결국 사람에게 치유받는 길임을, 세상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그리고 나의 추억의 조각들이 다른 이들의 추억 속에서 어우러져 세상의 거대한 온기가 됨을,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