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그는 내 손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건 질문이었고, 나는 알았고, 우리 손의 기적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과 눈과 입술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기적을 지켜보았다.
그가 움직였던가? 아니면 내가 움직였던가?
-p.163

 

 

언제나 똑같은 일상으로 17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만나는 이도 한정되어 있고 혼자 놀기에 익숙한 소녀, 그나마 책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제 막 18살이 된 매들린에겐 그녀를 방어해줄 튼튼한 면역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이병은 존재하는 병이었음. 뭐 오만가지 병이 다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서 세상의 공기는 오히려 그녀에겐 죽음의 공포이다. 바깥세상이 들려주는 모든 소리와 맑은 공기와 햇살 그리고 흙냄새들 따위와 함께 할 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절망적인가..

아기인 나는 조그만 폐에 가능한 한 많은 공기를 가득 넣어놓고 숨을 참는다. 그때 이후로 나는 계속 그 숨을 참고만 있다. -p.201

집은 그녀의 유일한 세상이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며 매들린과 엄마는 서로에게 전부(everything)이다. 엄마는 딸만을 위한 삶을 사는 열정 맘이며 매들린은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이웃의 등장이었다. 이웃집 소년 올리는 그녀의 심장을 깨우는 친구이자 이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별반 신경 쓰이지 않던 것들이 내 주위를 잡아끌었다. 바람이나무를 건드리는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아침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더 또렷이 들렸다. 블라인드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네모난 햇살 조각들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하루 동안 햇살이 방 안에서 위치를 옮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헀다. 해의 방향을 보면 시간을 짐작할 수도 있었다. 내가 세상을 멀리하려 할수록 나에게 다가오기로 작정을 한 것만 같았다. -p.46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린 매들린, 그리고 매들린의 인생에 불을 붙이는데 일조한 간호사 칼라 덕에 그녀의 심장 속 나비는 날아오를 태세를 한다. 그러나 엄마를 속이며 이루어진 만남은 들통나게 되고 적잖은 혼란으로 숨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그녀의 욕망은 멈출 수가 없었다. 두 매들린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삶의 방향을 틀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게 리스크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리스크거든. 모두 네가 하기에 달렸어. -p.88
이것 말고도 네가 두려워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랑 때문에 죽지는 않아. -p.111
용감해야 해. 기억해. 인생은 선물이란걸. - p.178


그렇게 탈출을 감행한 매들린에게 동기부여가 된 소설은 바로 어린 왕자이다. 마지막에서 어린 왕자가 죽음을 감내하고 장미에게로 돌아갔듯이 그녀는 죽음을 각오하고 모험(?)을 감행한다. 사랑하는 올리와 함께~ 그녀는 삶의 모~~든(everything, everything) 것을 경험하길 간절히 원한다.
여행은 시작되고 달달한 애정전선은 첫사랑의 기운을 실어 보내며 한층 로맨스 소설로서의 한자리를 내어준다. 게다가 아픈 그녀가 혹시 죽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뒤섞여 긴장감까지 더해지니 조바심도 나고.
그러나 후반에 가서 떠오르는 단어는 그냥 하나였다. 헐~!

시한부라는 꼬리표가 붙은 주인공과 그리고 사랑~ 모든 비슷한 포맷을 끌고 가는 소설이 그렇듯 여느 소설과 비슷한 느낌은 있었다.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첫사랑의 감성은 많은 여성 독자들의 심장을 짜릿하고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죽음의 정령 같은 패션을 고수하고 불안한 가정에도 자신과 매들린을 껴안는 올리는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소년이니까~~

소설의 결말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그녀를 온실 속의 화초로 가두어 놓고픈 엄마의 심정도 이해는 되었다.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는 조건이 붙은 여자였으니.~~ 어디까지나 나는 독자이고 엄마이기도 하니까.. 매들린과 함께 분노를 느끼다가도 비난은 안타까움으로 정제돼가고 있었다.
매들린의 everything 과 엄마의 everything을 동시에 놓고 본다면 그 무게를 잰다는 사실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나의 everything이 타인을 옭아매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하겠다. 내가 너 때문에 산다라기보다는 네가 있어 행복한 삶, 그리고 자식이든 누구든 그의 인생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중요하겠다. 너의 전부와 나의 전부가 잘 조화되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가 느낀 소설의 하이라이트라면 첫 키스가 아닐까 한다. 마냥 키스가 하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 또한 매들린의 일기장 같은 느낌의 구성과 문체가 나름 신선하였다. ( 책 속 일러스트가 작가의 남편 데이비드 윤의 작품이다. 그의 사랑이 담뿍 느껴짐.)
하지만 내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다. 책을 읽기도 전에 안녕 헤이즐에 너무 근접하게 붙인 거 조금 문제였던 듯.. 하지만 소설은 푹 빠졌다 나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로맨스가 그리운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롯이 자신만의 인생의 가치를 찾고자 했던 한 소녀의 삶과 사랑에 올인해 보아도 괜찮은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내 발목도 잡아끄는데 다이빙 장면에서 심장이 반응을 보였다. 나도 관광지 색다른 체험하기에 동참해볼까 하는데 뛰다 심장마비가 오진 않겠지? ㅎㅎ

작가의 이름만 보고는 동양계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한국계였다.
아, 그래서 코리아타운이 등장했구나.^^ 이런 이유로 한국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올듯하다.
영화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보며 한국에서의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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