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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그는 내 손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건 질문이었고, 나는 알았고, 우리 손의 기적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과 눈과 입술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기적을 지켜보았다.
그가 움직였던가? 아니면 내가 움직였던가?
-p.163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614/pimg_7804801561670530.jpg)
언제나 똑같은 일상으로 17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만나는 이도 한정되어 있고 혼자 놀기에 익숙한 소녀, 그나마 책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제 막 18살이 된 매들린에겐 그녀를 방어해줄 튼튼한 면역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이병은 존재하는 병이었음. 뭐 오만가지 병이 다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서 세상의 공기는 오히려 그녀에겐 죽음의 공포이다. 바깥세상이 들려주는 모든 소리와 맑은 공기와 햇살 그리고 흙냄새들 따위와 함께 할 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절망적인가..
아기인 나는 조그만 폐에 가능한 한 많은 공기를 가득 넣어놓고 숨을 참는다. 그때 이후로 나는 계속 그 숨을 참고만 있다. -p.201
집은 그녀의 유일한 세상이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며 매들린과 엄마는 서로에게 전부(everything)이다. 엄마는 딸만을 위한 삶을 사는 열정 맘이며 매들린은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이웃의 등장이었다. 이웃집 소년 올리는 그녀의 심장을 깨우는 친구이자 이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별반 신경 쓰이지 않던 것들이 내 주위를 잡아끌었다. 바람이나무를 건드리는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아침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더 또렷이 들렸다. 블라인드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네모난 햇살 조각들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하루 동안 햇살이 방 안에서 위치를 옮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헀다. 해의 방향을 보면 시간을 짐작할 수도 있었다. 내가 세상을 멀리하려 할수록 나에게 다가오기로 작정을 한 것만 같았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