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의 역사 - 파피루스에서 전자책까지
우베 요쿰 지음, 박희라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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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철학서적을 읽다 잠깐 궁금증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스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그의 사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꺼려했다는 일화를 접했을 때였다. 책하면 철학가나 사상가들에게 당연히 사랑받을 존재일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시의 책의 존재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책이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한 시기는 언제였는지 와 어떠한 계기로 민중을 깨우는데 일조하게 되었는지 책의 굴곡진 인생이 궁금해진 것이다.

책의 저자는 독일인으로 유럽의 책의 역사에 대해 기술이 되어있다. 우선은 서문에서 언급이 되어 있지만 독일인의 높은 독서열에 주목할만하다. 특히 독일의 높은 도서 판매액은 음악이나 연극의 티켓 판매량보다 현저히 높으며 그만큼 대중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자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자국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이 얼마나 부럽고 본받을 일인가. 더불어 역사 속 2차대전 때 히틀러가 그렇게 책을 태운 이유를 이제야 짐작할 듯하다.

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인류의 진화속도에 맞추어 비례해 왔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인류가 무언가 쓰기 시작한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면 당연히 고대 동굴벽화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쓰기 활동은 서서히 점토판으로 옮겨갔으며 단순히 주술이나 신앙적 행위로 시작한 쓰기 문화는 점차 왕이나 귀족을 위한 기록문화로 자리 잡아갔다. 본격적인 쓰기는 이집트의 필경사라는 직업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으며 그들을 교육하기 위한 학교가 생기고 그들만을 위한 규율이나 지식을 담은 책도 등장한다. 또한 도서관도 자연스레 생겨나게 되는데 기록물을 보관한다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의 필경사라는 직업은 나름 특수성과 함께 권력성도 띠게 된다.


 

 

이집트의 문자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본격적인 문학이 등장한 시기는 서기전 대략 1000년대 중반 이후로 신화적 관료적 성격의 글들이 독자적 문화적 현상으로 옮아가면서 저자의 작품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물론 도서관은 권력과 그 시대의 대표자들과 연결이 되어 있었기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책의 유통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중적일 수도 없었다. 권력의 중심이 이동할 때마다 도서관 또한 옮겨 다녔던 사실은 권력층의 과시에 대한 욕구임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파피루스의 크기와 품질은 더더욱 다양해지고 글쓰기의 형태도 여러 형태로 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 전달과 문서 문화는 로마 후기의 오락이나 유흥에 가리어져 잠시 주춤하다 기독교가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인 책의 시대가 열린다. 책의 재료도 파피루스에서 코덱스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는데 양피지 코덱스가 파피루스로 대체돼가면서 문학 매체로 성공한다. 또한 코덱스를 매체로 한 기독교 역시 신성하고 친근감을 느끼는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 이는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거리감을 강화하는데도 한몫했다고 한다.

점차 기독교의 위치가 확고해지고 전도됨에 따라 수도원에서의 역할도 두드러진다. 성서가 쓰이고 교육과 실용학문도 포함되었다. 특히 [캘즈의 서]에서 보이는 화려한 문양과 텍스트는 장식물 같은 느낌이 더 강한데 이는 더 깊은 신앙에의 몰두를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덱스는 지배의 신성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삽화나 제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상징과 장식은 신적 요소와 결부하여 크고 화려해진다.

 

 

 

그러나 개혁 운동을 통한 종교의 문제의식이 대두되고 권력이 이동함에 따라 차츰 텍스트화되고 이는 책이 이끄는 행동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낭독이 아닌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책의 생산에 속도가 붙은 것도 대학이 생겨나고 지식의 모사가 빨라졌기에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더 많은 이들에게 지식의 전달과 토론이 이루어져 신이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데 그 역할을 했다.
그러한 개개인의 독서체험은 기도서에서 발견해 볼 수 있는데 그 의의는 휴머니티로 이어진다.

1400년경부터 시작된 인쇄술의 발달은 대량 제작의 시초가 되었는데 구텐베르크의 작업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책 읽기가 모든 사람의 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이는 종교개혁에서가 아니라 이미 책 인쇄와 더불어 시작된 경향으로 1500년 말까지는 2000만 권의 책이 시장에 나왔는데 2만에서 4만까지의 다양한 책 제목으로 계산해보면 평균적으로 각각 100부에서 500부까지 인쇄됐음을 알 수 있다.-p.144

이처럼 대량 인쇄의 발달은 엄청난 인쇄물을 쏟아냈지만 복제 또한 골칫거리였다. 사법적인 제도가 도입되었어도 막기엔 역부족이었으며 교회와 국가에 위협을 느끼자 검열 작업까지 이루어졌다. 그래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책표지인데 책이 더욱 상업적으로 이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빈 종이 위에 1480년대부터 단순히 장식된 혹은 목판으로 보완된 제목이 인쇄돼,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라벨 타이틀이다. 곧 1940년대에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된 표지 위에 인쇄자의 이름, 인쇄자 표시, 출판 연도 혹은 출판 장소가 덧붙여졌다. -p.148

그렇듯 책의 가치는 세상이 점점 종파적 갈등에 휩쓸려가자 그 역할을 잃어가게 된다. 그러나 분야의 다양성과 시민계층의 정치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 독자적 언어로 출판된 책들은 유럽시장에서 자리 잡아가고 책도 유행을 타면서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 전쟁과 불황 덕에 사이즈가 작아진 책은 더욱 경제적이고 보편적이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책값은 비쌌고 글을 읽고 쓰는 이도 귀족계층에 한정되어 책을 소유한 이들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책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던 18세기 중반에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학과 신문, 잡지의 발행도 늘어났고 도처에서 생겨난 독서회를 통해 세계인식과 자아실현을 향한 진정한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된다. 이 모든 활동들의 중심엔 문학이 존재하였고 민중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의 출판사와 책 도매상의 시초와 저작권이 생겨나게 된 시점 그리고 사법제도에 대한 예도 나와있다.


 

이처럼 책의 산업화는 인쇄기술의 발달로 책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19세기 말에는 다양한 판매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이후의 책의 소비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낳고 그런 잘 팔리는 책 위주의 소비 풍토가 조성된다. 값싼 책이든 비싼 고전이든 책은 상업적 재화였으나 수공업자들 사이에서는 미학을 살린 소수를 위한 책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전쟁과 독재는 책 시장을 주춤케 하였고 값싼 문고본이 지배적인 책의 형태로 잡아나갔다. 현재는 다양하고 특이한 재본형식의 책들이 인기를 끄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한정 상품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책은 더 이상 종이에 머물지 않고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공간 문제와 유통비용 절감과 자원보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기는 장점도 있긴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디지털 문화는 심도 있는 집중력을 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또한 개인에 대한 미디어의 통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도 전자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있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 책은 지식 전달에 충실한 책이다. 그래서 다소 딱딱하긴 하지만 책의 진화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라면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책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곁들어 있는 책이 보고 싶어졌다.
한때는 불태워지기도 하고 또한 사상의 뒤편에서 어둠에 묻혀있기도 했던 책이었지만 책이 우리 인류를 한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 있게 해준 원천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문화로 인해 책은 점점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울 수 없다. 전자책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 줄 수 있길 기대해 보지만 대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는 모든 문서가 디지털화될 것이고 종이책이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았다고는 하나 아무리 전자책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도 내가 살아있는 한 나의 종이책 사랑은 영원할듯하다.^^ 특히나 빛바랜 종이냄새와 책장이 넘어갈때의 정감어린 소리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책은 인간의 작품으로서 말하고, 인간의 손의 작품으로 손으로 인쇄하고 이름을 지어준 작품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작품을 생산하고 인식하면서 창조자로의 경험을 하게 되고
그들의 작품 속에서 그들의 작품에 대해 말하면서 공동의 문화공간을 만들어간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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