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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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이 책을 만든 일인 것 같다
말과 글이 생겨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수만 가지의 단어들이 모여 책이 완성이 되고
그 책들이 인류의 양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책방이라는 단어에 봄날 꽃을 보듯 설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이 담백하게 들어있어서 책방 홍보 같은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사라져가는 책방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저자는
추억 속에 있는 책방을 끄집어 내어 현존하고 있는 책방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즉 이 책은 평소 책 탐방을 하고 싶었던 나에겐 지도 같은 책이다.
사이즈도 아담하여 평소 함께 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지막 장엔 지도가 있어서 더 좋다.ㅎㅎ)
골목골목 숨어있는 작은 책방부터 이색적이고 특색 있는 책방 그리고 전문 책방까지 소개하고 있으며
지역 도서관에 대한 소개도 담아놓았다. 
단순히 책방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방 쥔장들의 책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추천도서까지 보너스로 소개되어 있다.

최근 골목골목 반짝이는 책 공간을 찾고 또한 맘에 드는 곳에 잠시 머물러 책 냄새 흠뻑 취하고 오고픈 생각이 부쩍 커졌다.
그러나 내가 가진 시간을 어떻게든 잘 분배하여도 이상하게 책방을 찾아 떠날 틈이 잘 나질 않는다.
하지만 소개되어 있는 헌책방과 동네 서점은 충분히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을 만들어 내었다.
헌책방이 생기게 된 사연부터 위기를 겪고 다시 일어선 사연과 그 이후 책방에서 주로 하는 행사 등을 보면서
단순히 책만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은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책방 주인들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모두에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유지되는 것이다.

나도 작년 말부터 중고책방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새책보다 조금 누레진 종이에 자꾸 빠져들게 되고 심지어 책에 누군가의 메모나 편지글을 보게 되면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책 속엔 한번 찾아가 본 적이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SNS로도 소식을 받고 있는 터라 맘에 드는 중고책은 찜해 두는 곳인데
 쥔장님의 살뜰한 중고책 사랑이 느껴지는 곳이라 좋아하는 곳이다.
그 외 책방 이음, 땡스북스도 SNS 소식지를 통해 익히 알던 곳이었는데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특히 부산의 인디고 서원과 진주의 진주 문고는 여행길이 생기면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 예전에 다녀온 [이상한 나라 헌책방]의 모습~^^ >

 

 

 누군가는 자신이 평생 모아온 책이 꽂힌 서가를 보면
책과 자신이 혈관으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이 헌책방 역시 주인의 인생이 담겨 있을 것이다.

 

우연찮게 책방 주인 된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씨의 센스 있고 매력적인 서점도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책을 읽게끔 하는 서점'의 초기 목표에 걸맞게 잘 다듬어져 있는 공간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역할에 성공한 셈이다.
또한 책을 분류하고 진열해 놓은 방식도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광고인의 기질이 더없이 발휘된 경우인듯하다.

 

 

 

< 최인아 책방추천목록이 특색있다.>

 

 

그리고 점점 세분화되는 트렌드에 맞추어 문학작품만 취급하는 곳부터 독립출판물, 매거진, 추리, 사진, 미술 등
특정 분야의 다양한 책을 찾는 이들을 위한 특화된 전문 서점의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지적인 목마름을 해결해줄 지역 도서관에 관한 저자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남산도서관부터 점점 진화하는 도서관들에 대해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침략자들이나 독재자들이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책을 없애는 일이었는데
그래서 침략과 전쟁이 끊임없었던 우리나라의 특성상 100년이란 역사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책도둑]에서도 독일군이 책을 산더미처럼 모아놓고 책을 태우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지금의 도서관들은 책을 보존하는 곳이 아닌 책과 사람이 잘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을 끌어모아서 소문난 곳은 타 지역주민들까지 놀러 온다고 한다.
핀란드처럼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공 도서관을 하나씩 설치하자"라는 방침이
대한민국에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외관이 독특하여 눈을 사로잡는 국립세종도서관 >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두근거린다.
나와 지금 같은 시간에 같은 책을 보고 있는 이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의 탓일까, 우린 느긋하게 책을 고르거나 볼 여유도 잘 누리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어야 하는 까닭일까.
문장과 문장 사이를 적당히 즐기고 음미할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책방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일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어떨까.

내 경험에 비추어 얘기하자면 책과 함께 할 시간은 결국 책이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10분이 20분이 되고 징검다리식으로 보던 횟수가 매일매일이 되어 나의 시간뿐 아니라 심적인 여유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책 속 책방 쥔장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인해 나의 위시리스트에 목록이 길어졌다.

종이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세상의 변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면 곧 책도 사라질는지도 모를 일이고 자원 부족으로도 더욱 앞당겨질는지도 모른다.
터치 하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 편리해 보일는지는 몰라도 정감 있는 온도가 느껴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론 비추다.
자, 그럼 이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내 발길 멈추게 할 책 향기 가득한 책방을 찾아 나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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