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청춘의 시절, 누구에게나 딱 한번 찾아오는 찬란한 순간!

 

 

 

 

읽는 내내 어제 먹은 딸기색 젤리가 생각났다. 말랑말랑 자꾸만 소녀감성이 되살아나 그때 그 시절, 나의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다. 바람이 한 번씩 불때마다 벚꽃잎이 와르르 떨어져서 온 화면을 가득 채운 그 영화의 그 장면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벚꽃 이미지에 걸맞은 청춘 로맨스라고 하기엔 조금은 모자란 감도 없지 않지만 고요하고 잔잔하며 나름 진지하기도 하다. 하지만 독특한 아니.. 조금 잔인한 결말이 아쉽기도 한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어떻게 되긴? 내 공병문고야. 읽어봤으니까 알잖아, 췌장 병을 선고받고 일기처럼 쓰고 있다는 거.”
“농담이지?”
그녀는 병원 안인데도 거리낌 없이 우와하핫 하고 웃었다. -p. 29

인생의 방향이 전혀 다른 두 사람 그래서 얽히고 설키는 일 따위는 없을 듯하지만 그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한정된 삶이 너무나 짧은 시한부 소녀와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외톨이 소년이 만나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이야기. (실로 소년은 소설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문제~^^) 그리고 죽음. 죽음 뒤 남겨지는 상황.... 등 이러한 배경들은 뻔하고 진부한 설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류의 소설은 문학계의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외면받는 소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에 주목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참 제목 한번 강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췌장의 의미는 사랑이었다. 죽음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당당한 미소의 그녀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그녀의 미소에 녹아든 소년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소년의 한결같은 묵묵함이 흐트러져 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배워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다시 한번 죽음과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설픈 밀당이 아닌 어여픈 감정선이 덜 자란 감수성과 잘 어우러져 좋았다. 쑥스러워 이름한번 불러보지 못하는 소년과 이름보단 클래스메이트라고 부르며 쑥스러움을 감추던 소녀의 일상으로 지금의 일상을 치유해본다.

"산다는 것은 ‥‥‥."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p.222

굳이 또 해석하고 또 해석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소설, 사랑 그리고 우정을, 모든 것을 그리워하며 온전히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에 사랑받는 것이겠지. 꼭 눈물을 흘려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팍팍한 삶 속, 메말라가는 감성에 쉼표 하나 던져주기에 감동할만한 여유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소녀! 만약에 내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존재의 의미도 바뀔까?
소녀 자신을 위해 소년에게 받지도 않을 상처를 남기고 떠난 건 아닐까 질타도 하였지만 소녀는 죽음이란 두려움의 짐을 덜어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고 마냥 외로이 살아갔을는지도 모를 소년은 인간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 된다.
죽는거야? 응 죽어. 라는 대화속에 어떤 결말이 그려질까 조바심도 일게 되지만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상황을 정리하여 아픔을 이겨낼까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다.

뜬금없는 결말에 눈물 펑펑은 아니었지만 맑은 수채화 같은 느낌이 어느새 내 가슴까지 적셔 놓았다.  누군가에게 살아있는 기쁨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해져 보았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그들만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 잘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적당히 감정에 충실하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에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니, 우연이 아냐.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 p.196

인생~!! 마냥 소녀 같은 감성으로 웃고 싶다. 소설에 너무 감상적이지 않냐고 꼬아도 좋다. 벚꽃만 생각해도 흐드러지게 마음이 녹아내리니까.
오래전 나의 10대 시절, 클래스메이트집에 우르르 놀러 갔다 목도리를 두고 온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집에 두고 왔던 목도리를 돌려받던 날,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라 찌릿찌릿하던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목도리에서 네 향기가 나.~"
봄날 피어나는 벚꽃처럼 생기 넘치는 감정들이 샘솟는 그때 그 청춘, 7월이면 이 작품이 개봉한다. 벚꽃 만개하는 4월이면 더 좋겠지만 책 속은 여름이기에 그 또한 괜찮을듯하다. 스크린 속 배경화면과 소녀의 명랑 웃음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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