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어라, 정치 - 시민의 힘으로 만든 카르메나의 정치혁명
마누엘라 카르메나 지음, 유아가다.유영석 옮김 / 푸른지식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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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은 한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세상을 바꾸려 한다면 공감, 호기심, 상상력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가 이토록 정치에 목메어 언성을 높여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그러나 그녀가 남긴 것은 부패정치와 권력남용..그리고 국민기만..죄목이 너무 많아서 낯부끄러울 지경이다.캐고 캐고 캐어도 매일 새로운 것이 터져나온다..대체 언제까지 놀라야 하나? 나 같은 아줌마까지 정치뉴스 앞으로 시선을 돌려놓게 만들다니 참 용한 재주들을 가지고 계신듯하다.

그 흐름을 타 요즘 서점가에도 정치 관련, 법 관련 서적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그러다 내 시선을 잡아 끈 책이 있었다. 남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당당히 표지를 장식하고 계신 여성 정치인, 그녀의 주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의 이름을 읊조려 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녀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시의 시장으로 전직 판사를 거쳐 71세라는 고령의 나이로 시민사회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리신 분인데 그녀의 정치철학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실패한 여성 정치인에 분노를 느끼는 현시점에서 그런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참여정치란 어떤 것인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세상이 변할 수 없다는 거죠' 라는 의문을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그녀는 대학시절 사회운동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였고 법학석사를 받은 후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에서 판사를 거쳐 마드리드 법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더욱이 그런 그녀의 4년 동안 법원장 경험은 그녀가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고 깨닫는데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장 취임과 동시에 모든 권위는 내려놓고 시민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그녀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철학과 신념들은 다른 동료들과의 마찰과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주관을 밀고 나갔다. 그래서인지 유럽 내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인지도와 파급효과는 꽤 큰 편이었나 보다.

그녀는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사법부의 변화 외에 제일 중요한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가져야 할 생각과 교육철학 및 여성과 노인들의 삶의 태도 등을 언급하였는데 특히 정치적 생각과 교육철학 등에서는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정치인은 정치를 잘 해야 한다. 즉 그 말은 운전사는 운전을 잘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이번에 모든 게 드러났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정치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 비선 실세였고 그 주변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치인은 정당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고 시민을 대표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능력보단 당의 지시를 잘 따르고 말을 잘 듣는 이들을 원하였다. 정치와 전혀 무관한 이들이 모여서 나라 일은 뒷전이고 자기들 배불리기에만 열심히였던 일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더욱 심한 건 정치인들은 고립된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들만의 언어로만 소통하는 이상한 집단이 되어 버렸다. 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은 잊은지 오래된듯하다. 더욱이 보수정당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권력이라는 파워에 둥둥 떠다니는 꼴이다.

"정치권력을 움켜쥔 사람이 어째서 자기가 특별한 존재인 양 시민과 거리를 두며 고립을 자초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 p.19

"그들은 공용차를 타고 자기 집 주차장과 총평의회 주차장 사이를 왕복한다. 그러니 날씨가 더운지, 추운지, 바람이 부는지, 하늘이 맑은지 알리가 없었다. 그들은 '고립'을 자초하는 사람들이었다." -p.23

 

 

지난주 탄핵이 가결되었다. 민중의 분노가 통한 것이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사법부의 역할과 법의 잣대에 대해서 또 한번 고민하게 된다. 법은 만인의 앞에서 평등하다고 부르짖지만 우리는 현실과 법이 따로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 왔다. 오죽하면 권력은 법도 피해 간다고 빽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카르메나는 판사였던 시절 느꼈던 법조인의 역할과 법과 권력은 분리되어야 하며 뿌리 깊은 부패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판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조차도 일상생활 속의 법과는 단절된 공부, 즉 법률만 달달달 외우는 공부는 지양하고 그 속에 인간을 볼 수 있는 진정한 법공부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변화를 꾀하기 위한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간편한 법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으니 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어야 변화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법에서 인간을 제거해버리면 법의 기능을 엉망으로 만들고 법 자체를 비인간화시킨다."-p.101

"법을 일상생활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 법이 녹아들어야 한다. 법은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이 목적했던 바를 제대로 이뤘는지 꼭 결과를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 -p.150

이번의 대한민국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었다. 물론 나도 기꺼이 그 촛불에 힘을 보태었다.
즉 개인의 의지가 얼마나 큰 변화를 이루어 내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고 전 세계가 놀랐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내 아이에겐 더 좋은 세상을 안겨주고 싶은 부모들, 내가 던졌던 한 표가 죄스러워 사죄하는 마음으로 나온 노인들 그들 모두는 이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정치에 대한 환멸이 무관심이 되고 소극적 태도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도 이제는 틀을 깨고 같이 공감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회 변화의 원동력에서 호기심과 철학교육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솔깃하였다.
부모로서 아이들 교육에 있어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현수동적 교육시스템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스템으로 빨리 전환되길 바라보았고 철학이란 과목을 꼭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성과 감성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철학 수업을 통한 올바른 이성관과 감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호기심은 비판 정신에 이르는 문을 열어준다. 호기심을 가르친다는 것은 철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편이 될 수도 있다."-p.211
"철학이란 특별한 게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설명했다." -p.212

모든 혁명은 시민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독재권력이 있었기에 민주주의가 이만큼 더 발전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즉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더욱 단단해지듯이 민주주의는 더욱 견고해졌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부패권력과 뇌물 등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큰 과제가 남았다. 시민들은 정직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지금의 대통령처럼 문고리 걸어 잠그고 혼자 밥 먹는 걸 즐기고 또 대면보고를 부담스러워하는 나 홀로 권력자는 더 이상 존재해선 안된다. 우리는 권력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쇼맨십을 즐기지 않는 시민과 소통하려는 준비가 된 정치가를 원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질 관행과 악습이 제대로 박살 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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