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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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 소설 속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문제를 떠안고 있지만

가족들과 이웃들과 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베의 고집불통은 옆집 여인을 통해 소통의 시작점을 가지게 되고 

할미전에서는 손녀의 시선으로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게 되는 반면
브릿마리는 본인의 의지로 시작하여 낯선 곳에서 본인만큼 틀어진 캐릭터들과 소통하며 인간애를 알아간다.

할미전에서 만난 브릿마리는 되려 불쌍해 보였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덮은 채 남편 켄트에게 헌신하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살다 어느 날 내팽겨져 버릴런지도 모를 삶에 남편의 숨소리에 같이 호흡하고 있는
그녀가 제일 답답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현실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난다면 이상한 여자라고 치부해 버렸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장점이 있었다면 편견이 없었다는 사실.
그래서 그녀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고 살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가장 적절한 삶의 방식이었다.
십자 퍼즐을 즐기고 인생의 틀안에서만 움직이던 여인~!
그녀가 택한 바뀐 삶도 1월의 어느 월요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역시 깔끔한 스타일~^^
모든 삶의 방식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헌신하는 삶, 그리고 주변을 겉도는 삶 속에 철저히 외톨이였다.
과거의 사고로 인한 부모의 무관심과 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과하게 과탄산수소에 집착하며 청소와 정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이며 
질서나 혼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고 저녁식사는 반드시 6시에 해야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발코니를 사랑한다.
하지만 프레드릭 베크만은 그런 그녀를 발코니로부터 끌어내린 것이다.
물론 그녀의 넷째 손가락에 남은 하연 자국을 수시로 문지르긴 하지만 그녀는 남편에게서 떠나온 것이다.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던 그녀는

초반에 직업상담소 직원에겐 도를 넘는 듯한 행동을 해서 짜증도 불러 일으키지만
낯설고 외로운 도시,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서로 상처를 치유받고 치유하는 관계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즉 존재감이 없던 그녀는 그 존재감 없던 마을과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함께 존재감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브릿마리 여기있다.제목처럼..

사회성 제로에 무대뽀인듯해 보여도 그녀는 쥐에게 스니커즈를 챙겨줄 만큼 다정다감한 캐릭터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영역 안에선 자기 나름의 규율을 따른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면 외부와 서서히 타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 한결같은 삶을 살던 그녀도 시간을 넘고 넘어 중년의 나이에 이르게 되고
자신이 택한 또 다른 세상에서 남편이 아닌 타인들과 호흡하는 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결벽증이나 융통성 없는 행동 따위는 버릴 수 있는 용기가 그녀에게도 생긴 것이다.

그런데 베크만은 그런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붙여놓았다. 
아이들과 축구라니 이런 요상스런 조화로 어떤 갈등을 만들고 풀어갈려나 하면서
설마 형편없는 축구팀이 일내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겠지?라고 지레짐작까지 했다.ㅎㅎ
축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에게 그가 얘기하는 축구 인생이 그렇게 와 닿지가 않아서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축구가 열정을 의미하고 인생도 그만큼의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그녀를 향해 굴러 오던 축구공을 힘껏 차는 순간 브로그에서의 다른 인생도 시작되었다.
그녀의 포지션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녀가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갈는지
베크만의 위트와 감성 어린 문구들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베크만의 소설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변화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해 조금은 관대함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들 간의 사회적인 관계 등에 대해 세세히 따져보고
삶의 큰 변화보다는 소소한 변화에서 에너지를 느끼는 삶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60대에 자기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 일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현실에 주저앉은 많은 이들이 직업이든 여행을 통해서든 낯선 것에 대한 긍정의 기운을 가져보길 바라본다.

 

 

 

다른 사람과 살다 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 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p.172

"혼자 지내지 마세요. 이렇게 헤어스타일이 근사한데 혼자 지내면 아깝잖아요." 아이가 속삭인다. -p.182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p.186

브릿마리여기있다, 프레드릭베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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