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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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외국 소설 중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이야기를 두어 권 읽었는데요.
이번 방현희 작가님의 또 다른 공동체 이야기는 친근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인데다
한집에서 방을 나누어 살다 보니 한국인의 끈끈한 정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즉 사람 냄새 가득한 셰어하우스랄까요?

 

책표지를 보면 이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소소한 캐릭터로 표현이 되어있어요.ㅎ
이 책의 주인공 형진은 엄마의 기나긴 투병생활을 지킨 장본인으로
어머니를 지키면서 한 요리가 일취월장하여 요리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돼요.

그렇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후 그는 남겨진 집과 자신의 재능인 요리 솜씨를 발휘해 반하숙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분명 그는 불운의 순간을 기회로 잘 잡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이유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인 낙천적인 성격이 한몫한 거죠. 
요즘같이 사람이 무서운 세상에 선뜻 이리 집안에 낯선 이들과 같이 생활하기로 결심하는 일이
진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읽는 내내 동거인 중 누구 하나는 분명 정상이 아닐 것 같고
또 누구 하나는 사고를 칠 것 같은 그런 야릇한 느낌이 계속 드는 데는 아마도 뉴스를 너무 많이 접한 탓이 아닌가 싶어요.ㅎㅎ

형진의 셰어하우스 입주조건이 공고되고 형진의 입맛에 맞는 입주민들이 모두 모아집니다.
이 집의 입주 사항 중 가장 특이하고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요.
"주 3회 저녁, 평범한 가정에서 먹는 MSG 없는 집밥을 제공한다
나머지 화요일과 목요일은 입주인 각자 식사를 해결한다. "

이 부분일 것 같아요.
혼밥이 아닌 집밥이라는 엄청난 마력이 입주민들을 사로잡게 된 거죠.

이 밥의 의미가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요리를 능숙하게 잘 하는 거구의 체구를 가진 형진의 이미지도 부드러워지지만
같이 식사를 한다는 건 그만큼 서로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지인들을 만나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 밥 한번 먹자고
밥은 먹었니라는 안부 인사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는지는 경험을 통해 잘 아니까요.
즉 이 셰어하우스 공동체들은 같이 밥을 먹으므로써 진정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입주민 모두 사연 한가득씩 끌어안고 이 집에 들어서게 되는데요.
비정규직 직장인이지만 성실한 민규
깍쟁이 서울 아가씨 같은 혜진과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혜진과는 반대의 성격인 수진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집을 나온 꿈꾸는 뮤지션 정우
수의사 호준.. 그리고 그의 귀여운 고양이 3마리.^^
지극히 평범한 이 젊은이들은 형진의 따뜻한 셰어하우스 입주민들입니다.
이야기는 입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옥신각신 잘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는 그냥 사람냄새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남녀 간 썸 타는 사랑도, 주인공 형진의 소심한 사랑 이야기도 있어요.
과한 사건도 없고 눈물나게 찌릿한것도 없지만 너무나 일상이여서 가슴에 콕콕 전달이 잘 된다고나 할까요.

또 형진의 편안한 뒷일 해결을 위해 마당 한편에 지어진 천장 색이 피콕 그린인 이 COOL 하우스는
입주민들뿐 아니라 독자들도 탐내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형진보단 입주민들이 더욱 애용을 하게 되지요~

“와우, 물이 에메랄드빛이야.”
“아, 비 오는 날 욕조에 물 가득 채우고 창밖 바라보면 정말 멋지겠다.”
“눈 오는 날은 더 죽일 거 같아.”
“사과나무 꽃잎 흩날리는 날이 최고일 거 같은데.”
“아냐 아냐, 가을에 찬비 내리고 짙은 낙엽 질 때 뜨끈한 물 받아놓고 앉아 있으면
저절로 시가 나올 거 같아.” -p.82


형진이 그들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맛있는 요리 레시피는 이 책을 더욱 곁에 두고 싶어지게 만들었어요.
특히 토마토 스튜 레시피는 도전해 보고 싶은 요리였어요.
형진이 식단을 짜고 재료를 다듬고 굽고 데치고 등등의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면
요리가 왜 여자보단 남자에게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지 그 느낌이 오네요
정말 이 남자를 우리 집 주방에다 모셔오고 싶은 강한 충동이 막.. ㅋㅋㅋ
슬픔도 기쁨도 맛있는 요리로 함께 하는 일들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내일 아침은 사랑하는 우리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맛있는 미역국으로 사랑을 나눌까 합니다.ㅋ

"산 사람을 위해 밥을 차리는 것은 하늘에 쌓지는 못하지만 지금 내 귀에는 달콤하기 이를 데 없구나." - p.75

이렇듯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잘 엮이어 그 불운을 같이 이겨나가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의 살뜰한 배려는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리는 길이 되듯이요.
든든한 주춧돌 같은 주인장 형진의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깊이 결속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와도 그것을 이루기 어렵게 만들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떼쓰는 사람을 붙여주는 것이 운명 아니던가.
그래서 인간은 슬픔에 겨울 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슬픔이니까"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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