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 더 나은 세상 1
안선모 지음, 박현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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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의 변이를 거듭해 6차 대유행이라는 위세를 단단히 드러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여름휴가를 떠나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보러 간다. 코로나를 일상의 한 질병으로 떠안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었던 그 혼돈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인간 민낯의 밑바닥을 보았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수반된 방역정책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지만 지나친 집단주의와 이기주의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초기 방역정책 당시에도 개인의 인권침해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했었고 감염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백신을 맞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처럼 무수한 편가르기가 난무했었다. 불신은 백신 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고 마스크를 쓰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혐오와 비난의 대상자가 나와 내 가족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공감력이 절실한 순간이 그때가 아니었을까.


어린이 동화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에는 초등 4학년 친구들이 등장한다. 코로나 발병 초기 때의 상황을 읽다 보니 비슷했던 그때의 경험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호들갑에 난리부르스를 떤 것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코로나가 주변 가까이 다가올수록 차분하던 마음이 흔들렸었고 확진자 동선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작가는 혜수와 혜수의 가족, 그리고 혜수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당시 그러했던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비추고 있다. 어쩌면 이제서야 정신이 든 지금 그때의 모습을 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내민 답안지 같다.


퐁당퐁당 격주 수업, 등교 때마다 재야하는 체온, 원격수업에 데면데면한 친구들, 단축된 수업 일정, 가림막 사이로 흐르는 어색한 눈인사. 바뀐 학교생활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혜수는 자신의 생일만큼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고 싶었다. 13일의 금요일과 생일까지 겹친 오늘은 왠지 더 그런 바램에 불길한 기운을 덧입히는듯한데.

그렇지만 그런 아쉬운 마음을 친구 윤아는 헤아리고 있었다. 혜수에게 점심 약속을 제안한 것도 모자라 서프라이즈 선물까지 예고했기 때문이다.

허나 약속 당일 윤아와의 카톡 방에서 윤아는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학교에선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단체 문자가 날아온다. 순식간에 학교와 동네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날카로워져간다. 아이들은 코로나 검사로 두려움의 눈물을 찔끔거렸고 결국 혜수네 반 전체에 자가격리가 통보되자 확진자를 찾기 위한 어른들의 집요한 탐정놀이가 시작된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 질병 앞에 드러나는 우리들의 민낯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과 남 탓을 하는 마음들이 멀쩡한 사람들을 일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혜수는 연락이 되지 않던 윤아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2학년 때 절친이었던 은비와의 이별은 마음한켠에 남아있던 죄책감을 들추어내고 있었다. 온통 불편한 마음투성이다. 점점 더 확진자를 색출하고자 하는 어른들과 확진자가 누구냐며 자꾸만 묻는 반 친구들에 화만 난다.

혜수 말대로 확진자를 찾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큰 아이는 중3 마지막 수업을 친구들과 교실에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졸업을 앞두고 반 친구 하나가 전학을 가던 날 그 아이가 확진자라는 통보를 받고 반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때 아이의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을 때의 풍경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다. 칠판 가득 적혀 있던 친구들의 마지막 인사와 현수막을 보던 순간의 울컥한 마음과 함께.

그때 큰 아이는 전학 간 친구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전학을 가다니라며.ㅋ

정부의 방역정책이 모두 옳다고 볼 수도 없고 각자가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이들의 목적은 같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이전의 일상을 찾는 것. 그렇기에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혜수야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렇게 위기는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나가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가격리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동화라는 점에 개인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덕분에 정독하고 활동지도 꼼꼼히 보게 되었는데 요 독후 활동지는 꼭 해 보면 좋겠다 싶다. 코로나19에 관한 여러 가지 배경지식도 살펴보고 코로나로 인해 새로 생겨난 단어와 의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각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침해에 관한 부분은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을 나누어보면 좋겠다. 함께 읽기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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