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카페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읽은 한국소설 한 권이 떠올랐다. <시간을 마시는 카페>라는 이 소설에도 마법 카페가 등장한다. 아스가르드 카페는 과거와 미래의 연결통로 역할을 했다면 <일요일의 카페>의 길모퉁이 카페는 현세와 내세를 연결 짓고 있는 공간이다. 즉 이 소설은 판타지물이다. 오래전 방영된 환상특급이 떠오르기도 하고 심리치유를 위한 어른 동화 같기도 하다.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최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설레임이다. 편안한 분위기와 음악, 그리고 맛있는 차 한 잔이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다. 이 소설이 더욱 힐링 소설로 읽히는 이유는 그런 치유의 공간에서 일어난 마법으로 한 여인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데 있다. 두 분의 작가가 함께 했다는 점도 특이했다. 참, 사랑스런 일러스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나처럼 표지에 이끌려 덜컥 결제부터 할는지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나쁜 선택을 하려 한 이리스. 그녀의 기분은 이미 선로로 발을 옮기려던 중이다. 그 찰나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일이 일어난다. 생과 사가 갈릴 뻔한 그 짧은 순간, 터지는 풍선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며 살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리스에게는 죽음이 아니라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자신의 슬픔을 덜어줄 그 누군가가.

어찌 되었든 끔찍한 순간을 피한 뒤 그녀에게 낯선 카페가 들어온다.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라는 카페명이 어딘가 부담스럽지만 누군가 일부러 자신의 취향을 맞춘 듯 그녀는 카페 분위기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나 역시 일러스트를 보며 상상을 하고 있자니 휘핑크림 잔뜩 얹은 커피 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듯하다. 이리스는 그곳에서 루카라는 남자와 합석을 하게 되고 석연치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카페에 마련된 여섯 테이블은 저마다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기억의 탁자, 희망의 탁자, 용서의 탁자... 그 자리에 앉아 루카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는 이야기뿐 아니라 그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의 힘은 살아갈 힘을 부여한다. 이리스는 과거의 아픔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카페 주인인 마법사와 루카는 그녀에게 힌트를 주고 또 준다. 고장 난 시계와 주머니 선물과 그리고 작은 메모지 한 장을.

그리고 카페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녀에게 카페를 찾았던 그때부터가 변화였고 카페가 사라진 이후에도 변화를 계속된다. 그 변화는 그녀는 점점 나아가게 한다. 정녕 우리의 삶 깊숙이 어떤 운명의 힘이 존재하는 걸까.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순간 오래전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지고 새로운 결심은 새로운 만남과 공간으로까지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마법 카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 또한 사랑의 힘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아주 가슴 찡한.

과거를 잘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에 일어나는 일보다 현재에 속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리스가 선택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세상 최고의 시간과 장소가 어디인가를 결정짓는 것? 뻔하지만 마음가짐일 테지. 그때마다 쓰자. 버킷리스트고 쓰고 좋은 일 나쁜 일도 쓰면서.. 그러면서 현재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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