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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족 이야기 2 - 동굴 원정대 ㅣ 신비도서관
김춘옥 지음, 김완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길을 지배하고 있는 자들은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 나라의 질서와 평화가 유지되는 동안 한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을 망각한다.
<길족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고심하게 만든다. 무엇이 최선인지를, 어떤 방향이 서로를 위해 나은 길인지를 찾아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길족 이야기> 첫 번째 편에서는 길족세상의 질서를 보았다. 그 질서란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질서였다. 길족 세상을 다스리는 길찾족의 족장은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어 왔다. 그랬기에 다른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점점 더 체재를 굳히고자 했다. 길찾족과 길만족은 함께 잘 살 수 있었음에도 그럴 수가 없었다. 새로운 길은 혼란만을 야기한다고 믿었던 족장때문에 길만족의 희생은 당연시되어 흘러만 갔다.
하지만 길새의 등장은 족장이 이루어놓은 질서에 균열을 일으킨다. 어느 나라건 족장의 자리를 넘보는 반대세력이 존재한다. 길족 세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족장의 자리를 빼앗아 길족 세계를 손아귀에 넣고 싶어 하던 길다다는 길찾족과 길만족 사이에서 태어난 길새를 꼬투리 삼아 권력을 쟁탈하려 한다. 길만족의 발걸음을 미끼로 길찾족에게 뇌물을 뿌려대며 환심을 산 뒤 족장과 길모아를 밀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듯 두 세계의 중간다리가 된 길새는 누군가에겐 위협이었고 누군가에겐 행운이 되는 존재였다. 동굴 속에서 길만족을 만나고 궁금했던 진실들이 하나둘 풀리지만 족장과 길모아를 만난 뒤 바깥으로 통하는 동굴 문의 암호 역시 절실해졌다. 새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큼 무언가를 해 내고 싶었다. 길포를 포함해 길새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길새의 의욕은 커져간다. 엄마를 데려오고 억울하게 갇힌 길만족의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세상은 욕심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니란다. -p.86
길은 계속되고 모든 길은 통하기 마련이다. 길은 개인 한 사람에 의해 통제되어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길은 각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함께 다지고 지켜나가야 한다. 길다다의 역모로 동굴에 갇힌 족장과 길모아. 상황이 악화되자 족장은 그제서야 속내를 털어놓으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분명 족장의 방식은 과했다. 길만족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너무나 간단히 치부해 버렸다. 길새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길족 세상을 위해 써야 한다. 길만족의 자유와 길찾족과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 그 걸음에는 오래전 누군가가 걸음의 깔리기도 하고 숨겨진 발자국을 찾아 얹기도 한다.
그 길에서 만난 흥미로운 존재는 길족 세상을 더욱 신비롭게 했다. 족장의 부탁으로 길신의 손에 탄생한 휘는 해맑은 아이였지만 자유를 억압하자 점점 나쁜 존재가 되어갔다. 족장은 모두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고 휘를 만든 길신은 휘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아서 휘를 놓치고 말았다. 길새는 그런 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자유의 소중함과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이야기였다. 아이들과 읽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