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10
김명진 지음, 전명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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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자주 들여다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셔서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부모에게 조언을 드리는 프로인데 보면서 느끼는 건 애초에 문제아는 없었고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부모 역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처음이고 새로운 환경과 상호 관계에 있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힘이 들 땐 다른 사람의 조언과 상담도 받아들여야 한다.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이라는 제목만 보면 단순히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일듯하지만 어른도 함께 읽어보면 정말 좋을 책이다.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아이와 그릇된 훈육방식을 고수하던 부모. 모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수반되어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걸 원치 않는 이들도 있고 내 이웃의 일에 무관심한 이들도 있어 이 책은 그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게 다가왔다. 작가는 무엇보다 이런 사안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부모의 무관심과 지나친 훈육 게다가 버릇을 고치겠다고 행해지던 과도한 체벌은 한 아이를 계속 절망으로 밀어 넣을뻔했다. 일찍 알아차린 친구들과 주변의 따스한 시선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절실해 보인다.

철구는 여자친구다. 이름만 들으면 남자친구라고 여길 만한데 이름에 깃든 의미가 사뭇 진지해서 오히려 더 정감 있다. 그렇지만 철구는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답게 예쁜 이름이 탐나는 때다. 아빠에게 왜 이렇게 지었다며 따져 묻고 싶지만 철구는 아빠를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엄마는 도통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런저런 이유로 더욱 아빠가 그리운 철구는 엄마의 도움 없이 아빠를 만날 계획을 세운다.





'아무거나 교환소'는 그렇게 문을 연다. 괜찮은 물건이 들어오면 되팔 목적이었고 그렇게 용돈을 벌어볼 심산이었다. 고 녀석 참 경제 쪽으론 될성부른 떡잎일세.ㅋㅋ

그러던 어느 날 예상외의 친구가 무당벌레 브로치를 내밀며 사라지게 해달라고 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

나 역시 이래저래 지칠 때면 가끔 일주일만 사라지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니 안나 역시 그냥 재미로 사라지고 싶다며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닐 것이다. 열 두살 친구가 사라지고 싶다고 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단 얘기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가을이와 안나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가을이는 무언가 억울함에 펄쩍 뛰는 입장이고 안나는 모함을 당하는 입장이다.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안나를 두둔하며 가을이를 흉보기에 이른다. 억울한 가을이는 안나의 흠을 까발려서라도 자존심을 지키고자 한다. 분명 안나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듯하고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 이면에는 무언가로부터의 억압이 있는듯하다. 그랬기에 가을이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철구는 아빠를 보겠다는 의지가 한가득이기에 얼토당토않은 안나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자 문득 머릿속에 이미지 하나가 번뜩 떠오른다. 지하실 박스를 뒤져 찾은 노트에 적힌 촌스러운 제목 하나가 어쩌면 방법을 찾아 줄는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이라는 제목 아래 적힌 몇 가지 행동 작전을 보며 어쩌면 사라지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거나 말거나>라는 잡지도 영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건 브로치를 돌려주고픈 마음이 없기도 했기에 철구는 일단 저지르고 본다.

외계인이 출몰했다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외계인을 본 사람을 찾아보기도 한다.

철구는 계획대로 안나의 부탁을 들어주고 브로치를 팔아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우연히 몇 번,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세상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어두워지는 안나의 얼굴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p.26

주변에 행동이 독특한 친구를 만나면 외계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만큼 소통이 잘 안되는 친구들을 그렇게 칭하며 가까이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그 친구들 역시 도움을 원하거나 누군가의 이해를 받고 싶어한다는걸 알게 된다.

안나의 차분함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안나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안나의 방에서는 자주 모스 부호가 관찰된다. 그런 안나의 특징을 놓치지 않은 철구의 세심함과 유진이의 당찬 매력, 가을이의 배려심이 없었다면 안나는 진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을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주눅 들고 원망하며 좌절하기보다는 달라진 안나의 모습처럼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고 당당해지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흐뭇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다행스럽다.

어제 본 기사 하나가 떠오른다. 무안에서 UFO가 출현했다는 소식이었는데 영상을 보고 있으니 SF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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