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 케이스릴러
전건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마귀. 그들이 믿는 건 마귀예요.

그럼에도 믿음에는 다 가치가 있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믿음의 대상은 실제한다는 거지. -p.42

7월에는 사서 모셔두기만 했던 호러 스릴러들을 하나둘 뒤적여 본다. 먼저 쪼로록 줄 서있는 한국 작가의 책들이 눈에 밟힌다. 즐기는 장르가 아님에도 한 번씩 당길 때가 있고 또 한 번 잡으면 후루룩 읽히기도 하니까. 7월 첫주는 맘먹고 <마귀>로 주말을 보냈다.

 

이전에 읽었던 <순교자>에서는 신을 의심하게 된 목사가 믿음에 관한 본질에 대해 고뇌하는 내용이 나온다. 신과 인간, 인간과 신의 관계, 신의 존재 유무와 믿음의 실체 등에 대해 내내 고민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악의 존재 유무와 실체 더 나아가 미신, 심령, 혼령 등 온갖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것들까지 등장한다.

욥은 이쪽 저쪽 이야기에 죄다 등장할 만큼 성경에서 파격적 인물이었나 보다. 무교인 내가 종교의 뿌리까진 이해할 순 없지만 어찌 되었든 악마라는 소재가 매혹적이긴 하니까. 다만 포맷의 신선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이비 종교인들의 집단자살을 모티브로 하여 악귀를 통한 부활 의식을 꾀하는 소재는 한 번쯤 어디서 본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는 적정선을 유지하여 무리하지 않고 잘 끌어간다. 과하지 않게.

 

겨울만 되면 유달리 많은 눈으로 고립되다시피하는 소복리. 많은 눈을 예고하던 마을에 어느 날 외지인이 들어온다. 그들은 마귀를 숭배하는 사이비 집단의 중심축으로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곳을 찜 한 것이다. 마을에는 평범하지만 그들의 계획을 방해할만한 용기를 지닌 인물들이 살고 있었고 거기에 오래전부터 사이비 집단의 뒤를 캐던 인물들이 합류한다. 뭐 이쯤 되면 어벤저스 팀 못지 않다.ㅎㅎ 왜냐 악귀를 처단할 온갖 종교인들과 무당까지 있었으니까.

 

게다가 만화방을 운영하는 인물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처럼 온갖 신을 믿는다. 많이 믿을수록 좋지 않겠냐며. 그렇다. 마귀 하나 물리치기 위해 이왕이면 온갖 신들이 합심하면 더 좋지. 많은 종교인들이 자기 신만 최고라고 여기지 않고 이리 합심하면 얼마나 좋을꼬. 이왕이면 더 인류애적으로다가.

믿음이 아무리 강한들 이기적 믿음은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올바른 믿음이란 타인의 행복까지 생각하는 것인데 자기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그릇된 믿음이다.

 

믿음의 목적이 무엇이건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을 향한 믿음에서 시작돼야 한다. 에필로그에서 충격적 가족사를 보여준 선우가 끔찍한 범죄현장 속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보면 할 수 있다는 용기였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맞서는 용기들이 모여 악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단한 무기와 대단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것임을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다.

 

여름이 아직 많이 남았다. 케이스릴러 몇 권 쌓아두고 여름밤 열대야를 이겨보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