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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여행의 의미와 지금 우리가 쓰는 여행의 의미는 달라졌다. 인간은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길 원한다. 즉 떠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아올 곳이 있어야 여행의 가치는 상승한다.
나는 여행에 적합한 체질과 성향은 아니다. 멀미도 잦고 특히 배멀미는 끝장이다. 더군다나 긴장하면 장트러블도 잦아 공간이 바뀌면 화장실부터 걱정이다. 여행지에서 조금만 피로감을 느끼면 방구석이 그렇게도 그립다. 배낭여행도, 해외여행도 없었다. 어쩌면 낯선 장소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더 컷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처럼 호텔에 대한 기대감 따윈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호캉스도 그닥 당기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의 나의 여행의 목적은 힐링보단 사진이 이유였다. 물론 나의 삶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그 미미했던 순간을 오래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에게 쏟은 열정때문이다. 낯선 장소들은 나에게 새로운 글감이 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여행은 그럴 수밖에 없다. 작가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될 그런 여행. 이젠 내게도 그런 여행이 필요함을 느끼지만 아쉽게도 기약할 수 없는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각자가 갖는 여행의 이유와 목적의 종착역은 '나'가 아닐까.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또한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작가라는 직업의 강점이라면 시간이나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반드시 여행이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쓰는 고통보다 즐거움이 먼저라면 여행의 설레임과 기대감은 몇 배가 되고 계획에 어긋난 추방을 당하게 되더라도 여유가 생긴다. 여행은 여행의 순간이 주는 강렬한 감정도 있겠지만 다시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언제나 여행기를 책과 영화로 대신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방구석 여행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작가의 조언이 감사하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소소한 경험담과 에피소드도 잔 재미가 있지만 일화 속에 덧붙인 책 이야기에 귀가 팔랑 팔랑인다. 오디세우스(Nobody nobody but you ㅋㅋ)와 그림자를 팔아버린 사나이(여행자이자 방랑자에게 그림자 따위)를 만나 여행에 숨은 삶의 깨달음을 찾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