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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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986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지금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훨씬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일 것이다. 왜 시간적 구성이 그 시점으로 옮겨 가 있는지는 1월 1일 버드의 시점이 열리면서 알게 된다. 1986년 1월은 챌린저호 발사로 미국이 부산스러웠다.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케이블 티브이도 흔치 않았고 게다가 이번 발사 계획엔 민간인 교사 한 명도 탑승하여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이었다.

그랬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 엄청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1989년 1월 한 달, 세 남매의 시선으로 매일의 일상을 쫓아가다 보면 안타까운 챌린저호 사건의 뒷면에는 위태로워 보이는 한 가정의 일상도 보인다.

 

가족은 복잡한 기계다.

 

운동을 좋아하는 첫째 캐시, 기계의 속 사정이 궁금해서 분해도를 즐겨 그리며 누구보다 챌린저호에 온통 정신을 뺏겨있는 둘째 버드, 그리고 버드와 쌍둥이이자 오락게임을 좋아하는 피치. 책을 좋아하지만 아빠와 늘 삐걱거리는 엄마. 오죽하면 버드는 부모님의 소음을 들으며 우주에 떠 있는 상상을 할까.

 

기계의 작동원리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버드는 그만큼 사물과 사건에 대해 눈과 귀가 열려있다. 버드네 가족은 우주 속에서 떠도는 먼지가 되어 각자의 궤도를 도느라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다. 버드는 각자의 삶으로만 침참해가는 가족 구성원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다. 부모님의 대화는 매번 엉켜셔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캐시는 손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학점도 위태롭고(운동부에 들어가려면 평균 성적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 아주 좋다.) 전부였던 농구팀에서도 빠질 위기다. 피치 또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여학생에게 심한 모욕감을 준 상태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버드에게 무관심이다. 가끔 다른 이가 가족이었으면 하는 예쁘지 않은 생각들로 위안을 얻고 챌린저호 발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우주에 대한 희망은 자신의 꿈과도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승무원인 주디스 레스닉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해 있던 상태였다. 1월 하고도 6일이 지난 수업 시간, 같은 반 친구가 주디스와 버드를 비교하며 버드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말을 흘리게 된다.

너는 별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파동은 생각보다 강력한다. 예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예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예쁜 건 자신이 만드는 거야. -p.148라는 말에도 위안을 얻을 수 없다. 챌린저호가 폭발한 이후 너는 별로라는 단어 뒤에 붙일 수 있는 부정적 완결문은 수백 가지의 가지가 되어 뻗어 나갈 것만 같았다.

가족은 가장 예측 가능한 기계야.

버드는 학교 수업 시간에 했던 기계와 인간의 차이점에 관한 생각에 집중한다. 기계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오점투성이다. 챌린저호의 기계 오작동도 인간의 잘못된 판단이 가져온 참사였다. (실수를 하고 감정에 휘둘린다)

이처럼 중대한 오작동이 벌어지면 기계는 폭발해버리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세 남매와 가족의 한 달은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별이 우리의 눈에는 정지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인간이기에 회복의 시간도 갖는다.

버드 곁에 캐시와 피치가 발걸음을 맞추어 준 것처럼.

 

챌린저호가 공중분해되었을때 버드의 충격과 슬픔과는 달리 아이들은 단축수업에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일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가 왜 우주를 꿈꾸는지에 대한 살롱가 선생님의 조언을 한 번 더 새겨본다면 생각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요건 책을 통해 만나보시길.

 

​세 남매가 고민하며 인생의 궤도를 수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나는 어떤 고민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지 않을까.

 

왜 우주탐사가 필요한지에 대해 친구들이 고민하다 크리스토퍼의 말대답에 빵 터졌다. 요즘 좀 심하게 어이없는 생명체가 눈에 들어오긴 하지.

"우주에 생명이 있건 말건 무슨 상관이야?" 크리스토퍼가 물었다. "지구에도 어이없는 생명체가 가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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