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나는 이 책을 북클럽도서로 만나 e북으로 읽었다. 아마도 내가 모바일로 본 유일한 책이자 마지막 책이 아닐까. 눈이 너무 피로해서 혼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박서련 작가는 <더 셜리 클럽>으로 먼저 만났었다. 사랑과 연대를 젊은 작가만의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그려냈다면 <마르타의 일>은 화통한 복수극으로 후련함을 선사한다. 마르타(수아)의 철두철미한 일정에 숨이 막혀 오지만 이 정도쯤 치밀해주어야 진정한 복수가 가능한 것이라고 이해했다.ㅎ

어쩌면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자매들은 그리도 성향이 다를까. 우리 집 남매도, 지인들 자매도 극과 극이다. 그런 극과 극의 성향이 한 집안에서 나름의 조화를 이루어주면 좋겠지만 대체로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소설 속 자매 또한 연년생으로 태어나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지만 점차 각자의 장점이 두드러지자 삐걱거리게 된다. 주변인들의 말과 말에 오해는 부풀고 그렇듯 말 없는 사이가 되어 지낸다.

첫 장면은 동생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둘의 불편한 관계는 동생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부모님의 모습 앞에서 드러난다. 누워 있는 게 나였어도 엄마 아빠는 이렇게 울었을까? -p.12 이쯤 되니 둘 사이에서 부모님의 역할도 의심스럽다. 동생만 편애한 게 아닐까 하는. 물론 이것 또한 둘의 성향 때문에 생긴 오해일 뿐이었음을 알았다. 수아는 차가운 물이라면 경아는 따뜻한 물같다고나 할까.

암튼 사건은 여기서 시작한다. 착하고 예쁜 게다가 어마 무시한 팔로워를 거느린 SNS 셀럽이었던 동생의 자살. 하지만 절대 자살일 리 없다고 직감한 수아에게 제3의 인물이 등장해 타살임을 알리고 수아는 증거를 찾아 미친 듯이 몰두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후 완벽하게 끝을 낸다. 수아의 찰진 욕도 한몫했고.ㅋ

경아가 마리아라면 나는 마르타가 되어야 했다. -p.260

마르타는 성경 속 인물이다.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이야기를 빗대어 현대판 마르타(수아)가 성경 속 마르타의 억울했던 속 사정을 재해석한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나서야 깨닫게 되어 맘이 아프지만 마르타의 일은 권선징악이라는 진리를 현실 속에서 확실히 재연시킨다. 마르타의 한다면 한다 정신도 한몫 거들었고.

유명 셀럽의 이면에 그려진 동생의 삶은 유명세에 이끌리다 좌초된 배가 되고 말았다. 미모의 봉사녀라는 타이틀이 동생을 만인의 연인으로 앉혀 놓았지만 시기와 질투 그리고 어둠의 그림자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언니처럼 예쁜 이름이 갖고 싶어 리아로 개명한 경아, 리아의 언니라는 수식어가 싫었던 수아. 둘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보이는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늘 부족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삶을 악착스럽게 몰아가는 수아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모습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수아에게 동생의 죽음이 전환점이 된다거나 의식의 변화 따윈 없었다. 그저 자신의 계획에 죽음의 진위를 파악하는 스케줄을 욱여넣고 더욱 미친 듯이 매달린다. 잠시 동생의 죽음 앞에 112를 부르느냐 119를 부르느냐를 두고 제3의 인물과 관점의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변함없는 건 자매의 사랑은 태어났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아 씨는 무섭습니다. - p.188

어떤 방식이 되었든 죽음에는 죽음으로 대갚음해 주었다. 그럼에도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는 섬뜩한 암시를 남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찝찝하고 소름 돋는 마지막 한 문장에 수아의 화끈한 욕설 한방을 덧붙여야 될 것만 같다. 그래야 완전히 끝난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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