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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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우주에 관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은 낭만이 넘쳤지만 내게 지구과학 시간은 참 지루했었다. 내가 그 시간에 제대로 집중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행성 이름을 외우고 행성 간의 거리를 구하고 겨울철에 볼 수 없는 별자리를 찾거나 공전주기를 구하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가 없었는지.

 

그럼에도 오래전에 지구와 우주를 외면했던 내가 다시 지구와 별과 행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학 또한 수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고 아름다운 노래의 노랫말이 되며 다채로운 영상이 되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얼마나 많은 전설들이 달로부터 왔었는지, 얼마나 많은 별들이 우리의 영혼이 되어주고 우리를 어둠으로부터 달래주었는지를 안다면 그 호기심은 더 확장되어야 마땅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 인간의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꼭 과학자들의 몫이어야만 할까.

 

천문학하면 일반인들과의 거리가 수억 광년쯤 될 것 같고 천문학자하면 매일 하늘만 쳐다보며 살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과학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낸다. 천문학자의 에세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사담 속에 우주와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또한 여성 천문학자의 일상 또한 여느 직장 여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또 밀려온다. 작가가 면접시 받았다던 질문도 화가 나지만 작가는 그저 지구가 돌고 계절이 지나는 일들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여성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와 편견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천문학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신념과 생각에 빛을 담는다. 차분하고 단정하게 소신껏 써 내려간 글들이 다정다감하다. 우주를 품고 달과 별을 사랑해서일까. 문장은 한층 낭만과 여유가 있고 모든 것들에 애정이 깃들어 있다. 작가의 진심은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더욱 빛을 발했고 천문학에 대한 애정은 자기반성과 겸손함에서 우러나온다.

 

우주를 알면 생각의 폭도 깊이도 확장됨을 작가의 글을 보며 알게 되었다. 때론 문학적 오류를 실측량을 통해 바로잡기도 하고 과학적 원리를 확장해 더 깊은 문학적 언어로 재탄생 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작가의 감각은 과학과 문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독자라는 단어에 愛 자를 덧붙이게 한다.

 

여전히 천체의 원리보단 시각적 이미지에 감동을 하고 <코스모스>보단 SF 소설이 더 좋지만 행성에 얽힌 사실과 우리가 새벽녘에 보는 달이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 달의 앞면과 뒷면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되니 우주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본 적 있다. 과학 책이 아닌 환경책에서 말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는 점점 위기를 맞는다. 무시무시한 결말에 두려움이 엄습할 때쯤 이 사진을 보았다. 그 순간 밀려오던 울컥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달과 화성 탐사도 멋진 일이며 훗날 우주 정거장에서 BTS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미래도 무척 센세이션하지만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라는 낭만적 부탁을 미래에도 써먹으려면 천문학뿐 아니라 곧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천문학자는 계절의 변화를 별자리에서 찾지만 나는 바람의 온도에서 느낀다. 당장은 별을 관찰한다고 내 눈에 별자리가 들어올 일은 없겠지만 별자리 수업은 관심이 있다.ㅎ 그런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우리는, 태양계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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