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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학년 ㅣ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4
이지현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3월
평점 :

지금처럼 배움의 기회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은 흔하니까.
지금 아이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예전에는 배움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거나 배움의 시기를 놓치고 살아온 이들이 꽤 있었다. 특히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여자들에게는 더욱더 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사연 때문에 글을 모른 채 살아온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이름부터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대충 지어진 설움을 가졌다. 또 딸을 낳았다고 해서 또출이라니. 그러고 보니 초등시절 짝꿍 이름도 후남이었다. 후남이 동생은 아들이었을까.ㅎ
박또출 할머니는 까막눈이다.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 어떻게 글도 모른 채 살아오셨을까 싶지만 할머니는 그냥 불편을 감수하고 살았다.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쉬이 배움에 대한 열의를 접게 만든다. 중국집 가서 메뉴판을 몰라 짜장면만 시켜 먹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랬던 할머니였건만 어느 날 드디어 배움의 열정이 싹트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할머니가 키우던 독구 때문이었는데.

이야기가 더 사랑스러운 건 독구의 활약 때문이다. 독구와 할머니는 가족처럼 돈독하다. 독구는 할머니를 지키는 든든한 보디가드이자 할머니의 말동무 친구도 되어준다. 그런데 독구에겐 더 특출난 재주가 있었으니 바로 글도 알고 시를 짓는다는 사실이었다. 텅 빈 운동장에서 시를 읊는 독구 때문에 빵 터졌는데 독구의 모습에 우리 집 강아지를 덧씌우니 몇 배로 더 귀엽지 아니한가.
박또출 할머니는 단체 온천여행을 갔다가 타고 온 관광버스를 못 찾아 길을 잃을뻔한다. 글을 읽을 수가 없다 보니 버스를 못 찾은 것이다. 이에 동네 안동댁이 할머니의 까막눈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바탕 신경전이 오갔고 할머니는 내내 기분이 별로다. 그런 와중에 독구는 할머니를 보며 시를 쓴다. 글자를 쓰고 있는 독구를 본 할머니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할머니가 아는 거라곤 학교뿐이었다. 무조건 학교를 찾아가서 배우고 싶은 열의를 전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할머니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대로 포기하고 말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더군다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제자리걸음이다.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은 늘 스스로를 주눅 들게 만들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없게 한다. 할머니는 글을 배움으로써 삶의 의지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이게 된다.
공부는 때가 없다지만 평생 해야 되는 것 또한 공부다.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시스템 안에서 익숙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공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배우고 배움을 나누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글에서 눈여겨볼 것이 배움의 나눔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할머니가 더 쉽고 빠르게 글을 익힐 수 있을까에 의견을 모은다. 게다가 아이들은 각자의 재능을 살려 서로서로 돕는다. 자신만 잘났다고 뻐기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친구들을 위한 배려가 정말로 예쁘게 다가왔는데 딸아이의 일화가 떠올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초등 1학년 상담 때 한글을 잘 모르던 짝꿍을 도와준 일로 선생님이 아이의 칭찬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드디어 우여곡절끝에 할머니는 그토록 원하던 일을 성취한다. 독구에게 자신이 지은 시를 들려주는 모습이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눈을 감고 시를 즐기고 있는 독구와 그런 독구를 위해 정답게 시를 읊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 한편이 훈훈해져 온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할머니가 깨달았듯이 우리 아이들도 공부의 즐거움을 느껴가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청어람 주니어에서 제공하는 활동지는 볼 때마다 알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연필 두 자루도 함께 도착했다.
독후 활동지는 초등 저학년뿐 아니라 고학년이 해도 좋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해 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아이와 함께 해 보았다.
숨은 낱말도 찾고 잘 읽었는지 내용 확인도 하고 또 시를 읽는 독구와 신입생이 된 할머니를 보며 느낀 점도 적어보았다. 상황에 따른 글쓰기는 생각하며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다. 할머니처럼 시를 지어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어 알찬 시간이 되었으니 독후 활동지는 정말 강추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독구가 할머니 이름을 썼던 장면이라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