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열쇠의 계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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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탐정이라니. 게다가 두 친구는 딱히 단짝친구도 아니다. 단지 방과 후 도서실에서 함께 도서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엔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호리카와와 마쓰쿠라. 이 두 친구는 늘 텅빈 도서실에서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미반납 도서 독촉장을 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선배가 도서실을 찾아와서 할아버지가 남긴 금고의 번호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섯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는데 사건 소재들이 청소년들이 다루기에는 다소 무겁다. 물론 다행히 첫번째 이야기에서 위험한 순간이 일어날뻔 했지만 험한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책과 열쇠의 계절이라는 제목만으론 무언가 굉장히 심오한 내용인가 했으나 책을 좋아하는 두 친구가 사건의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배배 꼬임없이 추리하고 잘 찾아낸다. 그래서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성향이 다른 두 친구가 탐정놀이를 하는동안 알콩달콩 티격태격 말장난을 주고 받으며 가까워지는 장면도 보기좋았고 마지막 두 편의 이야기는 마쓰쿠라의 가족 이야기라서 둘은 좀 더 친근해지는 계기를 갖는다. 물론 마쓰쿠라는 적정선을 지켜주길 원하지만.

 

이야기속에는 좀 더 다양한 인간의 본성과 문제점들도 드러난다. 호감어린 미소뒤에 숨겨진 더러운 욕망과 인간 혐오등은 참으로 씁쓸하다.

무엇보다 사건의 본질은 단서보다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면 사건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사람의 내면을 간파하는 능력 이것또한 탐정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마쓰쿠라가 더욱 예리하긴 했다. 물론 이야기는 호리카와의 시선으로 쓰여져 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수도.

 

일상 미스터리에 청소년물 같아서 난 좋았지만 좀 더 센걸 원한다면 김빠질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다만 소설을 좋아한 친구가 자살한 얘기는 빼고 싶군. 추리과정에서 언급된 <바다와 독약>을 보니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까먹고 있었던게 떠오른다. 이참에 꼭 읽어봐야겠다.

 

두 친구가 책과 열쇠의 계절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청춘이라 부러워진다. 이미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며 어둡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지만 두 친구의 활약으로 조금씩 밝아지는 기분이다. 이런 세상에 책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 위안의 열쇠만 있다면 굿굿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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