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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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느냐."

 

방랑의 계절, 광기의 계절(산제 제국), 이빨의 계절(펄크럼), 질식의 계절(제키티), 붕괴의 계절

 

아. 그랬다. 이 세계엔 아니 이 계절엔 달이 없었다. 붕괴의 계절이후 무언가 잘못되어 달이 궤도를 이탈해서 사라져 버렸다. 이 모든것의 원인은 오로진이였기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들을 "대지가 싸지른 추잡한 괴물새끼들 -p. 67" 이라며 극도로 혐오한다. 2부에서는 엘라배스터와 에쑨의 대화에 집중하면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들이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가 어떤 참사를 낳았는지. 천채는 그 천채를 구성하는 모든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우리네 삶도 그러함을 의미한다. 하늘만 올려다 봤더라면 계절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힘이 들땐 하늘을 보라고 하는건가.ㅎㅎ)

 

어쨌든 사람이란 자기 자신과 남들로 구성된다. 하나의 존재를 최종적인 형태로 빚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다. 로 시작의 문이 열린다. 그것은 이야기가 좀 더 구체적으로 펼쳐진다는 의미다. 각자의 관계 (스톤이터, 오로진, 수호자 그리고 인간)가 어떤식으로 연결이되어 있을런지 기대하면서 읽어 나갔다. 1부에서 두리뭉실했던 관계들이 2부에서 선명해지기 시작했으며 각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볼 수 있었다. 1부에서 2인칭 화자. 에쑨을 너라고 칭하던 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다름아닌 호아. 오~~~ 소름!! 에쑨의 수호신이라고 여겼는데 그보다 더 상위존재인듯. 어쩌다 인간이 아닌 돌로 존재하게 된건지 알 수 없지만 알라배스터가 결국 돌이 되가는 모습을 보며 오로진의 최후가 스톤이터가 아닐까.

 

10년이 지났다. 에쑨은 지하도시(카스트리마)에 머문다. 그녀와 같은 오로진이 이끄는 곳이자 그곳엔 알라배스터가 있었기에 그녀는 알라배스터에게서 대륙의 비밀을 알고자 한다. 여전히 알라배스터에 대한 증오(이 녹병삭아 문드러질 고집불통 머저리 냉혈한 같은...)를 떨쳐버질 수는 없지만 그의 죽음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 열쇠는 그와 에쑨에게 있음을 직감했기에. 알라배스터가 모든 비밀을 한꺼번에 토해내지 않는 이유("씨발대지여, 난 너를 보호하려고 이러는거야.")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에쑨은 모든 건 자신에게 달렸음을 깨닫는다. 자신은 계속 살아갈것이므로!

 

반면 그녀의 딸 나쑨은 아버지와의 여정에서 수없이 죽을 위기를 넘기며 찾은달(오로진을 고쳐준다는 소문을 믿고)에 도착한다. 나쑨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사이에서 갈등하고 에쑨에 대한 원망까지 떠안고 있다. 지자는 위기의 순간 딸의 힘으로 벗어났음에도 두려움은 커져간다. 하루빨리 그 힘을 없애 사랑스런 딸과의 일상을 꿈꾸지만 샤파의 등장으로인해 부녀사이는 끔찍한 종말을 맞게 된다.

 

한편 에쑨과의 마지막 만남이후 파괴될뻔 했던 샤파.그는 더이상 예전의 에쑨을 그려볼 수 없다. 허나 운명은 에쑨대신 나쑨을 그 앞에 데려다 놓는다. 나쑨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에쑨의 존재. 딸의 손가락을 부려버릴정도로 에쑨은 딸을 강하게 키우고자 했다. 스스로 힘의 파괴력을 조절할 수 있을때까지. 그런 냉담함때문에 나쑨은 엄마에 대한 감정이 차갑다. 그랬기에 아빠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했지만 "저 곳은 ... 저기엔 너 같은 애들이 많을 거다." 그는 절대로 '오'나 '로'가 들어간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항상 너 같은 부류나 너희 동족 그리고 그런 족속이다.-p.160 오로진을 벌레취급하는 아빠와는 더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에쑨이 그랬던것처럼 샤파에 대한 애정이 커져만가는데.

 

어린시절 지자는 오로진이 친구를 얼려 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어린 오로진이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 이후로 오로진에 대한 분노는 한결같을 뿐이다.

짐승 새끼를 아무리 훈련하고 목줄을 달아 봤자 짐승새끼일뿐이다.-p.162 그랬기에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에쑨에 대한 원망과 분노와 커져만가는 딸에 대한 애증은 오래전 친구에 대한 기억을 자꾸만 되내이게 한다. 결국 지키고 싶어했던 딸이지만 괴물취급을 하고 만다.

 

대지가 생명을 증오하는 이유는 유일한 자식을 잃었기 때문이다.-p.147 오로진의 실수로 달은 사라졌고 대지는 분노한다. 분노한 대지는 수호자를 통해 오로진을 통제하려 하지만 결국 모든것을 되돌릴 수 있는자도 오로진뿐이다. 평범한 오로진이 아닌 열개반지 이상의 힘과 능력을 가진자만이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 수 있으며 달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다. 그래야지만 대지와 인간은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

 

모든 기력을 대지에 다 쏟아붓고 돌이 되어버린 알라배스크. 그는 아들을 사랑했고 진정한 삶을 원했고 모든걸 되돌리고 싶어했다. 최후까지 온몸으로 고통을 참아내며 떠나버렸다. 어쩌면 샤파도 그렇지 않을까. 나쑨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지의 명령을 거역하는 고통을 감내한다. 이 모든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수호자가 되길 원하지도 않았다. 어린 샤파. 점점 잔인해져가는 샤파. 그리고 진심 사랑했던 어린 여자 아이. 목뒤에서 꿈틀대는 존재보다 특별한 존재와의 관계가 그를 더 꿈틀대게한다. 그것은 사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속에서 이해를 구할 것이다. -p.252

 

에쑨은 호아에게 넌 왜 여기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호아는 불쑥 말한다. "나한테 괜찮으냐고 물었으니까."

아무리 세계가 부서져도 아무리 세상이 피폐해져도 사랑은 존재한다. 대지와 조산력과 오벨리스크와 마법.이라는 거대한 힘말고 미래와 희망을 위한 사랑말이다.

 

전쟁은 진행형이다. 카스트리마도 위기를 맞는다. 적들은 사방에서 그들을 노리고 있다. 항복이냐 투쟁이냐의 문제가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그들은 싸운다. 에쑨은 펄크럼에서 배운 조산력을 왜 대지에만 집중시켰는지 깨닫는다. 조산력은 노력이 아닌 관점과 인식의 문제라는 알라배스크의 말도 한몫한다. 즉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과 마법의 차이를 깨닫는다. 알라배스크가 왜 조산력을 마법이라 칭한지 이제서야 감이 온다. 마법은 힘이 필요없다. 그랬기에 에쑨은 마법을 하늘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수많은 오벨리스크의 문을 향해. 그리고 나쑨은 엄마의 기운을 감지한다.

 

"달을 어떻게 집으로 데려 올 수 있는지 말해줘."

 

 

"대지여, 네가 정말로 그리웠다." - p.293 라며 한숨짓는 그의 말이 너무나 진심인걸 알기에 알라배스터가 그리울것같다. 이제 마지막 석조하늘을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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