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
메이브 빈치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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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겠다고 결심해놓고 딱 일 년 만에 완독했다. 왠지 시즌에 맞춰 읽어야 할 것만 같기도 했고.

 

<​그 겨울의 일주일>이후로 작가의 글이 너무 좋아서 부지런히 읽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단편이 실린 책은 첨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가 무려 열아홉 개나 실려 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보따리를 작정하고 싸 놓으신듯.ㅎㅎ

물론 책장을 덮고 나니 희미해진 이야기도 있고 또한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문화가 우리랑은 달라 이질감이 있으나 명절+가족이라는 결합의 공통점으로 인해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하구나 했다.

 

가족의 해체와 붕괴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고 제아무리 기쁘다 구주가 오신 날이라고 해도 누구에겐 노동의 피로로, 누구에겐 관계의 피로로 전혀 기쁘지 않은 날이 되기도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연인에게는 기대만땅에 달달한 날이 될 것이고, 솔로나 가족이 없는 이들에게는 쓸쓸하고 외로운 날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연휴이기도 하니까 그만큼 크리스마스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한다.

 

메이브 빈치의 단편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 틀어질 수도 있을 크리스마스 휴일을 그렇지 않게 만든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조금만 상대에게 너그러움을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한 해의 끝이 후회로 남지 않을 수도 있음을 전한다. 이야기만 보면 참 간단하고 쉽다. 왜 우리는 이 간단해 보이는 걸 못하는 걸까. 그만큼 우리는 쓸데없는 자존감(죽어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과 쓸모없는 이기심(세상의 중심은 나)과 불필요한 감정의 골(불안감과 두려움)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투박한 인생사에 찌든 자라면 동화 같은 결말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특히 동화적 감성이 필요하다.

 

싸가지 의붓 딸과의 불편한 전쟁을 그린 <크리스마스의 첫 단계>를 시작으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스산한 결말이 인상적이었던 <크리스마스 사진 열 장>과 가족이 아닌 타인들이 만들어 낸 크리스마스의 훈훈함이 돋보인 <함께 모여서>와 <당신은 어떤가요?>, 괴팍한 노인네들 때문에 애쓰는 구성원들의 모습도 재밌었던 <크리스마스 선물>과 <야단 법석의 계절>.

할아버지는 들리는 모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왜 보청기를 끼는지 모를 일이었다. 할머니도 보이는 모든 걸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알이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썼다. -p.95<크리스마스 선물>

 

개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역시 표제작과 비슷한 <올해는 다를 거야>였다. 이건 반전 혹은 공포에 가까운 이야기 아냐? 할 정도로 우픈 이야기였는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발설하지 않겠다. 주부라면 정말 백 퍼 공감할 이야기라고 장담한다.^^

모이라는 에설이 가족들이 밟고 지나가는 깔개처럼 산다고 했었다. -p.191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왔던가.

 

내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그냥 종교행사 그 이상은 아니었다.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보다는 캐럴과 크리스마스트리만 좋았다. 하지만 올해부턴 좀 다르게 보내려고 준비 중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콕이지만 연휴 기분을 북돋아줄 크리스마스 장식을 준비했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볼 예정이다.

 

코로나로 더욱 이 겨울이 냉랭하지만 많은 이들의 크리스마스가 안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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