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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민 도야 ㅣ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3
안선모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또 난민 이야기에요?"라며 딸아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ㅋㅋ 그도 그럴 것이 꽤 많이 읽긴 했다. 어린이문고, 외국소설에 그래픽 노블까지 챙겨서 보여줬었다. 그 많고 많은 사연들 중 정말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았고 화가 나다가도 울적하거나 먹먹해지는 이야기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타민족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분명 어른들보다는 순수할 텐데 그럼에도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점점 어른들의 편견과 삐뚤어진 민족주의에 지역 이기주의까지 고스란히 닮아가고 있다. 아니면 어른들이 계속 그런 나쁜 점을 물려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가 얼마나 아픈 화살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꽂히는지를 왜 모르는 것일까.
작가는 교육 환경에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펴냈다. 난민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상처받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세계는 이미 온택트 시대가 열렸음에도 여전히 마음과 마음의 연결은 어려운 숙제인가 보다. 도야네처럼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전 세계를 떠도는 난민의 수는 점점 급증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인종 울타리를 걷어내면 우리는 진정 세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도야네는 미얀마에서 왔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수군거림은 이미 그들 가족 주변에서는 흔한 것들이다. 도야네는 낯선 언어, 낯선 이웃, 낯선 제도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도야만은 영 이곳 생활이 쉽지 않다. 신발을 신는 일도, 급식을 먹는 일도, 안내장을 확인하는 일도 다 서툴다. 그중에 받아쓰기는 정말 최악이다. 한국 이름인 김도영도 낯선데 한국어 받아쓰기가 잘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만 못하는 것일 뿐이다. 도야는 발랄하고 솔직하며 자신감이 넘친다. 하드를 좋아하고 나무와 숲도 좋아한다. 반 친구들과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다. 민주가 반장이 되기 전까지는.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불가능이란 없다더니 도야가 받아쓰기 백 점을 맞은 것이다. 저 천진난만한 얼굴 표정을 보라.ㅎㅎ 그나저나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 않던데 어딘가 영 수상쩍다. ㅋㅋ 그 사연이야 도야가 오빠에게 말함으로써(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낱낱이 드러나지만 참으로 발칙하다.ㅋ 오빠가 목적을 위해 그런 거짓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자 선생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도야는 무엇보다도 캠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더없이 이곳 한국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서 민주와 작은 다툼이 생겨 잔뜩 겁을 먹은 순간에도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는 이웃 할머니와 친구 엄마, 담임 선생님 덕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아. 친구 창수도 있었지.^^
난민들에게 삶의 종착지가 필요한 것처럼 난민 이야기에도 종착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난민의 수는 점점 더 급증할 것이고 그들을 계속 외면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이기에 더더욱이 외국인을 향한 시선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더군다나 제3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그들이 오죽하면 고향땅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좀 더 난민 문제를 긍정적이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며 성장한다. 함께 읽어보면서 어른들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아이들에겐 어떤 친구가 되어야 할지를 항상 생각하면 좋겠다. 도야를 도야로 인정해 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청어람 출판사에서는 늘 독후 활동을 할 수 있게끔 활동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너무 좋다. 아이들이 꾸준히 독서록을 작성하면 좋겠지만 글쓰기를 아직 힘들어하는 저학년들에게는 활동지만 한 게 없다. 난민에 대한 정의와 우리나라 난민의 현주소까지 언급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정리도 해보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림도 그려보았다. 마지막으로 도야의 뒷이야기까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역시나 쉽지 많은 않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오히려 저학년들이 훨씬 잘할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