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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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있다. 돈과 권력으로 더럽게 때가 묻기 시작하면 오염을 제거할 방법은 죽음뿐이다. 이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안타까운 순간들을 놓치고 산 결과는 멸망뿐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섬 아귀도는 인간이 만들어낸 탐욕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환경을 위해 시작한 착한 사업은 두 괴물을 낳고 말았다. 바다의 괴물과 욕망의 괴물. 섬주위는 이제 재앙의 징조를 알리는 괴상한 소문들만 무성하다.

 

15년 전 한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불어난 물을 건너다 죽는다. 어떤 검은 형체에 의해.

15년 뒤 한 청년의 아버지가 탄 고기잡이배가 아귀도 섬 근처에서 실종된다. 어떤 검은 물체에 빨려.

 

 

 

 

몇 달 전 초딩 딸아이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사달라고 했다. 물론 읽다가 어려워서 덮었지만.

평소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는 즐겨보지 않아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작품 100주년을 맞아 쓴 오마주 작품이라고 한다. 클로즈드 써클(고립된 곳에서 한 사람씩 죽어나감)과 크리쳐 호러(호러물의 하위분류 중 하나로, 주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가 무슨 의미인지도 몰라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호러물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에 묵직한 주제까지 얹혀 있지만 그리 호러스럽지만은 않았다. 생각만큼 전율이 오진 않았단 얘기.

 

한 회사에서 진행된 환경 프로젝트에서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실험은 실패하고 거대 괴물 물고기가 탄생한다. 이만하면 해양 호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은 그 괴물조차 인간의 손에 조종당하며 살인 병기로 쓰인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환경오염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인간의 욕망이 씁쓸하다.

 

누군가가 보낸 메일 한 통. 그렇게 만들어진 일행.

등장인물들은 이 연구와 관련된 사람들이 아귀도란 섬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5년 전 여자아이(희주)와 15년 후 청년(승진)은 같은 과 선후배이자 죽음의 원인이 비슷하다는 이유 한배를 탄다. 아귀도로 다다를 무렵 엔진 이상으로 배가 불타자 섬에 머무르던 아가씨의 도움으로 일행은 무사히 아귀도로 피신한다. 하지만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슬슬 공포감이 엄습한다.

 

갇힌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극도의 공포감과 서로를 향한 불신을 낳는다. 함께 있어도 따로 떨어져도 어떻게든 진행되는 죽음. 칼을 든 범인과 거대한 괴물의 정체 속에 또 다른 퍼즐 조각을 풀어내야 한다. 각자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만 살 수 있다. 서바이벌 생존게임 또는 방탈출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그 속에 숨은 생태학적 의미도 흥미롭다.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쉽게 생각하면 된다. 인류의 멸망이 먼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함.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두뇌회전이 월등한 인물이 있다. 탐정해도 될 만큼 실력을 뽐내는 자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이런 미스터리 호러를 즐긴다면! 이 긴 장마가 지겹다면! 읽어야 할 때다.

그리고 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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