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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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읽은 적이 있다. 죽음의 천사가 언제 자신에게로 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꼭 돌아올 거라는 할아버지의 말과 어느 여인에게서 받은 손수건에 희망을 걸고 수용소에서 살아남는다. 그 소설(실화를 바탕으로 한)을 읽으며 인간은 마음에 따라 극한상황을 이겨낼 수도, 금방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물론 그는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수용소로 만들어 버렸지만.

 

이 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책을 모티브로 한 심리치유책이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과 심리 상담가 박상미 두 분이서 공동 집필을 하셨는데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인생은 어떤 상황에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p.49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이 책에서 다시 읽으니 뭔가 찌릿하게 다가온다.

 

프랭클이 끔찍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과정은 운도 따랐지만 그의 의지력도 상당했다. 그는 단순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이것이 즉 삶의 의미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낙관과 그가 글을 써야만 한다는 의지가 그를 죽음에서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낙관적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그의 의지력이 과연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암튼 신이 그를 일찍 데려가지 않은 것은 그에게 특별한 의무를 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고통이 있기에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진리를 전하도록. 그래서 이러한 책도 탄생한 것일 테고.

 

로고테라피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는 있지만 의미치료라고 하면 어떤 치료일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 한 송이에도 전 우주의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p.34 라는 의미는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어필한 문장이다. 이는 곧 어떤 순간이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의미를 부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통을, 위기를,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고테라피 즉 로고스의 힘은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힘든 상황이 왔을 때 자연 속에 심신을 치유하는 것과 닮아있다. 섬세한 내면성을 지닌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요 며칠 투명하게 맑은 날씨 덕에 각종 SNS에 하늘 사진이 엄청 올라왔었다. 다들 감탄사가 백 개라도 모자란 듯 사진과 글 속에서 감성뿜뿜 기운이 느낄 수 있었는데 다들 요즘 같은 시기에 다들 그 맑은 하늘을 보며 어떤 삶의 의미를 떠올렸을까.

난 어지러운 머릿속이 잠깐씩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듯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 바라보는 시선, 느끼는 감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데 너무나 절망적인 순간에는 이 모든 게 무뎌지기 마련이다. 책에는 삶의 의미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창조가치(능동적)

체험가치(수동적) - 자연, 예술, 사랑

태도가치

 

이 세 가지 가치에 관한 질문에 나름의 답을 써보면 나의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혹 비관적 운명론에 빠진 자라면 바꿀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서 짚어보자. 그렇게 적다 보면 나의 부정적 태도를 돌아볼 수 있겠다.

결국 이것은 나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일 것이다.

 

 

 

의미치료가 정신분석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실존적 현실, 즉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의 의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취해야 할 '실존의 잠재적 의미'까지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스스로 존재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147


의미치료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대화법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배워야 할 방법이라 생각했다. 사례를 통해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수긍한다는 점이 대단해 보인다. 대부분은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방법이 대다수이지 않은가.

 

세상을 살아가는 유용한 기술 중 유머와 웃음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먼저 웃는 용기야말로 유용한 기술이다. 또한 슬플 때 실컷 우는 것도 필수다. 인간에게 눈물이 있는 이유도 고통을 치유하기 위함이니까.

난 기분이 꿀꿀하면 딸아이의 사진을 보며 털어낸다.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지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일기만 한 것이 없다.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잘 알기에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감사일기와 칭찬일기를 쓰는 것!은 정말 강추한다. 빅터 프랭클 또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이겨낸 것이니까.

 

빅터 프랭클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강력한 힘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는 여러 소설에서도 하나같이 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이 우리를 강하게 하고 나아가도록 한다는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힘은 '사랑' 그 자체에 있습니다. -p.185

 

게다 분노는 자신의 인생을 되려 갉아먹을 수 있음을 말하며 분노의 힘을 창조적 미래를 위해 쓰라고 조언한다. 이 문장을 읽으니 박경리 <토지>의 서희가 바로 떠올랐다. 서희는 분노를 복수하는데 모두 써 버렸지만 또 다른 분노가 다시 피어난다. 복수를 칼날을 거두었다면 주변인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주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극이야말로 십 년 묵은 체증을 내려주기도 하니까. ㅋㅋ 생각이 자꾸만 딴 길로 새는구나.

 

의미치료는 뭐든 맘먹기 달렸다는 명제가 딱 들어맞는 치료인 것 같다. 명상치유도 참 좋다는 건 알지만 명상을 할 만큼의 시간 여유가 없어서인지 쉽지가 않다. 단 15분 만이라도 머릿속을 비우고 누워있어보아야겠다. 금방 잠이 들것 같기도 하고.ㅋ

 

위기가 있기에 기회가 있고 불행이 있기에 행복도 찾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대비도 하고 막상 고통이 닥쳤을 때 덜 흔들린다. 저자가 삶의 그늘에서 프랭클의 책을 만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았듯 자신에게 하나쯤은 자신을 일으켜 줄 인생 책이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독서야말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릴 최고의 치유법이자 대비책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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