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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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뉴스에 아마존 훼손이 심각하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본인의 정치적 야망 때문인지 돈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물론 둘 다겠지만) 아마존을 파헤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욕 한 사발 시원하게 내뱉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데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연도별 기후재난 시나리오에 이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돼있었다. 2018년도 지점에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당선'이라는 문장을 보자 또 분노가 치민다. 이 사건이 얼마나 기후재난에 있어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었으면 책에도 실려 있었을까. 실질적으로 그가 저지른 정책은 중국에 미국을 합쳐 놓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숲 하나가 사라졌을 때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안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임을 알 수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동화 수준의 착각이다. -p15

 

환경문제는 이제 21세기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나날이 계속되었고 겨울은 더 이상 춥지 않았으며 이상 기온으로 기상청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욕을 먹고 있다. 투명하게 맑은 하늘(먼 산등성이의 굴곡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날씨)을 거의 기대하기 힘든 나날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중국 탓을 하기 바빴다. 물론 중국이 탄소 배출 1위 국가이기에 그만큼 책임이 따르지만 이건 어느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문명의 발전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쌓여온 문제다. 그렇기에 전 세계인이 기후변화에 함께 대처하지 않으면 지구라는 '집'에서 거주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산책길에 말라리아 주의!라는 문구 앞에 서자 환경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말라리아 지역이 늘어간다는 건 기온 상승 때문이란 얘기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모기의 활동량과 시간은 증가한다. 열대지방에서나 걸릴법한 질병들이 온대지방에서도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기후재난 시나리오에도 2030년쯤이면 말라리아로 인해 3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가까이에 선교활동을 다녀온 후 말라리아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기도 했다.

이처럼 기온 상승 후를 예측한 시나리오를 보고 있으니 죄인이 된 기분이다. 환경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애써 외면해 왔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더 살기 괴로운 세상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쓰였으니 어쩌면 외면해 온 대가를 지금도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주로 프레온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라는 단어를 주로 듣고 성장했다. 오존층 파괴로 자외선 지수가 높아지면 생명체가 살 수 없어져 지구가 멸망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물질로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야 한다.

당장 직시해야 될 문제는 탄소 배출이다. 기후변화는 기후재난이 되고 기후난민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된 것이 아닌듯하다. 실질적으로 기후난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와 폭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상실보다 절망의 늪이 더 두렵다.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두 눈을 감아버리는 자들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는 연속적, 연쇄적으로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솔직히 재난에 따른 수치가 몸으로 와닿지 않는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 대한 시각과 만인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대형 산불, 허리케인, 대홍수 등도 내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낙엽이 떨어져 아름답게 물든 가을 풍경이 과거가 되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느낌이 훨씬 달라진다.

 

모든 인간이 기후 속에서 살아가면서 온갖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변화된 기후가 다시 또 모든 인간과 인간의 활동을 둘러싸고 있다. -p.41

 

책에서 본 열두 장의 학술 자료는 꼭 읽어보길 바란다!! 지레짐작으로 예측한 미래보다, SF 영화의 시나리오보다 훨씬 심각하니까. 살인적인 폭염은 각종 질병과 물 부족과 식량난을 불러왔으며 빙하 폭탄은 영화 <워터월드>의 첫 장면을 현실화할 것이다.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처럼 3년 내내 비가 내리게 될지도 모르고 코로나 이후로 바이러스는 더욱 강하고 빨라질지도 모른다. 영화 <로드>에서처럼 기후난민들은 약탈과 살육전으로 목숨을 부지해갈 것이다. 디스토피아에 등장하는 출산의 어려움 또한 당연시될 것이다. 더 이상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평생토록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격렬하게 뒤집어 놓을 것이다. 집은 무기로, 도로는 죽음을 부르는 덫으로, 공기는 독약으로 바뀔 것이다. 사업가와 관광객이 여러 세대에 걸쳐 휴양 단지를 구축해놓은 목가적인 산림지대는 그 자체가 무차별적인 살인마로 뒤바뀔 것이다. 끊임없이 재난이 닥쳐 불안정해질수록 더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변할 것이다. -p.122

 

 

 

 

우리의 상상은 '기후변화에 대해서'가 아니라 '기후변화 안에서'이루어질 것이다. -p.221

 

오늘 아침에는 '시베리아 산불 신음 온난화 탓?'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추워야 할 그 땅이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결국 모든 건 인간 탓이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발견함과 동시에 무분별하게 태우고 또 태우고 있다. 자본주의의 욕망에 사로잡힌 지구는 그때부터 환경의 사이클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자정능력은 인류의 문명 발달을 전혀 따라잡을 수 없었고 정치적 무질서와 기술의 신격화는 기후변화에 무지를 낳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종말론과 허무주의는 회피와 무관심으로 변해갔다.

 

고도의 기술로 만든 장막이 아니라 무지, 나태, 무관심으로 만든 기후 장막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p.336

 

하지만 이렇게 낙담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후의 되먹임 고리가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아직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로 코로나 여파로 인해 대기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인간을 자극하기 위해 코로나는 시작에 불과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진정한 인간성(주어진 환경 내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위기 시나리오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테슬라의 주가가 치솟는다는 의미는 어쩌면 긍정적인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친환경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나 부유한 상류층들은 자신들의 부를 친환경과 연결 지으려 한다. 전기차를 타고 유기농을 선호하는 등 환경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모습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국가에 대해 행동으로써 제재를 가한다. 이는 화석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세상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의미다. 고도의 기술이 해답이 아니다. 당장 나의 행동 하나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도 있다.

그 행동의 시작은 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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