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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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내일을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이다. 난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그렇다면 꿈은? 꿈은 과연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뭐 과학적으로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꿈도 우리의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렇다고만 여기기엔 꿈은 너무나 신비스럽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태몽이나 예지몽 등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듯 세상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신기한 일 투성이지 않은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러한 꿈의 세계를 재미있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참 좋아하고 평소 의문투성이였던 현상들이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은 늘 흥미롭기도 하니까. 게다가 난 정말 꿈을 엄청 꾼다. 어떤 꿈은 제법 생생할 때가 많아서 가끔 현실과 혼돈하기도 할 정도다. 그러니 이 꿈 백화점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잠이 든 세상,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꿈, 그 안에서는 이 세상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마치 다른 시공간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이 꿈 백화점은 원하는 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골라서 꿀 수 있다. 게다가 꿈의 값은 후불결제다. 꿈을 꾸고 난 후의 기분에 따라 값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맘에 들지 않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페니는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그녀는 달러구트와의 면접 때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꿈이란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다스림이라는 신선한 정의로 백화점 1층에 근무하게 된다. 각 층에서는 판매되는 다양한 꿈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내가 꾸었던 다양한 꿈들이 마구 떠오른다. 꿈도 마찬가지로 고가의 인기상품도 있고 한정판이나 예약 상품이 있다. 대게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꿈부터 야릇한 꿈, 히어로물, 하늘을 나는 꿈, 낮잠용 꿈과 더 나아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 악몽, 아름다운 풍경이 등장하는 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꿈, 죽은 자가 나오는 꿈까지 그 종류가 엄청나다. 흔히들 경험하는 신기한 현상 데자뷰에 대한 사연도 있다.

 

예전에 친구가 꿈을 흑백으로 꾼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난 완전 컬러 꿈을 꾸기 때문에 그 말이 참 신기했었는데 이곳 꿈 백화점에서도 흑백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것도 80%나 할인해서. 꿈을 주문해 놓고 오지 않는 손님도 있었으니 그것은 밤을 꼴딱 새워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 ㅋ이 있는 사람들이다. 더 재밌는 건 눈꺼풀 저울이다. 낮 시간에 불안정하게 떨리는 눈꺼풀 저울을 수상하게 생각한 페니가 기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분명 수업 중에 졸고 있는 학생의 것이라고 한다. 나라님이 와도 어쩔 수 없는 졸음.ㅋㅋ 정말 백 프로 공감할 이야기다.

 

이야기는 꿈 백화점을 이용한 고객들의 사연과 꿈 제작자들의 에피소드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받은 꿈의 값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신선하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꿈의 사연을 읽을 때는 무척 공감했다. 난 학창 시절에 지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제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일이 늘 힘든 일이었다. FM 성격이라 늦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늘 있었는데 최근까지도 학교에 제시간에 가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나의 심리 어딘가 그때 그 시간들이 엄청 스트레스였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 나자 그런 생각이 더 확실해졌고 이제는 극복해야 될 때임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자율주행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고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맛이죠. -p.114

 

 

꿈은 불확실하고 불연속적이지만 꿈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또 다른 공간이다. 그렇기에 꿈의 값으로 지불되는 값들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꿈을 통해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얻는 이들도 있고 허무함과 무기력함에 빠지는 이들도 있다. 꿈의 값으로 지불되는 값 중에는 분노나 혼란스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일 소중한 값은 셀렘이다.

 

간혹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긴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꿈에 대한 가치가 달라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꿈으로 먹고산다. 꿈이 있기에 유한한 인생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어 간다. 간혹 헛된 꿈을 꾸기도 하고 꿈을 좇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기도 하지만 우리는 꿈을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며 나아간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에서도 좋은 꿈의 정의를 손님 스스로 깨닫는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 꿈을 꾸는 시간이야말로 또 다른 나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꿈과 꿈의 단어가 같은 이유를 언뜻 알 것 같다.

 

심신 안정용 쿠키,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주는 향수, 숙면 캔디, 설레임 아늑함 한 병.

이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물건들은 어떻게 개발이 안 되나? 당장 사재기할 텐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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