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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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경의 시작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이는 책에서 구체적 변증을 통해 살펴볼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부른 참사이다. 그 참사는 지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자원 고갈에 따른 대체 원료는 거의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식량이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크게 교란, 변화시키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기후변화로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그나마 버티던 옥수수마저 말라죽는다. 그런 사태까지 오도록 방치해서도 안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대체작물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큰아이에게도 생명공학이나 식물, 농업 관련 학과를 추천하고 있다.(물론 아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ㅋㅋ)

 

이 주전 나는 처음으로 벼모 파종에 참여했다. 기계가 알아서 하는 일에 인간의 노동력을 조금 더 쓰면 되는 일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지만 그때 문득 벼의 기원에 대해 잠깐 호기심이 일었었다. 그랬기에 이 책은 순전히 그때의 호기심 덕에 읽었다. 농경의 기원이라니! 얼마나 구미가 당기는 제목인가.

 

밥심으로 산다는 한국인들에게는 쌀만 한 작물이 없다. 아무리 먹거리가 넘쳐나 쌀의 소비가 줄었어도 빵보다 밥이다. 저자도 밀을 주로 재배하고 소비하던 국가에서도 점차 쌀의 수입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쌀의 우수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많은 식물 중에 어떻게 인간은 이처럼 훌륭한 작물을 골라낼 수 있었을까.

 

농업의 시작은 인위적으로 일년생 볏과 식물의 군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p.131

 

이 책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문화의 어원이 본래 ‘재배’를 뜻한다고 한다. 즉 문화란 땅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본뜻인 것이다. 그래서 농경도 크게 보면 문화다. 문화를 경계선 긋듯이 딱딱 구분 지을 수는 없겠지만 지리와 환경적 요소에 따라 분포하는(자라날 수 있는) 식물이 다르기에 저자는 세계 각지의 주요 농경 문화를 알기 쉽도록 구분 지어 설명하고 있다. 재배식물의 기원이 무엇인지 거슬러 오르다 보면 오랜 기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놀라울 따름이다.

 

바나나에서 시작된 근재 농경문화, 환경 변화에 따른 조엽수림 문화, 다양한 잡곡이 등장했던 사바나 농경문화, 일년생 식물의 고향인 지중해 농경문화, 좀 더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한 신대륙 농경문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는데 각 문화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조엽수림 문화는 주로 차, 실크, 옻, 감귤류, 차조기 등을 재배하였으며 채집 경제 단계부터 화전 재배 단계로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일년생 작물만 선별해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농경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사바나 농경문화는 용어 그대로 주로 아프리카에서 오랜 기간 발달했으며 인도를 거치면서 잡곡과 두류, 과체류를 탄생시켰다. 유료작물이 길러지게 되었고 작물의 특성상 토기를 이용해야 했기에 토기 발달도 덩달아 발달하게 되었다.

 

지중해 농경문화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고 이루어졌기에 사바나와는 대조적으로 일 년생 들인 겨울작물이 많았다. 인간이 머물다 간 자리는 토양의 변화를 가져왔고 야생초가 잡초로 변하고 잡초가 재배식물로 바뀌기도 했다.

 

저자는 5장에서 벼의 기원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벼는 우리에게 중요한 재배식물이기 때문이다. 벼는 습지에서 자라는 잡곡이다. 사바나 농경문화에서 자라던 볏과 식물의 낟알을 채집해 식용으로 하던 것을 시초로 보고 있으며 인도 동부와 서아프리카에서 개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야생 잡곡 중 뛰어난 종을 선별해 재배화한 것으로 추정하나 아시아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재배되었는지는 단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인류의 생존에 적합한 작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선택되었고 진화해왔다. 심지어 감자의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기까지 희생도 따랐을 것이다. 언젠가 산행 중에 나무 둥지 아래에 자라나있는 버섯을 보며 독버섯 같아 보인다는 얘길 주고받으면서 식물의 독성을 알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먹고 죽었을까라며 우스갯소리를 한적 있다. 지금은 유전자 정보로 깔끔하게 판별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졌는가.

 

농경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농경문화를 살펴보면 인류의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전파력도 컸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지금부터 농경문화는 또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재배가 용이한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자연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하고 살았던 내게 농경문화의 역사는 여러모로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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