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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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풍이 이런 건지, 아님 일본의 가치관들이 우리를 한참 앞질러가는 건지 궁금해진다.(아님 내가 올드 한 건가? ㅋ) 요즘처럼 혼족 라이프가 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공동체 라이프가 쉽지만은 않다. 나조차도 낯을 가려 하숙은 해본 적이 없거니와 다른 이들과 섞여 산다는 것에 피곤함을 먼저 느끼기에.

 

여섯 편의 이야기가 모여 큰 흐름을 만들어가는 구조라서 책장은 빨리 넘어갔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읽은 <불운과 친해지는 법>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정서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 이 소설은 <시스터>속 동성끼리의 사랑(고등학생과의)도 있고 <벽장 속 방관자>의 당최 이해불가한 설정도 있다. 마지막 <마와타 장의 연인>속 결말에 놀란 독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마와타 장은 하숙집이다. 한 지붕 아래 모여사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가족처럼 잘 지낸다. 청춘들이 모여사는 곳이기에 첫 만남의 설레임도, 사랑의 밀당도, 이별의 상처도 있다.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옆에서 이끌어주고 이해해 주고 다독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늘 그렇듯 독자를 훈훈하게 한다.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이라는 타이들은 사회로 향하는 청춘들이라고 빗대어 말할 수 있겠다. 하숙집에 거주하는 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이제 갓 피어난 청춘들이 모여 일상을 살며 웃고 운다. 하숙집은 마치 자취생활 이전의 수습 기간 같은 공간이다. 하숙집 주인이 해 주는 따뜻한 밥과 공동체 공간을 위해 서로 배려하며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로 뛰어들기 직전 조금은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처럼 여겨진다.

 

야마토 요스케는 바다(도쿄)로 향하기 위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다. 물론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기도 했고 친구의 독설 따위도 자기 기준으로 멋들어지게 해석한 덕분이기도 했다. 순진하고 눈치 없는 매력이 맘껏 드러나는 친구랄까. 게다 응큼한 구석도 있다. 여학생 아니 여자의 온몸을 훑어보며 야릇한 상상도 한다. 그가 발을 들인 마와타 장에서 벌써 첫눈에 여자애에게 꽂히기도 한걸 보면 본능인 건가? ㅋ 그녀를 보며 천연 공기청정기 같다고 한다. 음. 나도 궁금해지네. 공기청정기 같은 그녀가.

 

시작은 요스케가 열었지만 요스케가 인사를 나눈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펼쳐진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감정들을 순진한 요스케가 이해할리 만무하다. 오죽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여자친구 집에서 동거 중)를 보며 알콩달콩한 모습에 그 사람들만 정상이다. -p.187라고 느꼈을까. ㅎㅎ

하지만 어느새 학교 선배에게 그들을 소개할 땐 다른 감정을 느낀다.

 

"구지라이 고하루라고 체구는 좀 크지만 성격이 좋은 여대생과, 무뚝뚝하기는 해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쓰바키 씨, 그리고 진짜 수수께끼에 싸인 주인 여자."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가슴속에 따끈한 것이 점차 퍼져갔다. 마치 가족을 소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p.204

 

서로를 알아가면서 알게 된 상처들을 마주한 요스케는 점점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마치 작가가 독자들에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라고 넌지시 건네는듯하달까.

 

상자 속 고양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지만, 고양이 자신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p.219

 

사랑만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다가도 그러한 애씀이 있기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17년 전 마와타 장의 전설?에 얽힌 두 주인공, 하숙집 주인(와타누키 치즈루)과 그녀의 내연남(지마 세우)의 러브 스토리가 굵은 줄기를 이루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아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다시 보면 그들만의 사랑이고 행복 찾기에 굳이 나의 잣대를 씌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상냥하던 쓰바키씨가 한바탕 쏘아붙이기도 했고. "같은 여자로서, 당신을 경멸해" -p.279

하숙집 주인 와타누키의 말처럼 이야기 속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말도 나눌 수 있으니까.

같이 추억을 쌓을 수 없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정말 고문이기에. 그들의 방식에 응원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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