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걸 -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야 했던 클로뎃 콜빈 미래그래픽노블 4
에밀리 플라토 지음, 이희정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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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는 여전히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다운 삶, 인간으로서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다. 피부색, 언어, 지역에 따라 인간들은 서로를 차별하고 배척하고 밀어낸다. 아주 오래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온 흑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흑인운동의 시초가 된 한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불씨를 지피고 희생한 이들은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그들의 불씨가 타오르기 전에 곳곳에서 작은 불씨를 피워댄 이들이 있었다. 크게 이슈가 되진 못했지만 그들의 작은 행동은 큰 불씨를 지피는 연료가 되었다. 여기 작은 소녀 클로뎃 콜빈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우선 일러스트가 간결하고 심플하다. 색상은 많이 제한되어 있고 인물의 묘사나 동작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그만큼 역사적 아픔을 강조하려 한 의도가 보인다. 서술 방식 또한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흑인이에요. -p.11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건 현장에 놓이게 된다. 억울한 상황에서 느꼈을 분노의 크기와 고통의 깊이에 대해 조금씩 와닿게 된다. 나와는 다른 환경의 누군가가 되어 그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키워볼 수 있다.

 

 

 

 

백인들이 흑인들의 터전을 빼앗고 그들의 삶을 지배했을 때는 더 참혹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콜빈이 살던 그 시절(더 이상 노예는 아닌)의 흑인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백인들은 노예제가 없어졌음에도 흑인들을 인간 이하 취급을 했다. 백인들은 자신들의 생활권에 흑인들이 함께 하는 것을 불결하게 여겼다. 법적 장치(짐 크로 법)를 마련해 철저히 흑인들과 분리된 삶을 누리려 했다.

 

195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 이곳엔 '짐크로 법'이 있었다. 그 법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가하는 악법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법이 얼마나 부당한지 느낄 수 있다. 백인이 우위인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동네에서 클로뎃은 변호사를 꿈꾸던 소녀였다. 사건은 학교 가던 버스 안에서 벌어진다. 당당하게 요금을 내고 흑인 전용 자리에 앉았음에도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부당함에 저항한다. 하지만 결과는 경찰에게 얻어맞고 모욕적인 말을 듣고 구치소에 갇히고 만다.

 

이에 부당함에 반기를 든 이들이 소송을 하고 몸소 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버스 승차거부와 같은 운동을 시작하지만 법은 백인들의 편이었다. 클로뎃은 좌절했고 변호사의 꿈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 로자 파크스라는 여성이 클로뎃처럼 버스 승차의 부당함과 싸우게 된다. 그녀는 더 당당했고 많은 흑인 여성들이 반발하면서 버스 거부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거기에 루서 킹 목사 또한 지지자로 나선다. 반면 백인들의 위협은 더 악랄해지고 비열해진다. 마틴 루서 킹은 39살 나이에 암살당한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클로뎃도 용기를 얻어 다시 증언을 하게 되고 그런 비슷한 일을 경험한 다른 여성들도 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현재의 그들보다 미래의 흑인들을 위한 투쟁이었으니까. 비록 그들은 승리했지만 클로뎃의 이름은 지워졌다. 우리는 여기서 기억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힘을 보태었는지를. 인종 분리법의 상처가 아물어 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런 힘없고 나약한 이들이 있었기에 바뀔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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